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레스터시티의 태국인 구단주 위차이 시왓다나쁘라파(61)가 헬기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공식 발표가 나오면서 팬들 사이에서 그의 생전 모습을 추억하는 추모의 물결이 퍼져나가고 있다. 태국 면세점 사업가로 억만장자가 된 성공 스토리부터 홈 팬들에게 무료로 핫도그와 맥주를 제공하고 리그 우승 후 팀 선수 전원에게 고급 스포츠카를 선물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일화들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A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시왓다나쁘라파는 운영하던 상점을 태국 최대의 면세점 ‘킹파워’ 체인으로 성장시킨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1989년 태국에서 면세점 허가를 받은 후 연간 5,000만명 안팎의 이용객을 가진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 등에서 사실상 면세점 사업을 독점하면서 급격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지난 해에는 벨기에 2부 리그 팀인 OH 루벵(Oud-Heverlee Leuven)도 사들여 축구계 영토를 넓혀갔다. 그가 회장으로 있는 킹파워 그룹은 항공업에도 진출해 2억2,600만 달러(약 2,600억원)에 달하는 저가항공사 타이 에어아시아의 지분을 인수하기도 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포브스에 따르면 태국에서 5번째 부호인 것으로 알려진 시왓다나쁘라파 구단주의 자산은 49억달러(약 5조6,000억원)에 이른다.
시왓다나쁘라파의 재산 증식에는 레스터시티 역시 큰 몫을 담당했다. 2010년 2부 리그인 챔피언십에 속했던 레스터시티의 인수 가격은 가격은 3,900만파운드(약 570억원) 가량이었지만 포브스는 구단의 현재 가치가 3억7,100만 파운드로 10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시왓다나쁘라파의 인수 후 레스터시티는 지속적인 투자에 힘입어 2014년 EPL로 승격했으며 2015~16 시즌에는 창단 132년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시즌을 앞두고 축구평론가들이 분석했던 레스터시티의 우승 확률은 5,000분의 1에 불과했다.
레스터시티의 이 같은 성장은 외국인 구단주들에 대한 팬들의 부정적 인식도 바꿨다. 2015~16 시즌 후반 레스터시티가 리그 1위 자리에 올랐을 때 구장에 모인 3만2,000여명의 팬들은 시왓다나쁘라파에게 기립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보통 돈 많은 외국인 구단주들은 팀의 전통과 팬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그는 이를 극복한 사례로 꼽힌다.
이런 인식 전환에는 시왓다나쁘라파의 적극적인 물량 지원도 적잖은 역할을 했다. 시왓다나쁘라파 구단주는 우승을 기념해 당시 선수 19명에게 가격이 10만파운드(약 1억5,000만원)에 달하는 BMW의 최고급 전기스포츠카 i8을 선물 했다. 2016년 자신의 생일에 열린 경기에서도 홈 팬들에게 맥주와 도넛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했다. 그 밖에 경기를 성공적을 마친 후에도 관중석을 찾은 팬들에게 태국 싱하(Singha) 맥주를 무료로 제공하기도 했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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