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위원 4명 중 원자력 전공자 한명도 없어
원전 안전 맡겨도 되나 우려 커져
결격사유 논란에 휩싸인 강정민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결국 사퇴했다.
여ㆍ야의 집중 공격 속에 지난 7월 이후 5명의 위원이 사퇴해 결국 원안위에는 4명의 위원만 남았고 이 중 원자력 전공자는 한 명도 없다. 원안위에 원전의 안전을 맡겨도 되는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원안위에 따르면 강 위원장이 이날 오전 청와대에 제출한 사표가 곧바로 수리됐다. 임기 3년 중 1년도 채우지 못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야당이 제기한 결격사유 논란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원안위 국감에서 최연혜(자유한국당)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은 강 위원장이 2015년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위탁한 국가연구개발과제에서 출장비를 지원받아 미국에서 열린 국제회의에 참석했다는 점이 원안위원 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관련 법은 최근 3년 이내 원자력 이용자의 사업에 관여한 경우를 위원의 결격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강 위원장의 사퇴로 원전 안전 관련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 원안위 회의에 참석할 위원 중 원자력 전문가가 없어졌다. 원안위는 상임위원 2명(원안위원장, 사무처장)과 비상임위원 7명으로 구성된다. 비상임위원은 정부가 3명, 국회가 여야 각 2명씩 추천한다. 지난 7월 원안위는 원자력연에서 연구비를 지원받은 위원 3명과 원자력계에 오래 종사한 1명이 동반 제출한 자진사퇴 의견을 받아들여 해촉했다.
학계는 원안위가 법에 명시된 ‘원자력 이용자’의 기준을 오락가락 해석해왔다고 지적한다. 감사원에 따르면 원안위는 2015년까진 원안위 위원 검증 과정에서 한수원과 원자력연과의 연관성 자료를 받아 검증했으나, 2016년부터는 한수원과의 연관 자료만 받았다. 하지만 지난 7월 비상임위원 해촉 직전, 감사원은 ‘원자력 이용자’ 기준이 2016년 축소된 것을 지적하며 원자력연을 포함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 에너지 전공 교수는 “연구기관의 과제나 자문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은 학계에서 전문가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의미여서 오히려 원안위 위원으로 결격”이라며 “원자력 이용자에 연구기관까지 포함하면 원자력 전문가는 원안위 위원이 될 수 없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임종윤 원안위 혁신기획담당관은 “위원 자격 관련 법 규정을 개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원안위의 기능 마비의 근본 원인은 ‘탈원전’ 등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이 여ㆍ야 대립의 최전선이 됐기 때문이다. 월성 1호기 계속 운전을 승인한 김용환 직전 위원장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여권의 압박에 임기를 못 채우고 사퇴했다. 원자력을 전공한 원안위 일부 국장도 다른 부처로 발령 나거나 퇴사했다. 야당이 강 위원장의 사퇴를 집요하게 요구한 이면에는 그가 신고리 5, 6호기 건설 재개 공론화 당시 반대 진영에 서면서 야당의 ‘미운털’이 됐다는 게 원자력계에서는 공공연한 해석이다. 원안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해 원전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대통령의 공약은 아무런 진전이 없다. 한 원자력 전문가는 “원전 안전의 필수 조건인 독립성과 전문성이 무너진 원안위가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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