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태양광사업 국회ㆍ언론 우려 커
저수지 주변 5km내 주민 동의 필요”
지난 5일 농어촌공사에 공문 보내
업계 "태양광 발전 관두라는 얘기"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까지 끌어올리기로 한 정부가 일부 주민 반대와 언론의 에너지 정책 비판의 눈치를 보느라, 오히려 태양광 패널 설치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원전 비중은 계획대로 줄이면서 한편에선 재생에너지 보급도 막고 있는 셈이다. 정부 핵심정책의 혼선 속에, 이를 믿고 투자에서 나섰던 재생에너지 관련 업계에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24일 본보가 입수한 농림축산식품부의 내부 문건을 보면 농림부는 지난 5일 “농업용 저수지 등을 활용한 수상 태양광사업과 관련해 국회와 언론의 우려가 높다”며 “태양광 발전 사업자가 수상태양광 발전을 하려면 저수지 주변 5㎞ 이내 지역 주민의 동의를 받도록 관련 지침을 조속히 바꿔 달라”는 공문을 한국농어촌공사에 보냈다. 그러면서 현 정부 에너지전환 정책에 부정적인 자유한국당 의원 발언과 태양광 패널에 포함된 중금속으로 인한 수상 생태계 오염 등을 지적한 일부 언론의 보도를 개정 지침 요청의 근거로 들었다. 농어촌공사는 2022년까지 7조4,861억원을 들여 941개 지구(수상태양광 899곳ㆍ육상 42곳)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할 계획이었다.
농림부 농촌정책과 관계자는 “태양광 패널 중금속으로 수질오염 우려가 있어 저수지 반경 5㎞ 이내 거주하는 주민 동의를 받으라고 한 것”이라며 “관련 규정이 없어 주민 동의 범위는 농어촌정비법 시행령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시행령은 저수지 상류 방향 5㎞ 이내 지역에는 공장을 지을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수상 태양광 패널을 폐수를 배출하는 공장으로 취급하며 규제에 나섰다는 얘기다.
그러나 국내 보급ㆍ사용되는 태양광 패널에는 중금속이 포함돼 있지 않다. 정부도 알고 있는 내용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중금속 범벅 태양광 패널이 폭증한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에 “국내에 보급된 태양광 모듈에는 크롬ㆍ카드뮴 등이 들어가 있지 않으며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 쓰이는 카드뮴 포함 태양전지는 국내에서 사용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또 태양광 모듈의 빛 반사가 식물 생육에 악영향을 주고 주민 생활에 불편함을 끼친다는 우려도 있지만, 태양광 모듈의 빛 반사율은 5%에 불과해 플라스틱(10%), 흰색 페인트(70%)보다 훨씬 낮다.
한 태양광사업체 고위 관계자는 “저수지 반경 5㎞ 이내 주민 동의를 모두 받으라는 건 수상태양광을 사실상 하지 말라는 이야기”라며 “객관적 근거로 부정적 여론을 설득하는 대신, 눈치 보기 규제만 내놓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산업부가 전국 17개 지방자치단체 재생에너지 담당자를 불러 회의를 했다. 이어 같은 달 23일 전라남도는 도내 시ㆍ군에 “민원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정부에서 법령 개정을 추진 중에 있다”며 “관련 제도 도입 전까지 산지 태양광 개발행위허가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사업을 불허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다. 해당 회의에 참석했던 산업부 신재생에너지정책과 관계자는 “산지 태양광 발전의 부작용 대책에 대한 이야기를 공유했다”고 인정했다.
이후 산업부는 임야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할 경우 태양전지 수명기간(약 20년) 동안 토지를 사용한 뒤 산림을 원상 복구하도록 하는 태양광 산지 일시사용허가제도를 내놨다. 환경부는 육상태양광 발전사업 환경성 평가 협의 지침을 통해 경사도 15도(기존 25도) 이상인 지역에서 태양광 발전을 하지 못하게 했다.
물론 임야에 무분별하게 태양광 시설을 설치해 생기는 환경파괴, 토지형질 변경을 기대한 투기 등은 막아야 한다. 하지만 태양광 시설이 임야에 설치되는 것 역시 과도한 규제 탓이다. 정우식 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지자체들이 태양광 패널을 도로에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 설치하라는 규제를 만들고 있어, 어쩔 수 없이 태양광 발전 시설이 임야로 간 것인데 이제는 산에도, 저수지에도 설치하지 못하게 생겼다”며 “도대체 어디에 발전설비를 지으라는 것인가”라며 답답해했다. 태양광발전의 도로 이격거리를 규제하는 지자체는 2017년 1월 42곳에서 올해 9월 95곳으로 늘었다.
태양전지 제조업체 고위 관계자도 “각종 규제에 가로막혀 내년 태양전지 수요가 최소 30%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며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20% 목표 달성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태양전지는 수명을 다해도 전환효율이 새 제품 대비 85% 정도 나오기 때문에 20년 후 철거하라는 규제 역시 탁상행정이란 지적이다.
변태섭 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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