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장관 20분간 통화
한일 외교장관은 31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과 관련해 전화통화를 갖고 양국 입장을 교환했다. 전날 대법원 판결 직후 나온 양국 정부의 입장을 재확인하고 고수하는 등 평행선을 달렸으나, 두 장관은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협력 필요성에는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이날 고노 다로(河野太郎) 일본 외무장관과 20분간 전화통화를 갖고 “우리 정부는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가운데 이번 판결과 관련한 사항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토대로 제반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대응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며 한국 측 입장을 설명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고노 장관은 전화통화 후 기자들과 만나 “1965년 국교 정상화 이후 양국관계의 가장 큰 법적 기반이 근본적으로 훼손됐다는 것을 일본 정부가 매우 무겁게 보고 있다고 전달했다”며 “한국 정부의 대응방침이 결정되는 것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의 대응방침 결정 시기에 대해선 “신속하게 대응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한국 정부가 한일 기본조약과 청구권협정에 따라 일본 국민과 기업들에게 부당한 불이익을 주는 일이 없도록 대응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교도(共同)통신은 고노 장관이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적절한 대응을 취할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고노 장관은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방침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대응을 협의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에 이를 기다리겠다”고 했다. 즉각적인 대응보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 따라 일본 측의 대응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양국 간 입장 차이 속에서도 두 장관은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한 협력을 지속해 나갈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어제는 일본 측 반응이 강경했는데 오늘 통화에서 일본 측 용어와 어조가 톤다운 됐다고 들었다”며 “결론은 미래지향적 양국관계가 중요하니 그런 관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하자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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