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광석이를 위해 한 잔.” 남북의 병사들이 지하 벙커 좁은 공간에서 가수 김광석을 함께 추모하는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저 장면을 보면서 ‘과연 저런 공간이 실재할까’라는 의문을 가진 적이 있다. 남한 병사 이수혁이 수시로 방문한 벙커는 ‘돌아오지 않는 다리’ 건너 북측 초소의 지하공간 어디쯤으로 영화는 묘사하고 있다. 남북 대치의 공간을 로맨틱한 비현실 세계로 바꿔 놓았던 저 장면에 대한 궁금증이 최근에야 풀렸다. JSA 비무장화 검증 과정에서 북한측 초소의 지하 벙커가 공개되면서다.
□ JSA는 비무장지대(DMZ) 내 군사분계선(MDL) 상에 위치한 동서 800m, 남북 400m의 장방형 공간이다. 1953년 휴전회담 당시 정전협정을 조인한 장소로, 이후 군사정전위원회 본부 설치 합의에 따라 유엔과 북한측이 함께 경비하는 구역으로 탈바꿈했다. DMZ라는 점 때문에 경비병력은 비무장이었고 쌍방의 군정위 관계자들은 구역 내에서 자유로이 왕래했다. 그러다 76년 북한의 도끼만행사건을 계기로 MDL을 표시하는 콘크리트 경계선이 그어졌고 영화처럼 무장 경비병력의 삼엄한 대치 현장이 됐다.
□ JSA 내 시설로는 MDL 선상에 위치한 파란색 건물 3개 동이 단연 눈에 띈다. 우리 측에서 봤을 때 왼쪽부터 중립국감독위 회의실(T1), 군사정전위 본회의실(T2), 군사정전위 소회의실(T3)이다. T2의 경우 일반인도 판문점 투어를 신청하면 내부를 둘러볼 수 있다. 남북 공용인 건물 내부에는 MDL의 경계가 없기 때문에 잠시 북한 땅으로 넘어가는 ‘이색 체험’도 할 수 있다. 파란색 건물을 사이에 두고 연락업무를 수행하는 우리측 자유의 집과 북측 판문각이 마주 보고 있다. 그 뒤편으로 남북회담 시설인 평화의 집과 통일각이 역시 마주하고 있다.
□ 남북 및 유엔사가 판문점 JSA의 비무장화 작업을 완료함으로써 JSA가 도끼만행사건 이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간다. MDL 경계는 사라지고 외국인 관광객 등 JSA를 찾는 일반인들은 북측 판문각이나 통일각을 마음대로 둘러볼 수 있게 된다. 다만 각기 남북 출입구를 통해 들어온 일반인이나 외국인들이 무단 월북 또는 월남할 가능성에 대비한 시설공사로 JSA의 자유왕래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JSA의 개방과 함께 영화 속 장면들도 추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게 됐다.
김정곤 논설위원 jk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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