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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회 사개특위 성공의 세 가지 조건

입력
2018.10.28 16:1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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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정식으로 출범했다. 자유한국당이 10월 18일 사개특위 위원의 명단을 확정함으로써 국회의 의결 이후 80여일 만에 사개특위가 겨우 구성되었다. 참으로 늦은 출발이다. 애초 계획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활동한다고 하니 활동시한도 얼마 남지 않았다. 거의 절반의 기간을 허비해 버렸다. 늦은 출발, 짧은 활동 기한, 막중한 과제라는 삼각 파고가 국회 사개특위 앞에 놓여있다. 난관은 많고 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래도 사개특위 활동 시작은 반가운 소식이다. 아무리 늦은 출발이지만 사법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에 국회가 응답한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국회 사개특위는 출범했지만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올해 1월 12일 구성된 1차 사법개혁특위는 6월말까지 활동했지만 문자 그대로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했다. 18대, 19대 국회에서도 사개특위를 구성했지만 특별한 성과는 없었다. 과거의 경험을 보면 이번 국회 사개특위가 성공할 가능성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할 가능성만큼 낮아 보인다.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한다면 성공의 가능성은 조금이라도 높아질 것이다.

첫째, 목표를 분명히, 그리고 좁게 설정해야 한다. 사법개혁은 방대한 개혁작업이다. 모든 사법개혁과제를 국회 사개특위가 다 할 수는 없다. 시급한 개혁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지금 국회 사개특위가 집중해야 할 과제는 검찰개혁과 법원개혁이다. 검찰개혁 중에서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과 검경 사이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가 핵심 과제다. 법원개혁에서는 양승태 게이트를 발생시킨 법원행정처 개혁이 핵심 과제다. 이 세 가지 과제만 해결해도 국회 사개특위는 성공이다. 특히 검찰개혁은 경찰개혁, 국정원개혁과 연결되어 있어 검찰개혁, 특히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성공하면 경찰개혁, 국정원개혁도 이루어질 수 있다. 법원개혁과 관련해서는 법원행정처 문제만 해결하면 당장의 급한 문제는 해결할 수 있고 사법부 개혁의 큰 방향을 잡을 수 있다. 관료행정사법에서 벗어나 재판의 공정성을 보장하는 사법부 독립의 기초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핵심과제를 해결하면 다른 과제는 쉽게 달성할 수 있다.

둘째, 실패의 요인을 미리 찾아 해소해야 한다. 국회 사개특위의 실패 요소는 과거 경험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1차 사개특위의 실패 원인을 분석하고 사개특위 위원들이 공유할 필요가 있다. 1차 사개특위 실패 원인으로는 국회의원들의 무관심과 무능력도 있으나 사개특위 활동을 정치일정과 연결시킨 문제도 존재한다. 지방선거와 사개특위 활동이 연결되면서 사실상 활동이 중단된 것이다. 이번에 다행스러운 것은 당분간 선거가 없다는 점이다. 사법개혁 활동을 소모적인 정치 논쟁의 종속변수로 두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사법개혁은 사법개혁대로, 정쟁은 정쟁대로 대하는 분리전술이 필요하다. 물론 사개특위 위원들의 능력과 관심도 높여야 한다.

셋째, 사법개혁을 국민과 함께 해야 한다. 광범위한 국민들의 의견 수렴과 국민들의 참여가 절실하다. 검찰개혁, 사법개혁은 국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다. 좋은 검찰, 좋은 법원은 국민들의 안전, 권리와 자유를 보장해주는 필수 제도다. 사개특위 위원들도 국민과 함께 할수록 검찰개혁, 사법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할 것이다. 다만 국민들의 의견수렴과 국민들의 참여는 무차별적이면 안 된다. 국회 사개특위가 먼저 책임을 지고 개혁방안을 마련한 후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개혁방안 마련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들의 의사에 기초한 전문적인 개혁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명확한 목표, 실패요인에 대한 분석, 책임성에 기초한 개방형 개혁이라는 세 가지 조건은 국회 사개특위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또 다시 실패하여 3차 사개특위를 구성하는 사태로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사는 일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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