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가 구글과 같은 다국적 정보통신(IT) 기업에 대한 법인세 과세(이하 ‘구글세’)와 관련, 사실상 신중한 입장을 내 놨다.
기재부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20개국(G20) 등의 (국제사회) 이행 체계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말했다. OECD나 G20 국가들이 모두 구글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는 만큼 이들 국가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기재부가 브리핑을 가진 것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지난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다국적 IT기업들에 대한 법인세 과세권 확보가 필요하다”고 발언한 것에 여론의 관심이 쏠린 게 배경이다. 김 부총리는 유럽연합(EU)이 논의 중인 디지털 서비스 매출세(온라인광고 등 서비스 매출액에 매기는 세금)를 거론했다.
그러나 정부는 구글세 도입은 ‘시기상조’라는 게 공식 입장이다. 구글세 도입 논의가 활발한 유럽과 달리 우리나라는 온라인광고 시장의 절대적 규모가 작은데다, 내국법인에도 동일한 과세 방안을 적용해야 하는 점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EU에서 논의 중인 매출세를 내국법인에도 적용하면 법인세와 매출세를 중복 부과하는 셈이 된다. 또 주변국에서 우리나라를 좇아 매출세를 도입할 경우 네이버 등 해외로 진출하는 우리 기업들의 현지 세부담이 높아질 우려도 있다. 과세 제도가 미비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실적으로 단기간 내 구글세를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는 이야기다.
기재부는 대신 국제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구글세 논의 과정에 적극 참여해 과세권 확보에 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예를 들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IT기업의 ‘고정사업장’을 새롭게 규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제조세조약 상 외국법인의 국내원천 사업소득에 과세하려면 국내에 고정사업장이 있어야 한다. IT기업의 경우 고정사업장을 ‘서버 소재지’로 보고 있어, 서버가 국외에 있을 경우 법인세 과세가 불가능하다. OECD는 연간 서비스 거래 건수 등 물리적 실체인 서버를 대체할 개념을 도입하기 위해 2020년까지 관련 보고서를 작성할 계획이다.
세종=이현주 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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