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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공조 8월부터 틈… 서울에서 ‘과거’인 북 비핵화 결정이 워싱턴에선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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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공조 8월부터 틈… 서울에서 ‘과거’인 북 비핵화 결정이 워싱턴에선 ‘미래’”

입력
2018.10.28 17:31
수정
2018.10.30 14:0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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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튼튼히 버텨줘야 ‘비핵화 속 평화’ 도달”

“민관ㆍ보혁 막론하고 대북 회의론이 워싱턴 대세”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CFR 사무실에서 한국 외교부 공동취재단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있다. 그는 “워싱턴과 서울 간 이견이 될 만한 틈은 이미 8월부터 보였다”고 했다. 워싱턴=외교부 공동취재단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CFR 사무실에서 한국 외교부 공동취재단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있다. 그는 “워싱턴과 서울 간 이견이 될 만한 틈은 이미 8월부터 보였다”고 했다. 워싱턴=외교부 공동취재단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네 번째 북한에 다녀온 지 1주일쯤 뒤의 워싱턴 외교가는 여전히 대북 비핵화 협상에 회의적인 분위기였다. 북한 주장대로라면 이미 자체 폐쇄했거나 해체를 시작한 풍계리ㆍ동창리 핵ㆍ미사일 시설을 사찰단에게 공개하겠다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약속도 미 유력 싱크탱크의 한반도 전문가들을 많이 움직이지는 못한 듯했다.

15일(이하 현지시간) 미 워싱턴 소재 미국외교협회(CFR) 사무실에서 한국 외교부 공동취재단과 만난 스콧 스나이더 CFR 한반도 담당 선임연구원이 무엇보다 강조한 건 한미 관계의 안정성이었다. 그는 “한국 언론은 운전석을 차지하는 사람이 문재인 대통령인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인지 김정은 위원장인지에 관심이 많아 보이지만, 정작 지금 우리가 점검해 봐야 할 건 차의 품질과 능력”이라고 지적했다. 목적지가 어디인지 누가 차를 운전하는지 지도가 정확한지보다 어쩌면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게 차의 상태라는 것이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라는 두 바퀴를 함께 붙잡아두는 축이 바로 한미동맹인데 ‘비핵화 속 평화’라는 목적지로 가는 길이 워낙 험한 만큼 축이 튼튼하게 버텨줘야 여정 중 차가 고장 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스나이더 연구원에 따르면 조짐이 좋은 건 아니다. “대북 제재 완화ㆍ해제 시기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대답(“한국은 미국 승인 없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이 한국 신문 1면을 장식한 건 지난주지만, 워싱턴ㆍ서울 간 이견이 될 만한 틈이 보였던 건 문 대통령이 남북 철도 연결을 제안하고 개성 남북 연락사무소 설치 문제로 한미가 논쟁했던 8월부터였다”며 그는 △제재의 효용 △군사 합의를 위한 사전 협의의 정도 △북한이 비핵화에 착수했는지 여부 등 세 가지 지점의 시각 차이가 한미 공조를 흔드는 균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제재 완화의 북한 비핵화 유도 가능성과 한반도 긴장 완화 조치의 필요성에는 자신 역시 이견이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북한을 비핵화 방향으로 확실히 이끌기 위해서는 제재 등 압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게 미 재무부 입장이고 안보 분야 사전 협의에 요구되는 수준과 구체성 등에 대한 양측의 인식 차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충분한 조율이 늘 필요하다고 스나이더 연구원은 조언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 일부 참모와 관료의 반미(反美) 전력에 대한 우려가 워싱턴에 있기 때문에 한국 정부가 사전 협의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아울러 과연 북한이 종전(終戰)선언 등 상응 조치를 요구할 수 있을 정도로 비핵화에 나섰는지를 놓고도 한미 판단이 크게 다르다는 게 스나이더 연구원 견해다. 그는 “평양 남북 정상회담 이후 문재인 정부와 가까이 있는 사람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결정을 ‘과거 시제’로 말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워싱턴 사람들은 이를 ‘미래 시제’로 이야기한다”며 “이런 시제 차이가 지속된다면 한미 간에 더 많은 긴장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헤리티지재단에서 한국 공동취재단을 만난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건 홍보 차원 성공”이라며 “대북 협상에 얽힌 많은 쟁점들을 다 이해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워싱턴=외교부 공동취재단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헤리티지재단에서 한국 공동취재단을 만난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추구하는 건 홍보 차원 성공”이라며 “대북 협상에 얽힌 많은 쟁점들을 다 이해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워싱턴=외교부 공동취재단

과거 대북 정보를 다뤄 본 워싱턴 전문가가 현재 한미 정부의 대북 협상 진전 속도를 보며 느끼는 불만은 더 깊었다. 보수 성향 싱크탱크 헤리티지재단 소속인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16일 한국 취재단에게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문 대통령, 폼페이오 장관 모두 김정은 위원장 속임수에 말려들고 있다. 북한이 동의하기는커녕 되레 거부하는 내용들에 대해 ‘동의했다’고 주장한다”며 “김대중 정부 햇볕정책의 영향을 많이 받은 문 대통령과 성과를 과대 포장하고 싶어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합의에 조바심을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북 회의론이 민관ㆍ보혁을 막론한 워싱턴의 대세라고 역설하기도 했다. 그는 “미 정부가 공개적으로는 문 대통령 노력을 지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미 정부 관계자들과 대화해 보면 상당수가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대해 우려하거나 분노하고 있다”며 “미 정부가 문재인 정부에 (남북관계 개선의) ‘속도를 늦추라’는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냈다”고 전했다. 중도 성향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소속인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과 진보 성향 브루킹스연구소의 박정현 한국 석좌 등 자신과 마찬가지로 미 중앙정보국(CIA) 대북 분석관 출신인 전문가가 모두 생각이 비슷하다며, 회의론이 성향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는 점도 부각했다.

워싱턴=외교부 공동취재단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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