오늘부터 모든 군사훈련 중단… 남북간 군비통제 첫 이행 의미
남북이 9월 채택한 ‘4ㆍ27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이달 1일부터 군사분계선(MDL) 일대 지상ㆍ해상ㆍ공중에서 모든 군사 연습을 중단한다. 우발적 무력 충돌 가능성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기 위한 조치이자, 남북 간 군비통제가 처음으로 이행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방부는 31일 “남북 군사 당국은 1일 0시부터 지상, 해상, 공중에서의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상에서 MDL을 기준으로 남북 각각 5㎞ 구간을 완충 지대로 설정하기로 합의한 것과 관련, 군은 해당 구역 포병 사격훈련장을 조정ㆍ전환하고, 연대급 이상 야외기동훈련의 계획ㆍ평가방법 등을 보완했다.
해상의 경우, 서해 남측 덕적도 이북~북측 초도 이남 수역, 동해 남측 속초 이북~북측 통천 이남 수역에서 포사격 및 해상기동훈련이 중지된다. 국방부는 “함포ㆍ해안포의 포구ㆍ포신 덮개를 제작하여 설치했고, 연평도ㆍ백령도 등에 위치한 모든 해안포의 포문을 폐쇄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입구를 닫거나 철문으로 막는 식으로 해안포 포문을 폐쇄하는 징후도 이미 포착한 바 있다.
공중에는 비행금지구역이 설정된다. MDL을 기준으로 고정익 항공기는 동부 40㎞ㆍ서부 20㎞, 회전익 비행기는 10㎞, 무인기는 동부 15㎞ㆍ서부 10㎞, 기구는 25㎞를 적용한다. 비행금지구역 내에서는 고정익 항공기의 실탄사격을 동반한 전술훈련도 금지된다. 이와 관련, 군은 “기종별 항공고시보를 발령해 비행금지구역을 대내ㆍ외적으로 공포했으며, 한미 공군의 차질없는 훈련 여건 보장을 위해 훈련 공역 조정 조치도 취했다”고 설명했다.
완충 구역 설정은 우발적 무력 충돌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조처다. 1953년 정전협정 체결 후 MDL 인근 지상에서 발생한 총ㆍ포격 도발 횟수는 96회에 달하며, 서해상에서는 2010년 천안함 폭침 등으로 총 54명의 전사자가 나왔다.
이번 합의가 제대로 이행될 경우 군사적 신뢰 구축은 물론 운용적 군비 통제가 일부 현실화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도발 행위가 발생하면 합의서가 전면 무효화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남북이 합의서에 공동 작전수행절차를 명시하며 일종의 안전장치를 마련해둔 것은 이러한 문제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남북은 1일부터 지상ㆍ해상의 경우, 경고 방송→2차 경고방송→경고 사격→2차 경고사격→군사 조치 등 5단계를, 공중의 경우 경고 교신 및 신호→차단 비행→경고 사격→군사적 조치 등 4단계를 적용할 예정이다.
군 당국은 군 대비태세에 미치는 영향이 극히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우려 불식을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정경영 한양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는 세종연구소가 발행한 ‘정세와 정책’에 게재한 논문에서 “서해 4도에 투입된 포병 부대의 사격훈련 제한에 따른 순환배치와 유사시 즉각 사격할 수 있도록 고도의 비사격훈련, 서해 완충구역 이남 지역에서 해상기동훈련의 강화, 지상 사격금지구역 내 포병사격 훈련장 제한에 따른 대체 훈련장 확보와 시뮬레이션 훈련, 비행금지구역에 따른 일부 영상정보 수집 제한에 대한 보완대책, 드론장비의 운용보완책 등을 수립ㆍ추진할 것이 요망된다”고 제언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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