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치령인 사이판 등 북마리아나 제도를 강타해 현지인은 물론 한국 관광객들에게도 피해를 입히고 있는 26호 태풍 위투(YUTU)는 오는 31일 초속 40m 가량의 강풍을 동반한 채 필리핀에 근접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5일 무려 30도에 육박하는 서태평양 해역을 지나 온 위투는 앞으로도 데워진 바다를 지나면서 위력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상청에 따르면 위투는 26일 오전 9시 현재 괌 북서쪽 약 610㎞ 부근해상에서 서북서진 중이다. 위투의 중심기압은 935hPa(헥토파스칼)로, 중심부근 풍속이 초속 49m이르는 매우 강한 등급이다. 위투는 중국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전설 속의 옥토끼를 의미한다.
위투는 전날 오후 3시 중심기압이 무려 905hPa을 기록, 초속 58m 수준의 강풍을 동반하며 지난 22일 발생 이후 최고 강도에 도달했다. 미국 언론들은 위투가 1935년 강도 최상위 등급인 카테고리 5의 ‘노동절 허리케인’ 이후 가장 강력한 폭풍이라고 전하고 있다.
위투는 위력은 점차 줄고 있긴 하지만 필리핀 예상 도달 시점까지 강한 강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우리 기상청 및 일본 기상청은 위투가 925~935hPa 수준의 중심기압을 유지한 채 필리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했다.
각국 기상당국이 위투의 향후 추이를 이 같이 전망한 데는 진행 경로 상의 높은 해수면 온도가 위력 유지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기준 기상청이 분석한 아시아-서태평약 지역의 해수면 온도 및 위투의 예상 진행 경로를 비교해 보면 위투는 필리핀에 접근할 때까지 29~30도 가량의 바다 위를 지나게 된다. 학계에서는 해수면 온도가 26도 이상일 때 태풍의 위력이 커지거나 유지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위투는 25일 30도까지 오른 북이 10도, 동경 140~145도 부근 해역을 지나는 동안 위력이 절정에 달했다. 필리핀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 역시 29도 이상을 보이고 있다.
26일 우리 외교부는 전날 위투가 상륙한 사이판의 국제공항이 27일까지 잠정 폐쇄된 상황 등을 전하며 현지에 있는 한국 국민들에게 안전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사이판 현지에는 한국인 여행객 1,000여명이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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