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公人)인 정치인을 상대로 ‘종북’이나 ‘주사파’라고 비판한 행위는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정치적 표현에 대한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가능하면 보장해 줘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ㆍ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30일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와 남편 심재환씨가 미디어워치 대표고문 변희재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변씨는 2012년 3월 자신의 트위터에 이 전 대표 부부를 ‘종북 주사파’, ‘종북파의 성골쯤 되는 인물’이라 표현하며 비판했다. 그러자 이 전 대표 부부는 자신들의 명예가 훼손됐다며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고, 1심(2013년 5월)과 2심(2014년 8월)은 이 표현이 명예훼손에 해당된다고 보아 변씨에게 1,500만원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번에 대법원은 이런 표현이 정치적 의견 표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명예훼손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정치적 표현에 의한 명예훼손 등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는 문제에는 신중해야 한다”며 “명예훼손이나 모욕에 대해 과도한 책임 추궁을 하는 것이 정치적 의견 표명이나 자유로운 토론을 막는 수단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이 사건 당시 이 전 대표는 국회의원이자 공당 대표였고, 남편 역시 공인 또는 이에 준하는 지위에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박정화ㆍ민유숙ㆍ김선수ㆍ이동원ㆍ노정희 대법관은 “종북이나 주사파라는 말은 특정인들을 민주적 토론의 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한 공격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다”라며 불법행위가 성립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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