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프로야구 선수에게 축제의 계절이지만 한편으로는 ‘해고 통보’를 받는 우울한 시기이기도 하다. 벌써 많은 팀들이 전력 외로 구분한 선수들을 방출하고 내년 시즌을 위한 재정비에 들어갔다.
주요 정리 대상은 임창용(42), 정성훈(38ㆍ이상 전 KIA), 최준석(35ㆍ전 NC) 등 나이가 꽉 찬 베테랑들이다. 그렇다고 ‘젊은 피’들도 안심할 수 없다.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출신 박규민(23ㆍ전 SKㆍ2011년 지명), 윤지웅(30ㆍ전 LGㆍ2011년 지명), 안현석(21ㆍ전 넥센ㆍ2016년 지명) 등도 전 소속팀에서 방출 통보를 받았다.
미래가 촉망되는 유망주일지라도 ‘방출의 칼날’을 피할 수 없는 이유는 ‘골든 타임’ 때문이다. 미국 메이저리그 탬파베이의 박인성 스카우트는 “메이저리그 구단은 선수가 갖고 있는 신체 능력이 더 이상 성장하지 않는 시점을 25세 정도로 본다”며 “그래서 발전 가능성을 보이지 않는 선수를 구단에서 포기하는 시점도 이 때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140㎞대의 공을 던지는 19세 투수가 5년간의 육성 시스템을 통해 150㎞대의 강속구를 던지는 투수가 될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28세 투수는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을 거친다고 해도 정상급 투수가 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면서 “이미 신체 능력이 성장하는 시기가 지났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인체 생리학적으로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다. SK 체력 코치 출신인 김용진 운동생리학 박사는 “인간의 몸은 만 18세부터 24세까지가 신체 능력이 가장 뛰어난 시기”라며 “20대 중반부터 노화가 진행돼 30대에 들어서는 여러 호르몬 분비 감소로 인해 노화의 진행 속도가 빨라진다. 야구 선수들의 기량도 노화가 진행되는 시점부터는 급성장하기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 수영과 육상처럼 초강도의 근력과 체력을 요구하는 종목에서는 18세에서 24세 사이에 세계 신기록들이 많이 수립됐다. 마이클 펠프스(수영)와 우사인 볼트(육상)의 세계 신기록들 역시 20대 초반에 나왔다. ‘마린 보이’ 박태환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메달을 땄을 때 나이도 19세와 23세로 신체적으로 가장 우수했던 시기였다.
신체 능력만큼 멘탈이 중요한 야구는 올해 40홈런을 친 한동민(29ㆍSK)처럼 뒤늦게 꽃피울 수 있지만 이들은 ‘골든 타임’을 허투루 보내지 않아 가능했던 것이다. 시카고 컵스의 허재혁 트레이너는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야구는 멘탈 스포츠라서 타 종목들에 비해 뒤늦게 성공하는 사례가 많다고 보는 것이지, 20대 후반 그리고 30대까지 신체 능력이 성장해 야구 실력이 늘었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결국,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프로에 입단한 선수들에게 초반 5년은 골든 타임으로, 이 시기를 잘 보내야 성공가도를 달릴 수 있다. 하지만 유망주라 해도 자신의 기량만 믿고 자기 관리를 소홀히 했을 경우 추운 겨울을 보낼 수밖에 없게 된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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