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법 30년 만에 전면 개정
100만명 넘는 수원ㆍ고양ㆍ용인ㆍ창원
광역시에 준하는 ‘특례시로’ 지정
주민이 지방자치단체장을 거치지 않고도 의회에 조례를 직접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주민조례발안제’가 도입된다. 경기 수원 고양 용인시, 경남 창원시 등 인구 100만명이 넘는 대도시를 특례시로 지정, 광역시에 준하는 행정ㆍ재정적 지원을 한다.
행정안전부는 30일 ‘제6회 지방자치의 날’을 맞아 경북 경주시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대한민국 지방자치박람회에서 1988년 이후 30년만에 지방자치법을 전부 개정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획기적인 주민주권 구현’을 목표로 주민직접참여제도를 대폭 확대했다. 우선 주민조례발안제를 도입한다. 청구 요건만 갖추면 주민이 의회에 직접 조례를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의회는 제출 받은 조례를 1년 이내에 반드시 심의∙의결해야 한다.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에 대해 별도의 ‘특례시’라는 행정적 명칭을 부여해 자율성을 주는 방안도 담겼다.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이날 기자브리핑에서 “100만 넘는 대도시의 경우 10만 이하의 시군들과 같은 정도의 조직권과 재량밖에 없다는 말을 많이 해 권한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인구 100만 이상 대도시는 수원, 고양, 용인, 창원 4곳이다.
주민투표와 주민소환 개표 요건(투표율 3분의 1)도 폐지된다.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주민투표(2004년 도입)와 주민소환(2007년 도입) 제도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주민투표와 주민소환 모두 각각 8차례 밖에 시행된 적이 없다. 이렇게 되면 2011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때처럼 저조한 투표율로 인해 투표함 개봉조차 못하는 사태는 없어지게 된다. 오 전 시장은 당시 서울시의회가 무상급식 조례안을 통과시키자 이에 반발해 시장직을 걸고 주민투표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투표율(25.7%)이 33.3%에 못 미쳐 투표함을 미처 열지도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또 주민투표 대상 범위를 ‘지자체의 주요 결정사항’으로 확대한다.
주민감사청구가 가능한 서명인 수 기준도 시도 기준 500명에서 300명으로 완화된다. 청구가 가능한 기간도 현재 2년에서 3년으로 연장된다. 2000년 도입 이후 주민감사청구 건수는 연 평균 18건에 그쳐, 이 역시 주민이 지자체 사무를 감시하도록 한다는 본래 목적이 퇴색된 상태다. 또한 조례안제출권과 주민감사청구권이 가능한 기준 연령을 만 19세에서 18세로 완화하는 방안도 도입한다.
개정안엔 지방정부의 조직 운영 자율성을 확대하기 위해 시도에 특정 분야를 전담하는 부단체장 1명을 조례로 추가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담겼다. 특히 인구 500만 이상 지자체는 2명까지 추가로 부단체장을 둘 수 있도록 해, 서울시와 경기도의 경우 최대 부시장(부지사)직이 5명(현재 3명)까지 늘어날 수 있게 됐다.
이번에 마련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은 입법예고를 거쳐 연내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방무 행안부 자치분권제도과장은 “대의민주주의를 보완하는 직접민주주의 방안을 확대한 게 핵심”이라며 “단체장과 의회에 소외됐던 주민의 목소리가 직접 전달되도록 길을 터주자는 취지”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기념사에서 “지방분권 개헌 추진이 안타깝게 무산됐지만 정부의 의지는 변함이 없다”면서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향한 실천을 최대한 계속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9월 정부는 지자체의 실질적 자치권과 주민자치를 확대하는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발표했고 그 실행을 위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경주=송옥진 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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