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X 세종역 신설 문제가 국정감사를 거치며 충청권 집안 싸움에서 여의도의 정치 이슈로 번지고 있다. 호남권 국회의원들이 신설을 전제로 입장 정리를 하기 위해 회동키로 하자 충북 국회의원들도 대응책 마련을 위해 긴급 회동에 나서기로 해 지역 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무소속 이용호(전북 남원ㆍ임실ㆍ순창) 의원실에 따르면 호남권 국회의원들은 31일 오전 7시 30분 국회 귀빈회관에서 조찬모임을 갖는다. 모임은 이 의원과 바른미래당 김동철(광주 광산갑) 의원이 제안하고, 민주평화당 윤영일(전남 해남ㆍ완도ㆍ진도) 의원까지 동의하면서 최종 결정된 것으로 전해진다.
호남권 의원은 전남북 각 10명, 광주 8명 등 총 28명으로, 정당별로는 민주평화당(14석)과 바른미래당(6명), 더불어민주당(5명)으로 구성돼 있다. 무소속 의원도 3명 있다. 이 가운데 이미 절반 넘는 의원이 조찬 모임 참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모임에선 ‘세종역을 신설을 포함한 호남 KTX 직선화’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천안아산과 오송, 공주, 익산을 잇는 현재의 휘어진 노선이 아닌 선로를 새로 깔아 천안아산~세종~익산을 직선으로 연결하자는 것이다.
이는 국감에서 이 의원은 물론, 국회 부의장인 바른미래당 주승용(여수을) 의원과 민주평화당 대표인 정동영 의원(전주병) 등 호남지역 국회의원들이 언급한 사안이기도 하다.
이 의원은 지난 14일 국감에서 “KTX 세종역을 신설하자는 이해찬 대표의 주장을 지지한다”고 밝혔고, 16일과 17일에도 “세종역이 포함된 호남 KTX 단거리 노선을 건설하는 게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입장을 연달아 내놨다.
주 의원은 지난 22일 한 술 더 떠 “충북의 눈치를 볼 것 없이 KTX 세종역을 신설해야 한다”고 한 데 이어 다음날 충북도에 대한 국감에서 “지역이기주의가 아닌 지역 상생으로 (KTX 세종역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고 강경 발언을 잇따라 쏟아냈다.
호남권 의원들이 이날 모임을 통해 호남 단거리 노선을 담은 KTX 세종역 신설을 한 목소로 요구할 경우 이를 정부가 외면하는 것은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여당인 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민주당의 정치적 뿌리인 호남 정치권까지 공론화에 나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KTX 세종역 신설 여론이 호남 정치권까지 확산하자 위기감이 커진 청주시의회는 지난 26일 임시회를 열고 여야 의원을 막론해 참여한 KTX 세종역 신설 반대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충북지역 국회의원들은 28일로 예정했던 이시종 충북지사와의 면담을 취소한 데 이어 대응책 마련을 위해 30일 긴급 조찬회동을 가질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호남과 충북 국회의원들의 회동은 KTX 세종역 문제가 충청권을 넘어 여의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국회 논의를 거쳐 KTX 세종역을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고, 상생 방안도 찾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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