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인터넷기업 중 하나인 카카오에도 노동조합이 설립됐다. 지난 4월 네이버 노조가 출범한 이후 시작된 정보통신(IT) 업계의 노조 설립 바람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24일 ‘노조 설립 선언문’을 발표하고 공식 출범했다고 25일 밝혔다. 카카오 노조는 설립 선언문에서 “공개와 공유를 통한 소통을 최선의 가치로 삼던 카카오에서 소통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색해졌다”며 “의사결정의 민주성을 복원하고 카카오의 중요한 결정에 크루(근로자)의 의견을 담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불충분한 정보와 피드백을 통한 성과보상 방식에도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카카오 본사뿐만 아니라 자회사ㆍ계열사의 근로자들도 가입 대상이다.
서승욱(39) 카카오지회장은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사측과 노사협의체, 근로자 대표와 같은 형태로 근로시간 개편 등을 논의하다가 더 발전된 형태인 노동조합을 만드는 게 좋지 않겠냐는 공감대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면서 “포괄임금제 폐지 방식을 협의하고 분사 과정에서 직원 동의 제도 등을 정착시키는 것이 노조의 첫 과제”라고 설명했다.
올해 IT업계에는 노조 설립이 잇따르고 있다. 4월 네이버 노조 설립 이후 지난 9월 게임업계 대표 기업인 넥슨, 스마일게이트에 노조가 생겼고 이달 초 국내 최대 보안소프트웨어기업 안랩에도 노조가 출범했다. 이들 4개 기업 노조는 현재 총 4,000여명의 조합원을 모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잇따른 IT업계 노조 출범 배경에는 야근 등 장시간 노동의 일상화, 폐쇄적인 내부 소통구조, 짧은 근속 기간 등 쌓였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카카오 노조는 그간 IT업계에 노조가 없었던 이유에 관해 “개인주의적 성향 때문이 아니라 불안한 고용환경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빈번한 업무 변화에 적응하며 상대평가를 받고, 성과 보상 결과물에 개인이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회사와 근로자가 수평적 관계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노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주환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장시간 노동하는 근로 환경 등으로 인해 IT기업이 초과 이익을 누려왔지만 이제 노조를 인정하고 이를 토대로 사업을 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 입장에서도 설립 첫 해에 많은 것을 얻어내고 싶겠지만 협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개선해 가려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달래 기자 az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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