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도 워싱턴의 턱밑 버지니아주 남부에 묻힌 7조원 가치의 우라늄 광산 개발을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환경ㆍ방사선 오염을 이유로 주정부가 30년 넘게 개발을 금지하자, 채굴권을 소유한 광산회사가 부당하다며 미 대법원에 억울함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버지니아 우라늄’이 채굴을 희망하는 피트실바니아 지역 3,500에이커(약 1,400만㎡)에는 5만4,000톤의 우라늄이 매장되어 있다. 미국 내 원자력 발전소에 연료를 2년 넘게 공급할 수 있는 양이며, 그 가치는 60억달러(약 6조8,000억원)에 이른다. 미국 에너지정보관리국(EI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원전에서 사용된 우라늄은 1만9,000톤이었는데 이 가운데 7%만 미국에서 생산됐으며, 나머지는 캐나다와 호주, 러시아 등에서 수입했다.
우라늄 개발 찬성 측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버지니아에 일자리와 세수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반대 측은 “식수를 비롯해 환경에 미칠 잠재적 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버지니아주의 우라늄 채굴 금지는 타당하지 않다며 ‘버지니아 우라늄’의 입장을 옹호하고 나선 상황이다.
7조원에 육박하는 우라늄 개발을 놓고 광물회사와 주정부가 다툼을 벌이게 된 배경은 미 연방법인 ‘원자력법’과 미국의 50개 개별 주정부가 보유한 광산개발 허가권 사이의 상충관계에서 비롯됐다. 주법보다 상위인 연방법은 우라늄 생산을 금지할 수 있는 주체를 연방 원자력규제위원회만으로 규정하고 있다. 원고인 ‘버지니아 우라늄’은 버지니아주 정부의 채굴금지 조치는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반면 지방정부는 연방 원자력법에 적힌 ‘우라늄 개발’은 적용범위가 한정적이라고 주장한다. 핵연료로 사용하려면 자연상태 우라늄 광석을 채굴한 뒤 2단계로 가공하고, 고품위 우라늄으로 농축(3단계)되어야 하는데 연방법은 2단계와 3단계만 규정할 뿐이라는 것이다. 우라늄 광석을 단순히 캐내는 최초 채굴단계에서는 석탄 혹은 철광석 등 다른 광물과 마찬가지로 주정부가 허가권을 갖는다는 논리다.
앞선 1, 2심에서는 단순 채굴 허가권이 주정부에 있다는 판결이 나왔지만, 원고인 우라늄 회사는 주정부가 채굴을 막는 진짜 이유는 2ㆍ3단계에서 우려되는 방사능 위험이기 때문에 연방법이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언론은 ‘버지니아 우라늄’의 항변에도 불구, 대법원이 기존 1, 2심 판결을 존중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방 대법관들이 지난 5일 열린 심리에서 주정부가 채굴을 금지한 의도가 방사능 오염이 아니라 광산개발에 따른 안전성 위험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방향으로 의견을 모았기 때문이다.
오세훈 기자 comingh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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