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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국내 인구 10%가 이민자… 배타적 인식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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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년 국내 인구 10%가 이민자… 배타적 인식 바꿔야”

입력
2018.10.30 04:4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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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한업 교수 ‘차별의 언어’ 출간 

 “우리ㆍ국민여동생ㆍ베트남신부 등 일상어에 차별의식 배어 

장한업 이화여대 교수는 “한국이 금연에 성공한 나라가 된 데에는 정부와 언론이 흡연의 폐해를 지속적으로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민자에 대해서도 ‘차이를 차별하게 되면 막대한 갈등,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장한업 이화여대 교수는 “한국이 금연에 성공한 나라가 된 데에는 정부와 언론이 흡연의 폐해를 지속적으로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민자에 대해서도 ‘차이를 차별하게 되면 막대한 갈등, 사회적 비용을 발생시킬 것’이라는 메시지를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인기 기자

올 6월 제주도에 도착한 예멘 난민 481명 중 361명(9월 1차 심사대상자 23명 포함)이 최근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으면서 난민 찬반 논란이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스웨덴에서 발생한 성폭력의 92%가 이슬람 난민에 의한 것이고 피해자 절반이 아동이다, 아프간 이민자의 성범죄율이 내국인보다 79배가 높다….’ 난민 수용과 반대로 나뉜 여론의 대립, 그 과정에서 대량 살포된 가짜뉴스는 ‘외국인 300만명 시대’(2021년 예상, 이희용 ‘세계시민교과서’) 갈등의 서막일지도 모른다.

“1990년 한국의 외국인 거주자가 5만 명, 전체 인구의 0.1%였어요. 한데 2007년에 100만 명, 2016년에 200만 명이 됐고 현재 225만 명이에요.” 24일 서울 대현동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만난 장한업 불어불문과 교수는 “한국 내 이민자가 급속도로 느는데 반해 이들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은 예전과 다름없다. 이민자에 대한 차별의식을 지금처럼 고집한다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통상 외국인 범죄율은 내국인 범죄율보다 낮습니다. 이민자가 타국에서 경제활동을 하려면 법적인 문제를 만들면 안 되니까요. (이민자들은) 집단의 차별에도 참고 견디지만, 전체 인구의 10%가 되는 시점에는 불만을 참지 않고 폭발합니다. 현재 추정으로 국내 인구 10%가 이민자로 채워질 시점은 2030년입니다. 12년 남았죠.” 외국인 거주자, 이민 2세대가 급속도로 느는 현실에서, 이민자에 대한 한국인의 배타적 태도와 정책을 바꾸는 건 개인의 기호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말이다.

장한업 교수가 ‘차별의 언어’(아날로그 발행)를 쓰게 된 배경이다. 그는 이 책에서 ‘우리나라’ ‘쌀국수’ ‘국민여동생’ 등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쓰는 말을 통해 한국인의 시대착오적인 단일민족 의식, 차별 의식을 고찰한다. “한국인은 우리나라, 우리말 등 ‘우리’라는 말을 참 좋아해요. 기차를 타도 ‘우리 열차가 몇 시에 부산에 도착한다’는 식으로 안내하잖아요? ‘우리’란 말의 어원은 울타리인데, 자신이 속한 집단을 둘러싸는 속성이 있어 울타리 안팎의 사람을 갈라놓지요. 과하게 사용하면 다른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배척당할 수밖에 없어요.” ‘틀리다’와 ‘다르다’를 혼용하는 한국인의 언어 습관은 차이를 틀린 것으로 생각하는 인식을 반영한다. ‘국민 여동생’, ‘골프의 여왕’ 같은 비유에는 집단주의와 국군주의의 갈망이 숨어있다.

'차별의 언어'를 낸 장한업 이화여대 다문화연구소 소장. 홍인기 기자
'차별의 언어'를 낸 장한업 이화여대 다문화연구소 소장. 홍인기 기자

차별의 언어는 나라와 인종마다 다르게 작동한다. 재외동포인 조선족은 재중동포라고 부르지 않는다거나 한국인 결혼이주여성을 ‘베트남신부’ ‘캄보디아신부’ 식으로 출신국을 강조해 부르는 현실이 대표적인 사례다. 베트남의 퍼(pho)는 ‘쌀국수’로 부르면서 이탈리아의 스파게티는 밀국수가 아니라 그대로 스파게티로 부른다.

물론 장 교수도 이런 차별의 언어에 처음부터 민감한 건 아니었다. 장 교수는 “2009년 무렵 교육학 관련 연구를 진행하면서 유럽의 ‘상호문화교육’을 알게 됐다. 다문화교육이 이민자 가정, 국제결혼 가정 자녀를 한국사회로 동화하는 교육이라면, 상호문화교육은 이들을 대하는 일반의 인식을 바꾸는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다문화교육은 미국 여성 결혼이민자의 자녀들이 학교에 입학하며 확산된 개념이에요. 이 말이 국내에 소개되면서 ‘다문화가정’이라는 말도 생겨났습니다. 한데 미국은 본래 다민족국가, 이민자의 나라로 시작한 데 반해 유럽은 양차대전 후 노동력을 보완하기 위해 이민을 받아들였거든요. 저는 한국 현실에 필요한 건 다문화교육보다는 상호문화교육이라고 봐요.” 장 교수는 2014년부터 이화여대 일반대학원에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을 만들어 주임 교수를 맡았고, 현재 다문화연구소 소장도 겸하고 있다.

장 교수는 “이주민에 관한 용어를 어차피 구분해서 써야 한다면, 누구나 들어도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용어를 쓰자”고 덧붙였다. 외국인 근로자를 경제 이민자, 탈북자와 난민은 정치 이민자, 다문화 가족을 결혼 이민자 등으로 쓰는 식이다.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말했습니다. 인간은 언어를 통해서 사고하고 존재합니다. 언어를 잘못 쓰면 잘못된 사고를 할 수 있지요. 인식을 전환하는 첫 걸음은 자신과 자기 문화에 대한 통렬한 비판적 성찰입니다. 이 책이 비판적 성찰이 도움이 된다면 더 바랄게 없겠습니다.”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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