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병역대상자 10명 중 4명은 양심적 병역거부자도 합숙 형태로 복무하면 대체복무기간을 늘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병역법 개정안 등은 대체복무자의 복무기간을 현역병의 2배로 설정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이자 징병문제연구자인 백승덕씨는 31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대체복무제 도입방안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토론회는 헌법재판소가 올 6월 ‘대체복무 규정 없는 병역법 제5조의 1항이 헌법에 불합치한다’는 결정을 내리고 해당 조항의 개정 시한을 내년 말로 못박은 가운데 정부와 국회에 대안을 제시하는 차원에서 열렸다.
연구용역 과정에서 실시한 병역대상자 설문조사는 올 8월 22일~9월 6일 서울지방병무청 앞에서 병역판정 신체검사를 마친 병역대상자 527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용역 결과에 따르면 병역대상자의 63.7%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고 △병역기피자 양산 (45.8%) △군 복무자 사기 저하(6.7%) △안보위협(4.5%) 등의 이유로 대체복무제 도입을 염려했다.
그러나 병역대상자의 상당수는 대체복무자도 합숙복무를 하면 복무기간을 늘릴 필요가 없다고 응답했다. ‘합숙복무를 할 경우 적절한 기간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38.8%가 ‘육군 병사와 동일한 기간(18개월)’이라고 답했다. 공군 병사와 동일기간(22개월) 해야 한다는 응답이 21.6%로 두 번째로 많았고 △육군병사의 1.5배(27개월) 21.2% △육군병사의 2배(36개월) 16.4% 순이었다.
이는 법조계, 사회복지학회 전문가 370명을 대상으로 실시(8월 22일~31일)한 동일한 설문조사에서 ‘육군 병사의 2배’가 47.3%로 가장 많았던 것과 대조된다. 상대적 박탈감이 클 수 있는 병역대상자들이 오히려 군 복무기간에 관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반면 합숙이 아닌 출퇴근 복무를 할 경우 ‘육군 병사의 2배’에 해당하는 기간 동안 복무해야 한다는 응답이 28.4%로 가장 많았고 △육군 병사 동일(26.1%) △공군 병사 동일(19.3%) △육군 병사 1.5배(23.7%) 순이었다.
이들은 대체복무에 적합한 업무(중복 응답)로 ‘안전사고나 자연재해 구호 대응 지원’(54.3%)을 가장 많이 꼽았으며 △사회복지 분야 업무 보조(51%) △장애아동 통합교육을 위한 활동 지원(40.0%) △메르스ㆍ구제역 등 감염병, 전염병 대응 활동(33.5%) 순으로 많았다. 기타 응답자(37명) 가운데 상당수인 30명은 ‘지뢰제거’라고 답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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