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김부선의 변호를 맡은 강용석 변호사가 사문서 위조로 1년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됐다. 강 변호사와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세의는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우파 유튜버들이 힘든 일을 겪는 경우가 많다. 어떠한 탄압에도 흔들리지 않겠다. 당당히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겠다”며 게거품을 물었고, 가로세로연구소 유튜브에 출연한 박상후 전 MBC 부국장은 “변호사를 사문서 위조로 법정구속하다니. 어떻게 이런 나라가 다 있나”라고 맞장구를 쳤다.

최근 정부 주도로 가짜뉴스 근절 대책이 강구되면서 유튜브가 가짜 뉴스의 온상으로 지목되었다. 하지만 이 글을 쓰기 위해 참조한 ‘조선일보’ 10월 26일자 기사(강용석 측, 법정구속에 “이런 나라가 다 있나…탄압에 안 흔들려”)를 보면 유튜브가 아니라, 상식이 무너진 사회와 진영 논리가 더 큰 문제다. 문서(文書)가 모든 것인 근대 사회에서 사문서 위조는 살인이나 강간과 같은 중죄를 제외하면, 가장 무겁게 처벌되어야 하는 중죄다. 진영 논리에 상식이 재단되는 사회에서는 가짜 뉴스가 아니라 뉴스 자체가 이미 문제다.

‘김부선 스캔들’은 몸에 꼭 필요하고 유익하지도 않지만 자꾸 찾게 되는 술이나 담배와 같다. 나는 어디에서도 이재명 ‘변호사’와 데이트를 했다는 김씨의 주장을 날조라고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9개월 동안 밀회를 즐겼다’는 김씨에게 ‘이 변호사와 몇 번 만났느냐’는 질문만은 던져보고 싶다. 이 질문은 두 사람 사이에 있었다는 만남의 질(質)을 가늠케 해준다. 참고로 많이 만났을수록 증거가 풍부하고 그렇지 않을수록 증거가 빈약할 것으로 보건대, 몇 번 이상 만났을 것 같지 않다.

하지만 김씨가 ‘이 변호사’의 신체 은밀한 곳에 점이 있다고 말한 거짓말이 들통 나면서, 김씨의 주장이 전혀 날조는 아닐 것이라는 가정에 금이 갔다. 실제로 ‘태풍의 눈’이 된 김씨는 무수한 허언을 쏟아냈다. “나의 사건을 끝으로 연예인이 더 이상 권력의 시녀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김씨가 상대한 사람이 박정희였나?) “내 딸 이미소가 핍박받고 추방당했다.”(선거 이틀 전에 ‘어머니가 찾는 사진을 불태웠다’고 폭로한 이미소는 선거개입의 당사자로, 그녀는 추방을 당한 것이 아니라 제 발로 도피성 외유를 떠난 게 아닌가?) “이재명 때문에 배우로서의 일거리가 끊겼다.”(김씨는 아무 것도 잃을 것이 없었기에 불륜을 떠벌일 수 있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폭로 전에 이미 배우 생명이 다했다는 뜻이 아닌가?) “나는 결혼까지 생각했다.”(글쎄요…몇 번이나 만났기에?) 이런 허언은 ‘자신을 극적으로 보이기 위해 비극의 히로인’처럼 꾸미는 허언증자의 특징과 부합한다.

박정희처럼 권력으로 여성 연예인을 사유화한 경우 말고, 공직자의 불륜이 공적으로 유해한가 무해한가를 따지는 것은 답을 내기 어렵다. 히틀러와 스탈린은 전쟁과 정책상의 과오 등으로 약 1,000만 명 이상의 사망자를 낸 20세기 최대의 독재자들이지만, 성적으로는 오히려 결벽했다. 반면 1960년대 미국의 군사적ㆍ외교적 위기를 무난하게 극복했다는 케네디는 대통령에 당선되고 나서야 하원과 상원의원 시절에 맺은 무수한 여성 관계를 정리했다. 케네디는 그 가운데 특히 청산하기 어려웠던 마릴린 몬로를 자신의 동생인 로버트 법무부 장관에게 양도하고서야 가까스로 그녀와의 관계를 끝냈다.

루스웨스트 하이머와 스티브 캐플란의 ‘스캔들의 역사’(이마고, 2004)는 정치가의 성생활로 그의 업무 수행능력을 판단하는 것은 도덕이 저지르는 실수라고 전제한 뒤, 정치가는 그 약점 때문에 부하나 범죄조직 또는 적대국의 협박에 취약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음모론자, 가짜뉴스 중독자, ‘문파’들은 이제 이렇게 떠들어 댈 것이다. ‘김부선은 성남 마피아가 이재명을 낚기 위한 미인계였어.’ 얼핏 보기에는 음모론자, 가짜뉴스 중독자, ‘문파’들이 이재명을 둘러싼 소문의 진원지처럼 보이지만, 김부선의 입(트위터)이나 바라보며 그것에 뉴스 가치를 부여해온 ‘언론 태업’의 책임이 크다. 가짜 뉴스가 아니라 다시 뉴스가 문제다.

장정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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