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에서 길게는 3개월 넘게 걸리는 해상 시운전을 하려면 법정 노동시간을 준수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조성욱 대우조선해양 부사장)
“매 3개월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 도입을 위한 노ㆍ사 합의를 해야 하는 것이 번거롭고요. 대 정비 보수와 비상 가동정지 발생 시 현행 탄력근로제 만으로는 대응이 어렵습니다.”(류열 에쓰오일 사장ㆍ김창범 한화케미칼 대표)
중구 서울고용노동청에서 24일 열린 ‘노동시간 단축 현장 안착을 위한 기업인 간담회’. 이날 행사에 참여한 8개 업종 10개 기업 대표들은 이재갑 고용노동부장관에게 두 시간 가까이 주 52시간 근로시간제와 관련한 어려움을 쏟아냈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대표해 나온 남기웅 넥슨코리아 부사장은 “소프트웨어 개발 및 제품출시 전 장기간 집중근로(소위 크런치모드)가 불가피하고, 장애 발생시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 건설 분야(최양환 부영주택 대표ㆍ김우영 세보엠이씨 대표) 대표자들은 “주 52시간 시행 전 착공현장의 경우 공기 지연 등의 문제 발생이 우려되며, 발주자 요구에 맞추기 위한 집중근로 수요 및 해외 건설현장 근로의 경우 현행 탄력근로제로는 대응이 어렵다”고 주장했다. 제조업체들(김동완 유신정밀공업 사장, 문병선 현우산업 대표)은 “수출기업의 경우 예상치 못한 대량 주문 시 집중근로가 필요하며, 내수기업도 온라인 주문에 대한 납기일 준수 등의 대응이 어렵다”고 호소했고, 김태완 인천사랑병원 병원장은 “간호인력 확보가 어렵고, (52시간 근로제 적용 제외)특례가 적용된 병원은 응급 또는 장시간 수술 상황 시 11시간 연속 휴식시간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고 강조했다.
의견을 들은 이재갑 장관은 “간담회에서 건의ㆍ제안된 사항들을 꼼꼼히 검토해 산업현장에서 노동시간 단축이 안착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하창용 고용부 노동시간단축지원 태스크포스(TF) 과장은 “기업들이 겪는다는 어려움을 직접 들어보기 위해 마련된 자리이며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특별연장근로 적용기준 완화 등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 장관은 “작년 5월 이후 공공기관에 채용된 비정규직에 대해 채용 과정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23일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공공부문 고용세습 등 채용비리 의혹이 잇따라 터지자 비정규직 정규직화가 발표된 작년 5월 이후 문턱이 낮은 비정규직으로 친인척들을 편법적으로 우선 채용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한 사례가 없는지 철저히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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