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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정치 혼돈… 대통령-총리 정면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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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정치 혼돈… 대통령-총리 정면대결

입력
2018.10.27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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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스리랑카 대통령에게 해임된 라닐 위크레메싱게 스리랑카 총리가 27일 총리관저에 몰려든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연설하고 있다. 콜롬보=AP 연합뉴스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스리랑카 대통령에게 해임된 라닐 위크레메싱게 스리랑카 총리가 27일 총리관저에 몰려든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여 연설하고 있다. 콜롬보=AP 연합뉴스

3년 전 민주적 정권 교체로 안정된 것처럼 보였던 스리랑카 정치에 다시 격랑이 일고 있다.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스리랑카 대통령이 자신이 선거를 통해 몰아낸 바 있는 ‘옛 스트롱맨’ 마힌다 라자팍사 전 대통령을 신임 총리로 지명했기 때문이다. 총리직에서 밀려난 라닐 위크레메싱게 총리가 반발하면서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놓고 정면충돌하는 상황이 됐다.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27일(현지시간) 카루 자야수리야 의회 의장에게 보낸 서신에서 11월 5일부터 시작되는 정기의회에 앞서 긴급 의회를 소집할 것을 요청했다. 총리실 관계자는 AFP통신에 “총리가 자신이 의회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음을 확인받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곧바로 시리세나 대통령은 11월 16일까지 모든 의회 회동을 중단하는 명령을 내리면서 정치 위기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자야수리야 의장은 위기가 해결될 수 있도록 양 측에 자제를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26일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오른쪽) 스리랑카 대통령이 마힌다 라자팍사(왼쪽) 신임 총리에게 임명장을 전달하고 있다. 콜롬보=AP 연합뉴스
26일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오른쪽) 스리랑카 대통령이 마힌다 라자팍사(왼쪽) 신임 총리에게 임명장을 전달하고 있다. 콜롬보=AP 연합뉴스

◇정권교체 위한 동맹, 3년만에 파탄났다

시리세나 대통령은 이날 정식으로 위크레메싱게 총리에게 해임 서한을 보낸 후 수 시간만에 라자팍사 전 대통령을 총리로 임명했다. 그러나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총리관저인 템플트리를 떠나지 않은 채 시리세나 대통령에게 자신이 여전히 총리 자리에 있다는 답신을 보냈다.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오로지 의회의 명령만이 자신을 해임시킬 수 있다는 입장으로, 이를 무시하고 그를 사퇴시킨다면 법적인 대응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그의 소속정당인 통합국민당(UNP) 연대가 다수당이기 때문에 의회의 결정으로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는 전날 밤 방송된 기자회견에서 “나는 스리랑카 총리로서 이 자리에서 연설하고 있다. 총리로서 남아 있고 총리로서 활동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리세나 대통령이 이끄는 통합민중자유연합(UPFA)과 위크레메싱게 총리가 이끄는 통합국민당(UNP)은 지난 2015년 라자팍사 전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선거 연대를 구성, 정권 교체에 성공했고 국가 통합정부를 구성했다. 시리세나 대통령은 취임한 해 헌법 개정에 따라 대통령의 권한을 대부분 총리와 내각에 이전하면서 연대의 취지를 살리기도 했다.

그러나 권력을 완전히 평화롭게 나눠 갖는 것은 불가능했다. 쌓인 갈등이 올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올해 4월에 위크레메싱게 총리의 불신임 시도가 좌절됐는데 이 배후에 시리세나 대통령이 있다는 설이 유력하다. 위크레메싱게 총리는 내심 차기 대통령 자리를 노렸으나 시리세나 대통령은 재선 포기 의사를 밝히는 것을 거부했다. 결국 이달 26일 UPFA가 위크레메싱게 총리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면서 3년간의 동행은 파탄에 이르렀다.

마힌다 라자팍사 신임 총리 임명 소식을 전하는 스리랑카 신문이 거리에서 판매되고 있다. 콜롬보=AP 연합뉴스
마힌다 라자팍사 신임 총리 임명 소식을 전하는 스리랑카 신문이 거리에서 판매되고 있다. 콜롬보=AP 연합뉴스

◇‘스트롱맨’의 귀환에 인권 퇴보 우려

일단 시리세나 대통령의 임명을 받고 신임 총리가 된 라자팍사는 아직 새 내각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스리랑카 헌법상 총리가 해임되면 내각은 즉시 해산되므로 새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 라자팍사는 26일 저녁 스리랑카 최대 도시 콜롬보에 있는 자택 발코니에서 지지자들을 상대로 한 연설을 통해 위크레메싱게 총리의 사임을 요구하며 “민주주의를 존중하고 법을 존중하라”라고 말했다. 흥분한 라자팍사 지지 집단 일부가 국영방송 건물에 침입해 방송을 중단시키기도 했다.

라자팍사는 대통령 집권기 10년 동안 사실상 독재 권력을 휘둘렀고 2009년 민간인 4만명을 살해한 끝에 북부 타밀족 반군의 반란을 진압했다. 그는 당시 이 시기 있었던 학살과 폭력 등 전쟁 범죄 혐의에 대해서 인정하기를 거부했다. 이에 미국과 유럽 등 서방 국가들은 지속적으로 스리랑카를 압박했고, 경제 위기도 심각했다.

결국 2015년 라자팍사를 대선에서 꺾고 정권을 잡은 시리세나 현 대통령은 서방과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정책을 바꿔 유엔인권위원회에 타밀족 반군 진압 당시 있었던 전쟁 범죄 혐의를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전쟁범죄의 장본인으로 볼 수 있는 라자팍사가 다시 권력의 핵심으로 돌아오면서 이 약속도 실현될지 알 수 없게 됐다.

미국 국무부는 성명을 통해 “모든 당사자가 스리랑카 헌법을 준수하고 폭력을 자제하고 정당한 절차를 밟기를 촉구한다”라며 “스리랑카 정부가 인권 보호와 개혁, 책임과 정의, 화해를 위한 제네바 약속을 지키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콜롬보 주재 유럽 외교관들도 공동 성명을 내고 “양측이 스리랑카의 헌법을 준수하고 폭력을 자제하며 언론 자유를 존중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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