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변요한을 작품으로 처음 접한 건 지난 2014년이었다. 드라마 ‘미생’과 영화 ‘소셜포비아’에서 인상적 연기를 보여준 그가 ‘훌륭한 배우가 될 재목’이란 건 비단 기자뿐만 아니라 많은 이들이 진작에 눈치챘을 터다. 그로부터 4년의 시간이 흘렀다. 짧은 기간 내 변요한은 확실한 존재감을 각인시키며 부끄럽지 않은 연기자로 우뚝 섰다.
인터뷰나 영화 관련 행사에서 몇 차례 만나본 변요한은 진솔했다. 인간적이고 우직한 모습에서 신뢰감이 느껴졌다. ‘스타’가 아닌 ‘진짜 배우’의 길을 걷고 싶은 변요한은 행보도 남다르다. 작품 선택에도 매우 신중하다. 얼마나 많은 인기를 얻고 얼마나 많은 돈을 벌지, 그런 현실적 가치들엔 크게 관심이 없어보인다. 좋은 연기를 통해 보는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오래 기억되는 배우로 남고 싶은 게 변요한의 바람이다.
그는 영화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 ‘하루’,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 ‘미스터 션샤인’ 등 큰 작품에서 대선배들과 호흡하며 역량을 입증했다. 그러다 덜컥 단편 영화 출연 소식을 전해왔다. 온라인으로 공개되는 ‘별리섬’에 출연을 결정한 것. 시나리오에 매료돼 고민 없이 출연 제안을 수락했다.
25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별리섬’ 특별상영회에서 변요한은 "드라마가 끝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시나리오를 받았다. 단편영화를 찍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중에 시나리오가 왔다. 처음엔 가볍게 읽었는데 이야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걸 느꼈다. 이런 메시지를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영화 '별리섬'은 스펙을 쌓으려 외딴 섬에 신입 영어강사로 들어간 대학생 한기탁과 통제불능 중학생들이 꿈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린 코미디물이다. 변요한이 주인공 한기탁을 연기했다.
변요한은 이날 소신 있는 발언으로 눈길을 끌었다. "세상 모두가 앞만 보고 사는 것 같다"고 말한 그는 "배우로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기 때문에 좋은 작품, 좋은 영향력으로 영감을 주고 교류하는 것이 꿈이다. 바른 어른이 되겠다"고 말해 감동을 선사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별리섬’은 가상의 섬이다. 실제로는 제주도에서 촬영했다. 궂은 날씨로 어려움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배우와 제작진들이 힘을 합쳐 영화를 무사히 탄생시켰다.
변요한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과정에서 점점 호흡이 쌓이는 것이 느껴졌다. 정말 즐거웠다. 어린 친구들이지만 저보다 정신연령이 높더라. 보람 있던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별리섬’은 ‘웰컴투 동막골’과 ‘조작된 도시’를 연출한 박광현 감독이 배종으로 활동명을 바꾸고 처음 선보이는 영화다. 배종 감독 역시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장편영화 준비 중이라 거절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관계자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넘어가게 됐다”며 “요즘 젊은 친구들이 무기력하고 열패감에 사로잡혀 있다. ‘드림 클래스’라는 곳에서 강사를 하고 있는 분들의 인터뷰, 활동 사항을 보니 가슴이 뜨거워지더라”고 밝히기도 했다.
‘별리섬’은 25일 온라인으로 공개된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