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취범죄는 형사책임 회피 못해… 독일선 음주 자체를 과실로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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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취범죄는 형사책임 회피 못해… 독일선 음주 자체를 과실로 인정”

입력
2018.10.26 04:40
수정
2018.10.2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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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형법 거장 군나르 두트게 교수

“한국 검찰 피라미드 구조가 문제”

독일 형법계 거장 군나르 두트게 괴팅겐 대학 교수가 25일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술을 마신 것은 범죄 책임을 덜 수 있는 사유가 아닙니다. 오히려 범죄자의 책임을 인정하는 근거가 됩니다.”

서울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등 주요 형사 범죄에서 정신질환이나 음주 등 피의자의 심신미약 시도와 감형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한국 형법의 준거틀이 된 독일은 형사사건에서 심신미약을 어떻게 다뤄 왔을까.

학술회의를 위해 방한한 독일 형법학계 거장인 군나르 두트게(52) 괴팅겐대 교수는 25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피고인이 음주를 이유로 ‘책임 없음’을 주장하는 것은 독일에서 불가능한 일”이라며 “법원에서 책임 무능력이 인정되려면 많은 증명이 필요하고 절차상으로 매우 엄격하다”고 말했다.

두트게 교수는 독일 뷔르츠부르크대 법학대학을 졸업하고 법학박사 학위를 받은 뒤 뮌헨대 법과대학 교수를 거쳐 괴팅겐대 형법 및 의료법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특히 낙태, 존엄사, 대마초 문제 등 형법과 의학을 접목시킨 연구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두트게 교수 인터뷰는 신동일 한경대 법학과 교수와 김나경 성신여대 법학과 교수의 통역을 통해 이루어졌다. 다음은 한국의 형사ㆍ사법 문제와 관련한 두트게 교수와의 일문일답.

-한국에서 PC방 살인 피의자가 우울증 진단서를 낸 것을 둘러싸고 피고인의 심신미약 시도 논란이 일었다. 독일 상황은 어떤가.

“독일 형법도 심신상실(변별력 및 의사능력이 전혀 없음)과 심신미약(변별력 및 의사능력이 제한됨)을 감면과 감경 요건으로 규정한다. 그러나 심신상실 상태가 인정되는 경우는 드물다. 많은 증명이 필요하고 절차상으로도 엄격하다. 설사 심신상실이나 심신미약이 인정되더라도 피고인이 사회로 나올 수 있는 경우는 없다. 형기를 마쳐도 증상이 사라지지 않으면 치료감호 등 보안처분(교육이나 보호 등 형벌 이외의 형사제재)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다. 독일의 치료감호는 기간 제한이 없다. 위험이 사라질 때까지 가능하다.(한국의 치료감호 상한 기간은 15년)”

-감형이나 면제받을 수단으로 심신미약(또는 심신상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이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독일은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 문제를 다루는 전문가 협회가 있다. 심사하는 기관이 지켜야 하는 가이드라인이 있고, 어떤 범죄행위가 심신미약ㆍ심신상실로 인정되는지 기준을 만들며 이 기준에 따라 심신미약ㆍ심신상실에 대한 기본적 평가가 이뤄진다.”

-한국에선 음주를 이유로 형을 낮춰주는 것(주취감경)에 대해 비판이 많다. 한편으론 주취감경을 없애면 형법의 대원칙인 책임주의(책임이 없으면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론)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독일 형법 상으로는 술을 마신 후 범죄 행위를 하면, 술을 마신 행위가 이후 행위에 영향을 미쳐 과실 범죄로 인정되기에 피고인이 형사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음주는 심신미약으로 인한 책임 무능력 상태가 아니라, 오히려 그의 책임을 인정하는 근거가 된다. 만에 하나 책임능력이 없는 만취상태가 인정되더라도, 만취에 따른 별도 처벌 조항으로 최고 징역 5년까지 받을 수 있다.”

-한국은 검ㆍ경 수사권 조정 논의가 한창이다. 독일 경험은 어땠나.

“독일은 나치(게슈타포)나 동독(슈타지) 시절 비밀경찰 폐해 때문에 경찰의 수사권(독일 경찰은 수사권이 없다)에 국민들이 혐오감을 가지고 있다. 경찰의 수사 권한을 줄이느냐는 것이 사법개혁의 중요 목적이 됐고, 수사과정 전체를 법률가가 통제하고 법률가들이 전면에 배치된 오늘날의 검찰 조직이 만들어졌다.”

-바람직한 검찰개혁을 위한 조언이 있다면.

“검찰에 문제가 있다고 경찰에 권한을 주는 것은 잘못된 생각으로 보인다. 문제를 구체적으로 발견해 이를 해결할 수 있도록 제도나 법률을 고치는 것이 합리적이다. 내 생각에 한국 검찰의 구조적 문제는 권력이 한곳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피라미드 중심을 무너뜨려야만 한국이 겪는 검찰 권력의 고질적 병폐를 해결할 수 있다.”

-독일에서의 검사 권한과 의무는 어떻게 규정되어 있나.

“검사의 의무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거뿐 아니라, 유리한 증거도 함께 발견하는 것이다. 검사가 발견해야 하는 진실은 하나가 아닌 두 개인 것이다. 독일의 법학과에서는 ‘검사는 이세상에서 가장 객관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격언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는다. 법대 졸업생들은 수사기관이 법의 수호자라는 인식을 교육을 통해 가슴 깊이 새긴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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