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열치열, 이한치한, 공포는 공포로 이겨낸다. 유령과 괴물이 창궐하는 서양 축제 핼러윈데이(31일)와 보름 앞으로 다가온 2019년 대입수학능력시험(11월 15일)을 맞아 현실 공포를 잊게 할 오감자극 공포ㆍ스릴러 영화들이 잇달아 개봉한다. 10월 비수기에 바짝 움츠러들었던 극장들도 10~20대 관객의 티켓 파워를 기대하고 있다.
핼러윈에는 영화 ‘할로윈’이 찾아온다. 광란의 살육으로 충격과 공포를 선사한 슬래셔 무비의 전설 ‘할로윈’(1978)을 잇는 동명 속편이다. ‘겟 아웃’과 ‘해피 데스데이’(2017) 등을 제작한 ‘호러 명가’ 블룸하우스가 원작 판권을 사들여, 원작에서 40년이 흐른 후 정신병원에서 탈출한 살인마 마이클(닉 캐슬)과 유일한 생존자 로리(제이미 리 커티스)의 숨막히는 대결을 새롭게 그렸다. 원작을 탄생시킨 존 카펜터 감독이 총괄프로듀서로 참여했고, 원작 출연 배우인 닉 캐슬과 제이미 리 커티스도 합류해 ‘할로윈’ 시리즈의 정통성을 잇는다. 미국에서는 19일 개봉해 28일까지 1억2,607만달러를 벌었다.
‘벽 속에 숨은 마법시계’도 ‘할로윈’과 같이 31일에 관객을 만난다. 고아 소년 루이스가 삼촌 조나단(잭 블랙), 이웃사촌 플로렌스(케이트 블란쳇)와 함께 세상을 위협하는 저주를 풀기 위해 집에 숨겨진 비밀 시계를 찾아나서는 이야기다. 모험극 같은 제목과 줄거리이지만, 공포를 가미한 판타지 영화이다. 연출자가 영화 ‘캐빈 피버’(2002)와 ‘호스텔’(2005) ‘호스텔2’(2007) 등을 연출한 ‘호러 장인’ 일라이 로스 감독이라는 사실을 알면 전체관람가 등급이어도 쉽게 방심할 수 없다. 기괴하고 음산한 소품들이 꽤 섬뜩하다.
충무로에선 여자 배우들이 ‘호러 퀸’에 도전한다. 다음달 8일 베일을 벗는 ‘여곡성’에서는 배우 서영희와 손나은이, 12월 개봉하는 ‘도어락’에서는 배우 공효진이 활약한다. 지난 3월 267만 관객을 동원한 ‘곤지암’으로 부활 가능성을 엿본 한국 공포 영화도 다시 시험대에 오른다.
‘여곡성’은 공포 영화 열성팬 사이에서 지금도 회자되는 1986년작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큰아버지 밥 먹다 밥그릇 엎어버린 바로 그 영화”(sty9****)라는 한 줄 평만 봐도 오금이 저려 온다. 양반가에 시집간 옥분(손나은)이 집안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죽음의 비밀과 시어머니 신씨 부인(서영희)의 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반면 ‘도어락’은 현대 사회의 일상적 공포를 예리하게 포착한다. 혼자 사는 직장인 경민(공효진)이 낯선 사람의 침입 흔적을 발견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스릴러로 풀었다.
최근 들어 공포ㆍ스릴러 장르는 10~20대 관객의 호응에 힘입어 극장가에서 지분을 넓히고 있다. 11월은 극장가 비수기이지만,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사이 틈새 여유를 누리는 학생과 수능시험을 마친 수험생이 쏟아지기 때문에 공포 영화에는 놓칠 수 없는 최적기다. 지난해 11월에는 ‘해피 데스데이’가 개봉해 138만 깜짝 흥행을 맛봤다. 황재현 CGV 홍보팀장은 “10~11월에는 대작 영화가 많지 않아 장르 영화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진다”며 “강력한 경쟁작이 없는 시기라서 10~20대가 호응할 경우 공포 영화가 장기 흥행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