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 말로 ‘산 넘어 산’이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설렘주의보’에 우려가 모이고 있다.
MBN 새 수목드라마 ‘설렘주의보’는 31일 첫 방송을 앞두고 이날 제작발표회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조창완 PD를 비롯해 주연 배우 천정명, 윤은혜, 한고은, 주우재, 표지훈, 이혜란이 참석했다.
‘설렘주의보’는 첫 방송 전부터 윤은혜의 브라운관 복귀 소식으로 여론을 뜨겁게 달궜다. 윤은혜는 3년 전인 지난 2015년 중국의 한 서바이벌 프로그램 출연 중 불거진 의상 디자인 표절 논란에 휩싸이며 국내 작품 활동 공백기를 이어왔다. 작품으로는 지난 2013년 KBS2 ‘미래의 선택’ 이후 5년 만의 복귀인 윤은혜에 이목이 집중된 것은 당연지사다.
해당 표절 논란 이후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당시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던 탓에 윤은혜의 복귀는 대중들에게 환영 받지 못했다. 윤은혜의 ‘설렘주의보’ 출연 소식을 접한 대중들이 복귀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보냈던 것.
이 같은 시선을 의식한 듯 윤은혜는 이날 제작발표회에서 표절 논란에 대해 “과거 사과가 부족했었다. 이 자리를 빌어서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고 실망을 안겨드려서 죄송하다는 말씀드린다”고 재차 사과했다. 하지만 윤은혜의 사과에도 대중의 여론은 여전히 싸늘한 모양새다.
이미 복귀가 확정 된 이상, 윤은혜에 쏠린 부정적 시선을 작품을 향한 긍정적 시선으로 바꾸는 것은 ‘설렘주의보’가 풀어나가야 할 숙제가 됐다. 하지만 글쎄, ‘설렘주의보’의 긍정적 미래를 쉽게 점칠 수 없는 건 기분 탓일까.
가장 큰 우려를 낳는 점은 여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와의 차별점에 대한 모호함이다. 실제로 톱스타 여주인공과 자신의 커리어를 탄탄하게 쌓은 잘 나가는 남자주인공의 연애, 여주인공과 비밀을 공유할 정도로 가까운 남사친이 등장하는 등의 ‘설렘주의보’ 속 설정은 현재 방송되고 있는 JTBC ‘뷰티 인사이드’와 크게 다른 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뷰티 인사이드’와의 차별점을 차치하더라도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설정들은 ‘설렘주의보’만의 차별점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이에 현장에서도 다른 로코물들과의 차별점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조 PD는 “‘설렘주의보’가 다른 로코와 갖는 서툰 사랑을 하는데 그게 더 아름다워 보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며 “소소하게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많으니까 한 시간 즐겁게 보실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어느 정도 예견됐던 질문인 만큼 조금 더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대답을 기대했건만, 여타의 로코물과 특별한 차별성을 느낄 수 없었던 조창완 PD의 대답은 아쉽기 그지 없었다.
이 외에도 조창완 PD는 관전 포인트를 묻는 질문에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말할 수 없다”는 다소 아쉬운 대답을 내 놓았으며, 2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천정명의 캐스팅 이유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말씀드려야 하나. 사실 제가 캐스팅 하지 않아 모르겠다”라며 천정명과 윤은혜의 호흡을 에둘러 말하는 데 그쳤다. 또 다른 주연배우인 천정명의 태도에서도 작품에 대한 큰 의욕은 느껴지지 않았다.
‘설렘주의보’만의 매력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전달되지 않은 현장에 아쉬움이 증폭됐다.
윤은혜를 향한 여론의 산을 넘기에도 벅찬 지금, 작품의 차별성과 매력도 크게 어필하지 못한 ‘설렘주의보’는 시작도 전에 위기에 봉착했다. 오늘 첫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을 향한 정면돌파를 감행할 ‘설렘주의보’가 눈 앞의 산들을 어떻게 넘을 지, 조금 더 지켜 볼 필요가 있겠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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