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체감경기가 1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앞서 소비심리 지수도 같은 기간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로 정국 불안이 고조됐던 재작년 말 수준으로 후퇴하는 양상이다.
30일 한국은행의 ‘10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이달 전체 산업의 업황 BSI는 지난달(75)보다 2포인트 떨어진 73을 기록했다. 2016년 12월(73) 이후 가장 낮다. 6월(80) 이후 3개월 연속 하락하던 지수값은 지난달 소폭 반등했다 도로 하락했다. BSI는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로, 지수값이 100 미만이면 경기를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미중 무역분쟁 격화에 따른 수출 타격 우려가 업황 BSI 악화의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실제 수출기업의 업황 BSI는 지난달 82에서 1년 10개월 만에 최저치인 77로 5포인트나 급락했다. 서비스업에 비해 수출경기에 민감한 제조업 업황 BSI 역시 한 달 새 2포인트(73→71) 떨어져 2016년 10월(71) 이후 2년 만에 가장 낮았다. 업종별로는 화학(-17포인트)과 전자영상통신(-5포인트)이 크게 하락했다.
경기가 나아질 것이란 기대감도 사라졌다. 기업들의 다음달 경기 전망을 뜻하는 업황 전망 BSI는 4포인트(77→73) 감소했다. 8, 9월만 해도 업황 BSI를 웃돌며 기업의 경기 개선 기대를 보여줬던 업황 전망 BSI가 7월(73) 이후 석 달 만에 다시 연중 최저치로 떨어진 것이다.
앞서 발표된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월보다 0.7포인트 내린 99.5를 기록, 기준치(100) 아래로 내려갔다. 지난해 말(110.6) 대비 11포인트 이상 낮은 수치로, 올해 들어 경기를 비관하는 소비자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다.
이훈성 기자 hs0213@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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