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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핫&쿨] 이탈리아 와인산업, 기후변화 직격탄

입력
2018.10.29 17:33
수정
2018.10.29 19:31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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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투스카니 지역에서 한 포도 재배 농민이 와인을 만들기 위해 수확한 포도들을 박스에 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탈리아 투스카니 지역에서 한 포도 재배 농민이 와인을 만들기 위해 수확한 포도들을 박스에 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제 이런 게 거의 표준이 됐어요.”

이탈리아 북동부 프리울리-베네치아주 라우셰도 지역에 사는 포도 농장주 리비오 살바도르(64)는 뜨거운 햇빛에 말라 쪼그라든, 어두운 갈색빛 포도송이를 한 움큼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키우는 포도의 10% 정도는 그냥 버릴 수밖에 없다”며 “거의 열대기후가 되어 가고 있다”고도 한탄했다. 프로세코(prosecco), 피노그리지오(pinot grigio) 등 이탈리아 화이트 화인의 대표 생산지로 명성 높던 이 지역이 지구촌 기온 상승을 보여주는 ‘안내 표지판’이 됐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28일(현지시간) WP 보도에 따르면 이탈리아 와인 산업이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은 포도 재배 농장과 함께 위기를 맞고 있다. 온난화가 포도 생산 방법이나 장소의 변경을 불가피하게 만들면서, 글로벌 와인 산업의 재편도 시작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북동부 지역은 고대 로마 시대부터 와인 재배의 최적장소로 꼽혀 왔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바뀌었다. 평균 기온 상승 때문이다. 기온이 높아지면 포도 속 당분이 더 빨리 알코올로 발효돼 향과 맛이 이전과는 다르게 변한다. 최근 이 지역에서 열린 ‘와인 산업과 기후변화’ 토론회에서 농업연구소 디에고 토마시 연구원은 “1990년대 내내 최대 기온이 섭씨 35도 이상인 경우는 한두 번이었던 데 반해, 올해는 벌써 13일이나 됐다”며 “특정 기후조건을 고려한 포도밭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도 재배, 다시 말해 와인 산업도 기후변화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일부 와인 생산업자들은 포도농장을 해발 고도가 좀 더 높은 지역으로 옮기기도 했다.

문제는 와인업자들에게 이런 변화가 ‘모험’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와인의 상업적 정체성과 가치는 테루아르(terroirㆍ포도 재배 환경)에 의해 좌우되는데, 여기에 중대 변화가 생기는 것이기 때문이다. WP는 “와인 생산자들은 기후 변화 논의 자체를 꺼린다”며 “그러나 이제 포도 재배의 변화를 부정할 수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농민들은 포도가 받는 열을 식힐 새로운 관수 체계, 포도나무 잎을 늘리는 ‘그늘 전략’을 실험하는 등 위기 타개를 위한 묘수를 찾고 있다. 아예 잎을 일찍 잘라내 버려 포도를 더위에 더 익숙해지도록 하는 농장주도 있다. 피타르스 포도원을 운영하는 파울로 피타로(54)는 “청소년 시절에는 포도 수확철이 10월이었는데, 20대에는 9월로 변하더니 이제는 8월 말로 당겨졌다”며 “이는 기후변화와 기술변화, 모두와 관련돼 있다”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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