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에는 “옥탑방에서 땀 흘렸죠?” 취재진에는 “기자선생들 궁금해야 취재할 맛 있지”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9월 평양 정상회담 당시 방북한 기업 총수들에게 “냉면이 넘어가느냐”는 면박을 줬다는 주장을 두고 야권 공세가 만만치 않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29일 처음 주장을 꺼낸 데 이어 이튿날인 30일에는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나서 청와대에 사과도 요구했다. 발언의 진위를 떠나 이 같이 발언한 리선권 위원장이 어떤 인물인지 관심도 커지고 있다.
김병준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남북문제에 전부 집중하고 ‘올인’해 평양냉면 굴욕 사태라고 할 만큼 겁박을 듣게 하고 이게 과연 정상적인가”라며 “경제인들 모시고 가서 그 정도 모욕적인 언사를 듣게 했으면 청와대가 반드시 사과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평양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고 이야기하는 걸 핀잔 정도로 이야기한다. 국어사전을 다 바꿔야 할 정도”라며 비난을 서슴지 않았다.
문제의 평양냉면 발언은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 종합감사에서 정진석 의원이 처음 거론했다. 정 의원은 이 자리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옥류관 행사에서 대기업 총수들이 냉면을 먹는 자리에 리 위원장이 불쑥 나타나 정색하며 ‘지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했다”며 “보고 받았느냐”고 물었다. 조 장관은 이에 “부족한 부분이 있었고,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유념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실제 평양냉면 발언이 전언과 정확히 같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발언 주체로 지목된 리 위원장이 당시 자리에 참석했던 사실은 확인됐다. 북한 조평통 위원장은 우리 통일부 장관의 협상 카운터파트로 평양회담뿐 아니라 남북고위급회담, 지난 10ㆍ4선언 발표 11주년 기념 공동행사 등 주요 행사마다 북측 대표단을 이끌어 참석하고 있다. 특히 군 출신으로 2016년 전후 조평통 위원장직에 오른 리 위원장은 앞서 2006년부터 남북 장성급 회담이나 군사실무회담의 북측 대표로 나섰고, 2010년 이후 개성공단 관련 협의에서 북측 단장을 맡았다.
리 위원장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그의 발언도 점차 구설에 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평양 회담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달 공개한 리 위원장과의 일화다. 당시 박 시장은 자신이 작성한 ‘평양수첩’을 공개, “평양 회담 첫날 만찬 때 같은 테이블에 앉았던 리선권 위원장이 3선을 축하한다고 말하고는 ‘옥탑방에서 땀 좀 흘렸죠?’라고 하더라”며 “북한 인사들이 (남측 이슈를) 다 알고 있다”고 전했다.
리 위원장의 또 다른 ‘너스레’로는 올해 8월 평양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 우리 측 취재진에게 건넨 말이 꼽힌다. 8월 13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 종결회의에 참석한 리 위원장은 회의가 끝난 직후 “(정상회담) 날짜는 다 돼 있다”면서 “기자 선생들 궁금하게 하느라 날짜 말 안 했다. 기자들이 궁금해야 취재할 맛이 있지”라고 말한 바 있다.
김정원 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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