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이 미국의 통상압박으로 동병상련 처지에 놓인 가운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5일 중국을 국빈 방문했다. 아베 총리로선 첫 번째, 일본 총리로서는 7년만의 방중이다. 아베 총리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양국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을 기념하며 한목소리로 우호ㆍ협력관계 증진을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전용기편으로 베이징(北京)에 도착한 뒤 인민대회당을 찾아 리 총리와 경제ㆍ무역 성과 사진전을 참관하고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 리셉션에 참석했다. 리 총리는 리셉션 축사에서 “우리는 평화ㆍ우호ㆍ협력을 견지해야 하고 실무적이면서도 진취적인 중일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이견과 갈등을 건설적인 방식으로 관리하고 정치적 상호 신뢰를 증진하며 각 분야의 협력을 심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리 총리는 특히 미국을 겨냥한 듯 “양국이 지역 평화를 촉진하고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을 함께 수호하고 아시아와 세계 발전의 안정체와 동력원이 되도록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일본이 일대일로(一帶一路ㆍ육상 및 해상 실크로드)에 참여하길 희망하며 일본과 청소년ㆍ문화ㆍ교육ㆍ지방 등 민간 교류를 강화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일중 평화우호조약은 양국 관계 발전을 이끌었고 양국은 아시아와 세계의 평화ㆍ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일중 우호 협력이 계속 발전하고 양국이 세계의 평화ㆍ번영을 촉진하는 데 함께 노력하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그는 오는 26일로 예정된 중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차원의 협력에 대해 흉금을 터놓고 얘기하고 싶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날 리셉션에는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비롯한 양국 고위관료들과 함께 양국 재계인사 800여명이 참석했다. 중국 정부는 이날 일본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반영하듯 베이징의 심장부인 톈안먼(天安門) 광장과 주변 도로에 중일 양국 국기를 나란히 게양했다. 환구시보와 글로벌타임스 등 관영매체들은 “양국 관계가 심한 좌절을 겪은 뒤 이뤄지는 아베 총리의 역사적인 방중은 중일관계가 정상궤도로 돌아가는 상징적인 계기”라고 호평했다.
아베 총리의 방중 기간에 양국은 에너지ㆍ의료ㆍ금융ㆍ자동차 등의 분야에서 50여건의 대규모 투자 양해각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또 자위대 수장인 통합막료장(한국의 합참의장)의 11년만의 방중, 내년 3월까지 무력충돌을 피하기 위한 핫라인 설치 등에도 합의할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방중 이틀째인 26일 리 총리에 이어 시진핑(習近平) 주석과도 회동하고, 제3국 시장 개척 협력 포럼을 통해 양국 간 제3국 공동진출 방안을 모색한다. 이어 시 주석이 주최하는 만찬에 참석할 예정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