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대북제재 문제 등을 조율할 워킹그룹 설치에 합의했다. 미 국무부는 30일 스티브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방한 결과라며 ‘남북협력에서의 유엔제재 준수’ 등 대북정책을 조율할 워킹그룹 구성을 발표했다. 최근 비핵화와 남북관계 개선의 속도를 놓고 한미 간 불협화음이 불거졌던 점을 감안하면 시스템을 통한 대북정책 조율은 바람직하다.
북미 협상이 다시 교착된 사이 한미는 대북제재 완화를 놓고 아슬아슬한 신경전을 벌여 왔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관계 발전을 통한 비핵화 견인을 위해 유럽 순방 내내 대북제재 완화를 주장했고, 통일부는 제재 예외를 요구하며 철도ㆍ도로 연결 착공식과 산림 협력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그때마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북제재 유지 원칙을 강조하며 사실상 속도 조절을 주문해 왔다. 비건 대표가 방한 기간 중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등 이른바 ‘외교안보 빅4’를 잇따라 만난 것도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기 위한 목적이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제동이 우리 정부 정책에 대한 간섭이나 개입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워킹그룹에 대해 “한미협의를 체계화하고 공식화하는 의미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미국의 공식 발표에 청와대가 구체적 언급을 피하다 외교부가 뒤늦게 입장을 내놓은 데서 불편한 기색이 엿보인다. 미국이 워킹그룹 구성의 명분으로 대북정책 조율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에 사사건건 개입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여지도 없지 않다.
수직적 관계가 아닌 이상 한미동맹 사이에도 이견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좌우할 비핵화 문제는 한미동맹을 배제한 채 ‘우리 민족끼리’ 해결할 수 없다. 더구나 미국 동의 없이는 개성공단 정상화 및 철도ㆍ도로 연결 등 남북협력 사업에서 속도를 내기 어려운 구조다. 그렇다면 남북 간 협력사업을 한미가 사전에 논의하는 워킹그룹을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는 통로로 활용하는 게 오히려 현명하다. 무엇보다 워킹그룹은 의견 차이가 동맹 간 파열음으로 번지지 않도록 원만한 운용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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