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백남기씨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만화가와 전직 방송사 기자가 1심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6단독 최미복 판사는 26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만화가 윤서인씨와 김세의 전 MBC 기자에게 각각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이들에게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최 판사는 “피해자의 사생활은 사회적으로 관심이 된 문제와는 관계 없다”면서 “사생활을 언급해 비난하는 것은 인격권 침해”라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들의 표현 방식과 내용은 공권력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고인의 병세를 염려하며 죽음을 애통해하는 진정성을 의심하고 희화화한 것”이라면서 “두 사람은 언론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지위에 있으면서 피해자를 비방할 목적으로 글이나 그림을 게재해 슬픔에 처한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켰다”고 지적했다.
다만, 최 판사는 “풍자 만화의 경우 은유 등의 기법이 흔히 사용되고 일반 독자들이 그런 속성을 받아들이는 만큼 어느 정도의 과장이 용인된다”면서 “윤씨가 만화에 허위 사실을 암시했다거나 허위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봤다.
윤씨와 김씨는 2016년 10월 “백씨 막내 딸이 아버지가 위중한 상황에서 인도네시아 발리로 휴가를 즐기러 갔다”는 취지의 글과 그림을 게재해 유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백씨는 2015년 11월 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 투병 끝에 2016년 9월 25일 숨졌다. 검찰 조사 결과 백씨 딸은 휴가가 아닌 시댁 행사 참석을 위해 발리에 간 것으로 확인됐다.
선고 직후 김씨는 항소할 뜻을 밝히면서 "유족에게 일부러 상처를 드리려고 한 건 아니지만 그런 생각을 못 했던 점이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씨는 자신의 변호를 맡은 강용석 변호사가 이틀 전 구속된 것에 대해 "정말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구속돼 충격에 휩싸였다”면서도 '변호인을 바꿀 생각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다. 강 변호사는 불륜설 상대방 여성과 공모해 소송 서류를 위조한 혐의로 24일 징역 1년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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