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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그런 사람을 위한 응원

입력
2018.11.01 04:4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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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사람이 있다. 정직하게 지켜야 할 것을 지키고, 남을 해치지 않고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는 사람이 있다. 자신을 챙기고 나서도 주위 사람들에게 기꺼이 마음과 도움을 나눠 주는 사람들이 있다. 반드시 큰 돈과 지위를 가진 사람들만 그런 것은 아니다. 마음 씀씀이가 넉넉하고 남의 고민과 의견을 잘 들어주는 사람들이 가끔씩 주위에 있다. 물론 그런 사람에 자기 앞가림도 못하면서 남 일 챙긴다고 오지랖 넓게 돌아다니다 나중에 여러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는 부류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말한다. “괜찮아요.” 분명 힘들 텐데, 괜찮다고, 견딜 만하다고 한다. 미안하고, 고맙다고 한다. 그리고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괜찮아요?” 부모님들도 늘 그렇게 얘기하신다. 나는 괜찮으니, 너희 잘 지내라고. 뭐 필요한 것 없냐고. 꼭 윗사람이 아니라도, 천성이 그런 사람도 있고, 그렇게 배우며 자란 경우도 있다. 원칙을 지키고 남을 배려하면 늘 조금씩 손해를 보기도 하련만, 묵묵히 그 자리에 흔들림 없이 서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말하지 않는다. 힘들고 속상한 것들을 웬만큼 아파서는 얘기하지 않는다. 힘든 걸 참고, 속상한 걸 삭히는 능력이 유난히 크다. 하지만 아프지 않은 상처가 어디 있을까. 눈물은 속으로 흘리고, 신음은 혼자 뱉어낸다. 남의 잘못을 원망하기보다는, 자신이 지켜야 할 것을 다하지 못한 것을 더 가슴 아파한다. 자기 때문에 남에게 피해 주기를 더 싫어하고, 때로는 남을 챙기는 것으로 자신의 상처를 덮어내기도 한다.

그런 사람이 되지 말라 한다. 눈에 불을 켜도 나 하나 살아남기 버거운 세상에 지킬 것 다 지키고 남 신경까지 쓰다간 자기 몫도 챙기기 힘들다. 똑똑한 사람이 되라 한다. 자신의 몫을 챙기고 나면 깨끗하게 선을 긋고 문을 닫아걸어야 한다. 가끔씩 하지 말라는 일도 하고, 남의 어려움에 적당히 귀를 닫아야 더 많은 것을 가질 수 있다 한다. 문제가 있으면 내 탓이 아니라고 확실히 하라 한다. 더 팔자 좋은 사람들도 있다. 팔자 좋은 것은 단지 높은 지위, 많은 재물을 가진 것만이 아니다. 자신의 노력 이상을 얻는 사람, 남의 조력을 늘 받는 사람, 도와주는 사람들을 나무라면서도 자신이 아쉬운 것은 쉽사리 찾아가는 사람도 있다.

정의를 소리 높여 외치는 사람이 있다. 정의는 분노하는 거라고, 응징하는 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자기소개서에 쓰는 정의와 배려는 늘 넘쳐난다. 정의는 적어도 사회나 국가 차원은 되어야 의미 있는 것이고, 그런 정의를 위해 일한 대가는 정확히 주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다 혹 자신의 이해에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분연히 일어나 다시 정의의 볼륨을 높이기도 한다. 하지만 정의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는 것이다. 역사를 보면 세상을 더 바르고 살 만하게 만들어준 사람들은 그리 말이 많지 않았다. 정말 많은 사람을 이롭게 만들어 준 위인들은 오랜 기간 자신의 행동과 노력으로 정의를 실천했고, 남을 보살펴 왔다.

해야 할 것,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묵묵히 실천하고 스스로의 원칙으로 지켜 나가는 사람들은 수시로 변화하는 사회 환경에 무게중심을 잡아 준다. 자신을 챙기고도 주위 사람들에게 관심과 도움을 나눠줄 수 있는 사람들은 각박한 사회 한 구석에 따뜻한 쉼터를 만들어 준다. 모든 사람이 그렇게 될 수도, 되라고 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런 사람들이 이용당하고, 지쳐가고, 사라져 가는 것은 안타깝다. 그런 이들은 제대로 위로받지 못한다. 그래 달라고 조르지도 않는다. 정의라는 거창한 말을 쓰지 않지만, 도움을 드러내놓고 자랑하지 않지만, 스스로 믿는 원칙과 배려를 말없이 행하는 그런 사람들이 지치지 않도록, 잘못 살았다고 회한을 남기지 않도록 지켜 줘야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괜찮아요. 고마워요. 그리고, 아프지 말아요.”

이재승 고려대 장 모네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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