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유대교 회당에서 벌어진 총기 난사로 11명이 숨지고 6명이 다친 것으로 최종 집계됐다. 또 총기 난사범인은 이전부터 반 유대주의 및 백인 우월주의 성향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음달 6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가뜩이나 표심이 치열하게 맞붙는 미묘한 시점에 극단적인 행동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증오범죄가 발생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8일 외신에 따르면 27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스쿼럴힐의 유대교 회당 ‘트리 오브 라이프’에 백인 남성 로버트 바우어스(46)가 난입해 “모든 유대인은 죽어야 한다”고 외치며 수분 간 총기를 난사했다. 10분 만에 출동한 무장경찰과 정문에서 마주친 바우어스는 도망쳐 3층 방에서 교전을 벌이다 총상을 입고 투항했다. 바우어스는 AR-15 소총 한 정과 3정의 권총을 지녔다.
사건 당시 회당에서는 75명 신도가 3개의 방으로 나뉘어 갓 태어난 유아들의 이름을 짓는 토요 오전 예배가 한창이었다. 스쿼럴힐은 유대인 밀집 지역으로 주민의 48%가 유대인이다. 피츠버그 당국은 28일 “희생자는 54~97세인 고령의 성인들”이라며 “부상자 가운데 4명은 교전을 벌인 경찰”이라고 밝혔다. 사망자 중 최고령인 로즈 말링거(97) 할머니는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에서도 살아남았지만 화를 피하지 못했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바우어스는 평소 이웃과 거의 접촉하지 않았지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활동이 활발했다. 극우주의자들이 애용하는 사이트에 “유대인은 사탄의 자식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국수주의자가 아니라 세계주의자”라는 글을 올렸다. 특히 범행 전 자신의 SNS에 “HIAS는 우리 국민을 살해하는 침략자들을 데려오는 걸 좋아한다”고 강력 비난했다. HIAS(히브리인 이민 지원 협회)는 1881년 맨하탄에서 출발한 유대계 친 이민단체로 2차 대전 당시 유대인의 유럽 탈출을 도왔고, 현재는 다양한 종교의 난민ㆍ망명 신청자를 지원하고 있다. 바우어스는 21정의 총기를 등록했지만 교통법규 위반 외에 별다른 범법행위는 없었다. 그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사건 현장에서 차로 25분 떨어져 있다. 바우어스의 첫 심리는 29일 열린다. 검찰은 증오범죄, 총기살인, 자유로운 종교신념행사 방해 등 29개 연방범죄 혐의를 적용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사형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민주당 인사들을 겨냥한 연쇄 폭발물 소포에 이어 백인 증오범죄까지 발생하자 일주일 남은 선거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이 사악한 반유대주의 공격은 인류에 대한 공격”이라고 비난하며 유대교 랍비를 초청해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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