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중국발 사드 정국
관광객 감소에 따른 화장품 브랜드숍들의 어려움 가중
화장품 멀티 브랜드숍 아리따움 편집숍 전환 선언
원브랜드숍 스킨푸드 기업회생 절차 결정
화장품 오프라인 유통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2015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THAAD) 배치를 둘러싼 논란과 함께 중국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위기를 맞은 국내 로드숍들이 새로운 변신에 나서면서 화장품 유통업계가 오랜만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는 것.
그동안 국내 화장품 업계에는 유통 지각변동을 10년 주기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었다. 10년마다 유통에 새로운 변화가 찾아온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80년대 국내 화장품 시장을 주도했던 방문판매 유통은 90년대 들어 탄생한 화장품 전문점들과 점유율을 나누게 되었으며 다시 백화점과 온라인 유통의 성장으로 시장이 고가와 중저가로 양분되는 현상을 보였다.
이후 2002년 화장품 브랜드숍 유통이 탄생하면서 화장품 전문점들의 자리를 화장품 브랜드숍들이 차지하게 되었고, 화장품 업계는 다시 백화점과 방문판매, 화장품 브랜드숍과 온라인 및 홈쇼핑으로 점유율을 나누게 된다.
화장품 브랜드숍이 최고점을 찍었던 2010년 전후로는 화장품 브랜드숍들의 시장 점유율이 40%에 육박하며 전체 화장품 시장에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치열한 업계 경쟁을 시작으로 헬스&뷰티숍들의 성장과 편집숍들의 등장, 온라인과 홈쇼핑 유통의 강세로 화장품 브랜드숍 성장세가 주춤하기 시작했으며 2015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중국발 사드 정국으로 관광객들이 급감하면서 화장품 브랜드숍들의 새로운 변화 목소리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최근 국내 화장품 로드숍의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는 아리따움이 편집숍으로 새로운 옷을 갈아입게 되면서 국내 화장품 유통은 또 한번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리따움의 편집숍 전환
아리따움은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 갖는 상징성이 크다. 국내 화장품 1위 기업인 아모레퍼시픽이 국내 최초로 만든 멀티 브랜드숍 휴플레이스를 전신으로 하고 있는 것도 이유지만 그동안 로드숍에서 전개되던 대부분의 마케팅이 여기서 유례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타사 제품을 판매하던 휴플레이스가 자사 브랜드를 판매하는 아리따움으로 변신한 것이 2008년인 것을 생각하면 화장품 유통 변화 10년설이 다시 재현되고 있다는 예측에도 힘이 실린다.
아리따움은 2008년 9월 사업 시작 3개월 만에 1,000점을 돌파하고 2018년 현재, 전국 약 1,300여개의 매장을 통해, 그동안 국내 뷰티 시장의 트렌드를 선도해 왔다.
화장품 브랜드숍 가운데 처음으로 가맹사업을 시작했으며 자체 PB 브랜드, 빅데이터를 통한 고객 분석, 유료 멤버십 제도 도입, 1:1 맞춤 뷰티 솔루션 제공 등 다양한 로드숍 마케팅을 시작하기도 했다.
그런 대표성을 갖고 있는 아리따움이 최근 타사 브랜드를 입점시키면서 편집숍으로 새로운 옷을 갈아입었다.
이러한 아리따움의 변화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매출 부진으로 분석된다. 매출이 급감하면서 새로운 전략 마련이 필요했고 이는 매년 매장 리뉴얼을 단행한 아리따움의 행보가 증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관광객 감소에 따라 매출 감소 현상을 보이고 있는 다른 로드숍들도 변화에 나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올리브영을 중심으로 한 헬스&뷰티숍의 공격적인 프로모션과 신규 편집숍의 등장으로 고객들을 양분하게 되었고 자체 히트 제품 개발 보다는 트렌드 제품 위주의 시즌 경쟁으로 충성 고객을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계속되는 할인 경쟁과 본사의 유통 다각화 정책에 따라 가맹점주들이 잇달아 이탈하면서 직영점이 확대되고 있어 새로운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과 경쟁관계인 LG생활건강의 멀티 화장품 브랜드숍인 네이처컬렉션도 최근 VT 코스메틱과 방탄소년단이 콜라보레이션한 제품을 독점 론칭하며 타사 제품 입점을 통한 편집숍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 최초의 푸드 코스메틱 컨셉으로 론칭해 한때 국내 원브랜드숍 매출 2위까지 성장했던 스킨푸드가 현금 유동성 대비 과도한 채무로 인해 기업회생 절차에 나선 것도 국내 화장품 업계에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오고 있다.
화장품 브랜드숍 시대 지고 편집숍 시대 오나?
아리따움의 편집숍 전환은 이미 업계에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 오고 있다. 이른바 ‘독점 공급 브랜드’들로 불리던 헬스&뷰티숍 브랜드들이 아리따움으로 전환하거나 유통망을 확대했으며 경쟁사인 LG생활건강의 멀티 브랜드숍도 타사 브랜드 입점을 시작한 것이다.
이미 일부 원브랜드숍들은 직영점 비율이 높아지면서 홈쇼핑 등 새로운 유통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으며 가맹사업 전개가 어려워지면서 일부 원브랜드숍들은 전략을 수정해 편집숍과 홈쇼핑 등에 입점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세포라 등 아직 국내에 진입 하지 않은 해외 유명 편집숍의 국내 시장 진출에 대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국내 헬스&뷰티숍 선두 그룹인 올리브영과 랄라블라(구 왓슨스), 롭스 등도 마케팅을 강화하며 공격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다.
또한 유통 대기업들이 론칭한 새로운 헬스&뷰티숍과 화장품 편집숍들이 무서운 속도로 제품 신규 입점과 매장 확장에 나서면서 국내 화장품 로드숍 시장은 헬스&뷰티숍과 편집숍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2015년 이후 멀티 브랜드숍은 물론 원브랜드숍들의 매출은 매년 큰폭으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헬스&뷰티숍 매출은 크게 늘고 있다. 이미 헬스&뷰티숍 대표 주자인 올리브영은 매출 1조를 넘었고 올해는 2조원 돌파도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화장품 원브랜드숍들도 시장 상황에 따라 새로운 옷을 갈아입을 수 있다는 예측들이 나오고 있다. 서브 브랜드를 통해 타 유통을 공략하는 것에는 매출 부진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최근 헬스&뷰티숍과 편집숍의 선전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기업 중심의 헬스&뷰티숍과 편집숍 확장이 결국 과도한 가격 할인 경쟁으로 과거 화장품 전문점의 붕괴처럼 국내 화장품 업계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예측이다.
실제로 최근 국내 화장품 브랜드숍과 헬스&뷰티숍들은 계속해 할인 기간과 할인 폭을 높이고 있으며 부가적인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편집숍의 경우 결국 입점 업체들의 부담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과도한 할인 경쟁으로 제품의 질이 떨어지고 결국 소비자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는 상황이다.
최지흥 뷰티한국 기자 jh9610434@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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