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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 엄마, 세상에 외치다] 엄마들 온 날도 교실은 스펙터클… 실무사를 늘려주세요

입력
2018.10.30 04:40
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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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당장 시급한 건 교사 보조인력 예산 

매일 시트콤을 한 편씩 찍는다는 어느 특수교사의 말이 와닿은 것은 지난해 특수학교에 다니는 아들의 학부모 참관수업에 참여하고 나서였다.

“자, 오늘은 동물원에 대해 배워볼 거예요.”

수업 시작을 알리는 담임선생님의 말과 함께 동물원에 대한 영상자료가 TV에 나오기 시작한다. 아홉 살 눈높이에 맞게 평소 자주 보는 만화 캐릭터가 나오고, 중간중간 반 친구들의 합성 사진까지 등장한다. 보통의 초등학교 2학년 교실에서라면 자신의 얼굴이 TV화면에 나오는 순간 “와~”하며 함성이 터져 나왔을 법도 하지만 이곳에선 별다른 반응이 없다.

아들은 친구들의 얼굴이 TV에 나오든 말든 연신 뒤를 돌아보며 엄마인 나와 뺨을 부비부비 비겨대기에 바쁘다. 교실에 엄마가 같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기쁜 나머지 발을 앞뒤로 흔들며 “아갸갸갸”라고 시끄럽게 외친다. 그러는 동안 옆의 친구는 그 옆자리에 앉은 친구에게 침을 묻히는 데 열중하고 있다.

수업이 시작되고 동물원과 관련된 퍼즐 맞추기가 시작됐다. 6명의 반 아이들이 저마다 다른 퍼즐 조각을 받는다. 아이들마다 발달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학습 수준 역시 다르고 담임은 그에 맞춰 제각기 다른 수업 교구를 준비한다.

아들은 가장 난이도가 낮은 4조각 퍼즐이다. 8조각 퍼즐을 가진 아이가 엄마와 함께 열심히 퍼즐을 맞추는 동안 우리 아들은 퍼즐 조각 중 하나를 부러뜨리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안 돼!” 다급하게 퍼즐을 뺏어 보지만 이미 반으로 접힌 퍼즐의 모양이 애처롭다.

이번엔 종이에 그려진 동물원 관련 모형을 오려서 준비된 학습지에 붙이기 시작. 가위질을 못하는 아들을 도와서 음식점 모형을 오리고 있는데 엄마가 오지 않은 옆자리 친구가 멍하니 앉아 있다. 가위질이 서툴러서 시작할 엄두를 못 내는 모양이다.

그 모습을 본 담임이 친구의 가위질을 돕자 맞은편에 앉아있던 친구가 가위질을 끝낸 뒤 책상에 풀을 바르기 시작한다. 담임이 출동해 엉뚱한 곳에 풀을 바른 친구의 학습을 돕자 이번엔 옆 자리 친구에게 침을 바르던 아이가 선생님의 눈에서 벗어난 틈을 타 다시 또 손가락에 침을 묻히기 시작한다. 침이 발린 아이가 “으응 으응”하며 싫다는 의사를 전달하는데 점점 반응이 커진다. 저러다가 어느 순간 일이 터질 수도 있을 것 같아 슬슬 걱정이 되는데 또 다시 나타난 담임이 재빠르게 개입해 둘 사이를 중재한다.

시간이 흘러갈수록 교실 분위기는 점점 더 산만해진다. 아이들이 앉아있는 게 지루해진 탓이다. 나 역시 아들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할 때마다 아들의 옆구리를 간질이며 자리에 앉히느라 애를 먹는다. 맞은편을 보니 이미 한 친구는 일어나서 창가 쪽에 가 있다. 한 친구의 선 긋기를 봐주던 담임이 창가에 간 친구를 데려오는 동안 선 긋기를 하고 있던 아이는 배시시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날은 학부모 참관수업 날이었다. 6명의 반 아이들 중 3명의 엄마들이 참석해 각자의 아이가 수업을 잘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었는데도 이 정도였으니 평소엔 어떠한 분위기일지 안 봐도 알 것 같다.

담임이 수업을 진행하는 동안 특수교육 보조인력인 실무사(혹은 지도원)도 바쁘다. 이 아이 저 아이를 오가며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의 학습을 지원한다. 보통 실무사의 역할은 담임의 지시 하에 정해지는데 학습을 지원하는 것에서부터 옷 갈아 입히기 등 일상생활을 돕는 것까지 그 폭이 넓다. 실무사가 없을 땐 공익근무요원이 배정돼 담임을 돕는다.

엄마의 입장에서만 생각하자면 나는 공익근무요원보다 실무사가 내 아이 반에 배정되는 게 더 마음이 놓인다. 실무사의 대부분은 내 나이 또래의, 아이를 낳아 키워본 경험이 있는 엄마들인데다 교육직공무원 신분이라 특수교육에 대한 연수 등을 마친 뒤 현장에 투입된다. 게다가 발달장애인 자식을 둔 엄마들이 실무사로 취업하는 경우도 꽤 있어서 ‘장애’에 대한 이해도에선 어느 정도 안심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반면 공익근무요원의 절반 가량은 관련 학과 전공자들이 희망선택을 한 것이지만, 나머지 절반은 병무청에 의해 강제(?) 배치를 받는다. 내 20대를 생각해 보면 나는 아이들이 싫었다. 일찍 결혼한 친구가 꼬물거리는 갓난아이를 데리고 친구들 모임에 나오려 하면 어떻게든 양가 할머니에게 맡기고 나오라며 떼를 썼다. 정말 싫어서라기보다는 ‘아이’라는 존재가 낯설어서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몰랐기 때문인데 이제 와 생각하니 미안한 일이다.

공익근무요원을 생각해 본다. 주민센터 배치를 기대하고 있던 20대 청년이 ‘어린이’인데다 ‘장애인’이기도 한 학생을 돌봐야 하는 특수학교로 배정을 받는다면 어떨까. 혹시 20대의 나처럼 낯설고 막막해서 당황하지는 않을까.

장애 학생들의 특성 상 담임 혼자 6명의 반 아이들을 온전히 책임지는 건 힘든 일이다. 앞서 수업 풍경을 잠깐만 들여다봐도 알 수 있듯 발달장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상은 매일이 시트콤처럼 재미있고 스릴 넘치고 스펙터클한데다 어메이징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온전히 혼자서 모두를 돌본다고? 누군가 울음이 터지고 누군가 교실탈출을 시도할 때 누군가가 화장실에 데려다 달라고 하면 어쩔 것인가?

그래서 특수교육 보조인력이 배치되는 건데 제1의 보조인력인 실무사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 지금 3학년이 된 아들의 반에도 실무사가 아닌 공익근무요원이 배치돼 있다. 학교 현장에서는 늘 실무사 확충을 요구하지만 좀처럼 그 수는 늘지 않는다.

각 기관에 이유를 물어보면 “실무사 확충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럼 뭐가 해결책인가요?”라고 물으면 실무사가 아닌 특수교사 수를 늘려 교사 1인당 맡는 학생 수를 줄이는 게 해결책이라고 한다.

백번 천번 맞는 말이다. 그런데 어느 세월에? 특수교사 수가 늘어나길 기대하다 아들은 성인이 돼 취업에 나가게 생겼다. 지금도 열심히 특수교사 수를 늘리고는 있지만 아직도 특수교사는 필요정원의 71.9%만 충원된 상태다.

그러다 보니 원래 특수교육법에선 학생 4명당 교사 1인이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이 6명, 많다 싶으면 8명에 달한다. 심지어 11명의 학생을 한 명의 특수교사가 맡는 경우도 있다.

게다가 교사 수만 늘리면 뭐하나. 대부분의 특수학교는 거의 포화 상태라 더 이상 남는 교실도 없다. 반을 더 세밀하게 나눌 수 없다는 얘기다. 지금도 과밀학급으로 8명 전후의 아이들이 작은 교실에 모여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수교사 수를 늘리고 학교나 교실을 확충하는 건 장기적으로 실행해 나가야 하는 목표니 그대로 가야 한다. 다만 실무사 충원은 그 필요성에 맞게 단기 목표로 재설정 되어야 한다.

예전엔 각 학교 교장선생님들이 인건비를 아끼려고 실무사를 안 뽑는 줄 알았다. 그게 아닌 걸 알고 난 후에는 교육부에서 실무사 확충에 대한 의지가 없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아니었다. 실무사 대란의 첫 번째 책임은 각 시ㆍ도 교육감들에게 있었다.

기획재정부에서 각 시ㆍ도 교육청에 지방비로 예산을 일괄지원하면, 그 예산을 받아든 교육청이 어느 곳에 얼마를 쓸까 사용처를 정했다. 그러다 보니 특수교육은 다른 것들에 비해 후순위로 밀렸고 그 중에서도 실무사 인건비는 언제나 부족하게 책정돼 현장의 필요를 따라갈 수 없었다.

외국처럼 특수교사 1명당 학생 1명의 1:1 환경을 바라는 게 아니다. 특수교사 수가 늘어나 학생 4명당 교사 1인의 시대만 와도 춤을 추겠다. 설령 10년쯤 지난 후에 그런 시대가 왔다 하더라도 특수교사를 후방지원 할 실무사는 여전히 필요하다. 이건 장애 학생들의 교육권에 관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특수교사들의 노동 환경에 대한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학교 화단을 예쁘게 꾸미는 예산도 필요하고, 오래된 벽면을 예쁜 색으로 페인트칠 할 예산도 필요하고, 창고를 리모델링할 예산도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더 있으면 좋을 예산’이 있는 반면, ‘당장 절실한 예산’도 있다. 어떤 예산이 더 시급한 것인지, 각 시ㆍ도 교육감들도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류승연 작가 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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