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레드·그린라인
명소 즐기고 오륙도 절경도 눈에 담아
“오우! 나이스(Nice)! 와우!” 23일 오전 캐나다인 데이비드(64)씨는 버스 좌석에서 엉덩이를 들썩였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연방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부산시티투어 버스가 바람을 가르며 360도 원에 가까운 부산항대교 램프를 타고 막 부산항대교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천정이 없는 오픈형 2층 버스를 탄 40여명의 관광객 모두가 탄성을 질렀다. 부산항대교에 오른 부산시티투어 버스는 높이 4m. 달리는 전망대였다. 부산항대교를 달리는 버스 왼편으로 부산 앞바다가 펼쳐지자 “진짜 멋지네” “빨리 사진 찍어요” 라는 말들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관광객들은 쏟아지는 바람에 모자를 누르거나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지며 바다와 부상항대교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었다. 데이비드씨는 아내와 함께 크루즈를 타고 일본의 고베, 요코하마, 나가사키 등을 거쳐 이날 오전 부산에 들어와 시티투어버스를 탔다. 그는 “2층 버스에서 바라본 부산이 정말 멋진 풍광을 가진 항구도시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팔찌형 탑승권으로 4개 코스 모두 관광
부산시티투어버스는 부산역 정류소에서 출발했다. 부산역을 등지고 왼쪽 이면도로에 가면 알록달록한 색깔로 치장한 큼지막한 2층버스가 승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오전 9시30분부터 3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오후 4시30분이 막차다. 코스는 크게 레드라인(부산역~해운대), 그린라인(용호만~오륙도), 블루라인(해운대~기장군 용궁사), 옐로라인(용궁사~기장시장) 4개가 있다. 팔찌 모양의 탑승권을 손목에 차고 있으면 이들 코스를 순환하는 버스를 얼마든지 타고 각 코스를 관광할 수 있다. 이날 관광객들은 오전 일찍부터 시티투어 버스 정류장에 몰렸다. 출발 시간마다 수십 명씩 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은 물론 경기, 대구 등 다른 지역에서 온 관광객들이 대부분이었다. 크루즈를 타고 부산에 온 외국인들도 많았다. 서울에서 온 전홍상(73)씨는 “우리 애들이 부산에서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정말 좋다며 추천해 줘서 타게 됐다”면서 “광안리에 내려 생선회를 시켜 점심을 먹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시티투어버스는 부산항대교를 건너 어느새 광안리해수욕장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광안리해수욕장 직전 정류소인 용호만유람선터미널에 내린 관광객들은 오륙도로 연결되는 시티투어버스를 탔다. 관광객들은 썰물 때 다섯 개였다가 밀물 때 여섯 개가 되는 오륙도를 바라보고, 투명한 바닥으로 된 스카이워크 전망대에서 발 아래 펼쳐진 푸른 바다의 파도를 보며 두 다리를 떨었다.
◇가고 싶으면 내린다, 자유여행 만끽
부산시티투어버스는 자유여행 방식이다. 가이드나 해설사가 따로 없다. 버스 안에서 안내 방송은 기본적으로 하지만 자신이 가고 싶은 곳에 내려 알아서 관광을 즐기다 내렸던 정류소에서 다시 버스를 타고 다음 관광지로 가면 된다. 때문에 내린 정류소에서 다음 버스가 오는 시간을 확인하고 관광을 하다가 돌아오면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만난 탑승객 김종민(47)씨는 “단체로 움직이거나 시간에 쫓기는 것이 없어 더 보고 싶은 장소에서 마음껏 머물며 관광을 즐길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부산시티투어 탑승객은 최근 3년간 연 평균 20만명 가량이다. 민간이 운영하는 태종대 노선까지 합하면 연간 30만명 수준으로 전국 시티버스 중 이용객이 가장 많다. 부산관광공사에서 운영하는 부산시티투어 버스는 2층버스 6대를 포함해 모두 11대. 2층버스는 지붕 없는 오픈형이 4대, 지붕으로 덮인 밀폐형 2대가 운행 중이다. 오픈형은 유럽 등지에서 수입한 것으로 대당 가격이 5억~6억원이다. 태종대 방향으로 가는 시티투어버스는 민간사업자가 운영하고 있다. 윤정원 부산시티투어 대리는 “관광객들이 오픈형 버스를 좋아하는데 오픈형과 밀폐형이 교차로 운행하기 때문에 굳이 오픈형을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밀폐형 버스를 탄 뒤 관광지를 둘러보고 다음 버스를 타면 오픈형을 탈 수 있고, 오픈형을 탔다가도 다음 버스로 밀폐형을 탈 수 있기 때문이다. 별도의 예약 없이 선착순으로 현장에서 버스기사에게 카드나 현금으로 요금을 지불하면 탑승이 가능하다. 오후 7시부터 2시간 반 가량 진행되는 야경투어는 온라인이나 전화로 반드시 예약해야 한다.
◇부산 핵심 볼거리 포진한 레드ㆍ그린라인 코스
부산역을 출발한 부산시티투어 버스가 부산항대교를 경유해 달리는 레드코스는 부산의 핵심 관광지가 포진해 있다. 남구 UN기념공원과 부산박물관, 광안리해수욕장, 유스호스텔인 아르피나, 마천루 천국인 마린시티와 해운대 번화가 센텀시티, 부산국제영화제의 주무대인 영화의전당, 해운대해수욕장, 동백섬, 부산 중구 광복로 등이 있다. 부산항대교와 광안대교 위를 달릴 때면 탁 트인 바다 전망과 바다 쪽에서 바라보는 부산 도심의 전경이 압권이다. 탑승객 이정숙(56)씨는 “시내 구경과는 전혀 다른 풍광에 압도 당하면서 ‘아! 여기가 진짜 부산이구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용호만유람선터미널 정류소에서는 오륙도로 가는 그린라인 버스를 갈아탈 수 있다. 또 해운대해수욕장 정류소에서는 부산의 동쪽 관광지를 구경할 수 있는 블루라인행 버스를 탈 수 있다. 레드라인 코스를 돌다가 블루라인행 버스를 타고 부산의 동쪽 방향으로 가서 코스를 구경한 뒤 다시 해운대로 돌아와 부산역으로 돌아가는 레드라인행을 타면 된다.
◇새로운 코스 개발 위한 예산 지원 절실
부산시티투어는 부산관광개발㈜가 2006년 설립해 부산시에서 매년 3억~5억원의 보조금 및 차량구입비 40%를 지원받아 운영해 왔다. 2013년부터는 부산관광공사가 운영을 맡게 되면서 시의 재정적 지원 없이 운영되고 있다. 현재까지 흑자 경영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용객 수가 최근 증가세를 멈춰 고민에 빠져 있다. 새로운 노선 개발 등이 필요한 상황이다. 때문에 지난 1월 ‘옐로라인’을 신설했다. 하지만 예산 등의 문제로 추가 노선 개발이 어려워 코스의 다각화를 꾀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황성준 부산시티투어 부장은 “새롭게 다양한 코스를 개발해 시티투어 수요를 더 늘리기 위한 예산 지원 등이 절실하다”며 “버스 운행만의 수익성이 아닌 버스 운행이 지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 등을 감안한 거시적 안목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편에서는 블루라인과 옐로라인이 소개될 예정입니다.
부산=권경훈 기자 werth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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