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남북에 등재권고 판정
내달 최종 확정 전 적극 추진할 듯
남북한이 각각 등재 신청한 씨름이 인류무형문화유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남북 공동으로 문화유산이 사상 처음으로 등재될 가능성도 커졌다.
문화재청은 한국 정부가 대표목록에 등재를 신청한 ‘대한민국의 씨름(전통 레슬링)’이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평가기구의 심사 결과에 따라 등재권고 판정을 받았다고 29일 밝혔다. 북한이 신청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씨름(한국식 레슬링)’도 함께 등재권고 판정을 받았다. 씨름의 등재가 최종 확정되면 남한은 20번째 문화유산을 보유하게 된다.
남북한이 나란히 등재권고 판정을 받으면서 남북 공동등재의 길도 열렸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프랑스 국빈방문 일정으로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만났을 때 씨름의 남북 공동등재 추진을 제안 받았다. 아줄레 사무총장과 공동등재에 관해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유네스코의 도움을 받아 공동등재 추진이 적극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씨름은 2014년 남북이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공동등재 신청을 하려다 2015년 북한이 단독으로 신청하면서 무산됐다. 하지만 “무형유산이 아니라 남성 중심 스포츠 관점으로 신청서가 서술됐고, 국제적으로 기여할 부분과 관련 공동체 보호 조치에 대한 설명도 없다”는 이유로 북한의 단독 등재는 실패했다. 남한은 2016년 별도로 유네스코에 씨름의 등재를 신청했다. 북한은 지난해 신청서를 다시 제출했다.
남북 해빙 분위기로 공동등재 여건은 조성됐다지만 문제는 시간이다. 북한이 공동등재에 합의해도 시일이 촉박하다. 남북한의 합의가 이뤄지면 양측이 따로 낸 신청서를 철회한 후 공동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씨름의 문화유산 등재 여부는 다음달 26일부터 12월 1일까지 아프리카 모리셔스 포트루이스에서 개최되는 제13차 무형유산보호 정부간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된다.
박형빈 문화재청 세계유산팀 연구관은 “공동등재 신청서 등 관련 서류는 공동등재가 최종 결론이 난 후 추후에 제출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올해 세계유산에 등재된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도 평가기구가 신청 내용과 달리 4곳 등재를 권고하자 문화재청이 신청서를 보강한 후 다시 제출해 7곳 등재로 최종 결론이 났다.
남북한은 앞서 아리랑과 김치 담그기(남한은 김장)를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따로 등재한 바 있다. 핵심적인 평가는 유사하지만, 남북한이 유네스코가 각각 가입돼 있어 별도로 등재가 이뤄졌다. 박 연구관은 “이번 공동등재가 성사되면 남북간 동질감을 회복하고 인류무형문화유산의 보존, 전승에도 협력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 기대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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