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사회정책 기조는 ‘포용국가’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6일 청와대에서 포용국가전략회의를 처음으로 열어 사회전략 차원에서 공론화에 돌입했다. 경제정책과 외교안보정책을 제외한 복지ㆍ노동ㆍ교육 등 사회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비전이 제시된 것은 처음이었다.
이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를 중심으로 혁신적 포용국가 비전을 구체화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청와대, 정부, 더불어민주당을 포괄하는 ‘포용국가추진단’을 만들어 포용국가 로드맵과 ‘포용국가 2040’ 같은 비전도 제시할 예정이다. 22일 정책기획위에서 정해구 위원장과 국정과제지원단장인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만나 포용국가 비전 준비 상황을 들어봤다.
두 사람은 청와대 수석ㆍ보좌관회의에 직접 참석해 35분 동안 포용국가 비전을 설명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만큼 문 대통령의 관심이 크다는 것이다. “나중에 들어보니 외부인이 수보회의에 들어간 예가 없다고 한다. 높으신 분들도 거기 와서 안건 발표할 때 3분, 5분 정도 하는데, 저는 무려 35분이나 발표를 했다. 또 자료를 대통령께서 미리 보신 것 같다. ‘이게 양이 많으니까 충분히 설명하라’고 하셨고, 원래 15분 예정이었는데 35분이 된 것이다. 대통령이 마무리발언에서 ‘보고서 양이 많으니까 김 교수가 충분히 다 설명을 못했다. 들고 가서 정독하세요’라고 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김 단장의 설명이었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1년 반 사회정책을 평가한다면.
정해구(이하 정)=“현 정부 들어와서 가장 큰 문제는 북한 비핵화였고, 두번째는 사실 경제였다.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사회정책이 덜 보였다. 그렇다고 사회정책을 안 한 건 아니다. 개별적으로 상당 정도 했다. 예를 들어 복지 관련해서는 기초연금, 장애인연금의 단계적 인상문제라든지, 누리과정 전액 국고 부담, 소득 하위 90%에 대한 월 10만원 아동수당 지급, 소방청 신설 등 여러 가지를 했다. 다만 종합적으로 안 해서 눈에 덜 띈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 포용국가라는 정책표어를 만들어 종합을 한 것이다.”
김연명(이하 김)=“원래 사회정책이란 용어가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쓰이는 용어는 아니다. 복지정책, 노동정책, 교육정책이런 식으로쓰였는데 이 세가지 정책에 환경,주거정책 등을 포함하는 의미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경제정책과 대비돼서 나머지를 포괄하는 용어로 사회정책이라고는 안 쓰다가 이번 정부 들어와서 쓰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복지ㆍ노동ㆍ교육ㆍ환경정책이나 개별 프로그램들은 어느 정부 못지 않게 엄청난 프로그램들을 시행하고 있고 쏟아내고 있다. 다만 국민들이 느끼기에 이런 개별 프로그램이 어느 방향을 향해서 가는 거냐, 그게 사회발전 목표인데, 그런 부분에 대한 국민들이 약간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정부에서도 이런 정책들을 모아서 사회를 이런 방향으로 향하게 하는 거라는 설명이 부족했다. 대통령은 이번에 교육, 노동, 주거 정책 등을 통해서 결과적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이 포용국가라는 메시지로 연결을 시켜국민께 말씀 드린 거라고 생각한다. 개별프로그램들은 여러 가지 많이 했지만 다 묶어서 국민 삶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갈지를 제시한 게 포용국가의 핵심적 개념이다.”
-포용국가라는 개념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정=“포용이라는 말의 반대말이 배제다. 그동안 한국의 경제발전이나 사회발전에 있어 배제적 측면이 상당히 컸다. 정치적으로 반공국가였는데, 상당히 배제적 용어다. 경제적으로 발전국가, 낙수효과 이런 것도 어떻게 보면 재벌 대기업 중심 경제발전이 이뤄지고 낙수효과가 이뤄지는 것으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제적 성격이 있다. 그리고 사회복지는 굉장히 낙후돼 있다. 전반적으로 한국의 발전은 소수 사람들이 리드하고, 나머지는 낙수효과 같은 걸로 자기 삶을 사는 걸로 볼 수 있다. 아마 대통령은 이걸 반대로 바꾸려고 생각한 것 같다. 배제가 아닌 포용, 가능하면 다수 국민들이 이끌어가고, 사회적 약자들이 이끌어가는 그런 목적에서 포용이라는 용어를 쓰신 것 같다. 그걸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정책이 사회정책이라서 이번에 사회정책을 종합하면서 포용국가라는 말을 쓴 거라고 생각한다.”
김=“국제적인 흐름도 있었다. 2008년 국제금융위기가 큰 분기점이다. 그게 오기 전에는 국제적으로 소위 말하는 신자유주의적 성장전략이 대다수 학계나 국제기구를 지배했다. 그 이후 신자유주의 성장이 가진 한계와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국제적으로 기존 사회발전 전략을 재검토해야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동안 신자유주의를 계속 주장한 국제통화기금(IMF)나 세계은행(WB) 쪽에서 기존 노선을 재검토하는 보고서를 내기 시작했다. 단적인 예가 ‘불평등이 너무 심해지면 장기 성장에 방해가 된다’는 획기적 보고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유사한 목소리를 낸다. 전반적으로 국제적 사회발전 전략이 바뀌게 되고, ‘그러면 신자유주의를 대체하는 게 뭐냐’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가장 유력하게 등장한 게 포용적 성장, 포용적 사회정책, 포용국가 이런 개념들이다. 그래서 국내적으로 대기업 수출주도성장으로 낙수효과가 발생해서 빈곤층도 잘 살 거라는 게 90년대 초반까지 성공했는데 지금 안 먹히고 있다. 여기에 국제적으로 신자유주의성장전략에 대한 반성이 나와서 포용적 개념이 나왔다. 그 두개를 동시에 엮은 키워드가 포용국가라는 담론으로 나타난 게 아닌가 생각한다.”
-포용국가가 하나의 브랜드처럼 제시됐는데, 문재인 정부 국정 비전과는 어떻게 연결되나.
정=“국정 비전 중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가 크게 사회정책이다. 대통령이 생각하는 포용국가는 사회정책으로 시작하지만, 전반적으로 다른 정책으로 확산될 여지가 있는 것 같다. 경제 분야 국정 비전도 지금은‘더불어 잘사는 경제’지만, 사실 포용적 성장이라는 말도 쓴다. 포용을 경제로도 확산할 수 있는 것이다. ‘고르게 발전하는 분권발전’ 비전도 포용적 분권 발전으로 갈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크게 보면 내부적으로는 포용국가로 가고, 외부적으로는 평화국가, 평화번영국가 이렇게 크게 간다는 생각이다.”
김=“이번 정부의 가장 큰 상위 비전 중 하나가 포용국가고 또 하나가 평화국가다. 평화국가 쪽은 외교안보 패러다임이 있는 거고, 포용국가 내에서는 경제, 사회, 지역균형 정책이 있다. 또 대통령은 요새 ‘포용적 민주주의’라는 용어까지 쓰시더라. 정치까지 포괄하는 것이다. 포용국가, 평화국가 이 두 축으로 국정운영을 끌고 나가려는 생각인 것 같다.”
-포용적 민주주의는 어떤 의미인가.
정=“정치와 정책의 관계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정치적 뒷받침이 안 되면 정책으로 실현이 안 되더라. 예를 들어 문재인 정부의 포용정책이 가능했던 것은 촛불혁명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강력하게 지지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촛불혁명 연장선상에서 우리 사회 약자들이나 가난한 많은 사람들을 포용하는 포용적 민주주의 이런 것들이 만들어져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의 의견들이 표출될 수 있는 정치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그 시스템이 정책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게 만들어져야 한다. 포용적 민주주의가 만들어지면 그걸 바탕으로 해서 포용국가 정책들도 만들어 질 수 있다. 정치와 정책은 세트로 가야 한다.”
-사회정책 추진도 예산 문제로 이어지는데 재원 조달은 어떻게 해야 하나.
정=“국내총생산(GDP) 대비 사회지출비가 2015년 기준 10.1%다. 다른 나라는 언제 10%가 됐나 봤더니, OECD는 1960년대 중반, 미국은 70년대, 일본이 80년대였다. GDP 대비 10%를 썼던 게 일본은 38년 전, OECD는 50년 전이다. 우리가 현재 사회지출비를 쓰는 게 선진국의 60, 70년대 상황밖에 안 되는 거다. 그래서 빨리 따라 잡기 위해 불가피하게도 재정 지출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금 한국 조세부담률이 20% 정도 된다. OECD 평균은 25% 정도 된다. 세금 문제이기 때문에 하루아침에 올리긴 어렵다. 단계적으로 계획을 세워서 세금을 올리고, 사회지출비를 더 확장시켜야 삶의 질이 더 제대로 된다. 국민들은 세금을 내는데 어디다 쓰냐, 투명성 얘기를 하는데 우선 제대로 쓰는 것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 조세 부담률을 단계적으로 올려야 한다.”
-포용국가 전략은 어떻게 준비를 할 것인가.
정=“두 가지 차원이다. 하나는 일종의 포용국가 3개년 계획이다. 포용국가 사회정책의 목표와 과정을 만드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범정부적으로 준비를 하고 있다. 또 하나는 3개년에 끝나는 게 아니고 장기적 계획이 필요하다. 그래서 예를 들어 ‘포용국가 2040’이라고, 한 2040년 정도까지 앞으로 포용국가 사회정책이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를 마련하는 거다. ‘포용국가 2040’ 장기 정책은 정책기획위원회에서 일을 하게 될 것 같다. 또 포용국가 전략회의 때 대통령이 마무리 발언으로 ‘이걸 각 부처가 제대로 시행할 수 있는 전략을 짜라, 재원조달 계획까지 마련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당정청을 포괄하는 포용국가추진단이 만들어질 것 같다. 여당ㆍ정부ㆍ청와대가 다 들어와 추진단을 만들면 그 밑에서 사회ㆍ경제ㆍ정치 비전을 체계화하고 로드맵까지 만들 것이다. 예전 비전2030처럼 국가 비전을 체계화하고 로드맵까지 만드는 것이다. (포용국가 임기 내 계획인) ‘국민 전생애 기본생활보장 3개년 계획’은 포용국가추진단에서 맡아 이번 정부가 끝날 때까지 고용ㆍ노동ㆍ주거ㆍ복지에서 어디까지 도달하겠다는 걸 수치화 시켜 재원 조달 방안까지 담을 예정이다. 늦어도 내년 초에는 시작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 준비 중에 있다.”
-포용국가 전략회의는 어떻게 운영되나.
정=“9월 회의 때 대통령이 포용국가 전략회의를 수시로 하겠다고 했다. 상당히 세부적인 것들이 많고, 외연을 넓혀서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대통령이 수시로 하겠다고 한 것이다. 또 하나는 재정전략회의에 앞서서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정책이 나와야 재정이 뒷받침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포용국가 전략회의 같은 게 자주 개최되고 구체적 정책이 나오면서 확산될 것 같다.”
-포용국가와 소득주도성장ㆍ혁신성장ㆍ공정경제 등 경제정책 기조는 어떻게 연결시킬 수 있나.
김=“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 이건 많이 얘기가 됐지만, 사회정책과의 관계에 대해선 별로 얘기가 안 됐다. 소득주도성장은 외부적으로는 최저임금 인상이라고 잘못 알려져 있는데 이번 정부가 구상한 건 시장 임금을 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생활비를 낮추고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의 제도를확대하는 등 각종 노동, 복지정책으로(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리는 것을 포괄하는 정책 구상이다. 그런데 최저임금 때문에 프레임이 잘못 잡혔다. 사회정책이 소득주도성장과 동떨어진 게 아니라 패키지로 연결해 생각하는 것이다. 혁신성장도 규제 완화가 곧 혁신성장으로 알려져 있는데 혁신성장이라는 게 규제만 완화된다고 이뤄지는 건 아니다. 그렇게 됐으면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때 혁신성장이 됐어야 한다. 이번 정부는 규제완화도 필요하고 적절히 해야 한다고 보는데, 혁신성장이 이뤄지려면 인적자본의 다양성과 창의성을 가진 사람들이 끊임 없이 교류하고 소통하는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번 정부에서는 사회정책을 통해 혁신성장을 보완하려 한다. 예를 들어 양질의 인적자본을 공급하는 교육정책, 사회신뢰라든지 사회적 자본 확충, 기업의 조직문화를 더 개방적이고 민주적으로 바꾸는 게 필요하다. 혁신기업이 가능하려면 적어도 구글 같은 것도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다 상명하복이다. 예전에 선진국을 쫓아갈 때는 그 모델이 유효했지만 지금은 다 쫓아가서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과거 고도성장기에 만들어진 표준화된 인적자본 만드는 걸 바꾸고, 조직 문화도 개방적으로 바꿔야 하고, 사회적 신뢰도 확충해야 하고, 혁신성장이 가능하기 위한 사회 기반을 만드는 게 중요한데, 사회정책을 통해 그런 기반을 만들어 주려는 것이다. 경제 정책 패러다임을 포용적 성장이라고 한다면, 포용적 사회정책을 통해서 경제와 사회정책이 조화를 이루면서 갈 수 있도록 하는 거다.
정= “그동안 한국은 양적인 경제성장만 신경을 써 왔다. 어느 정도 성공한 게 사실인데, 사회문제, 특히 복지문제에 대해선 신경을 안 썼다. 그러다 보니까 OECD 국가 중에서도 복지는 낮은 수준이다. 경제와 사회가 괴리된 상황이다. 인간 삶에 있어서 양적으로 경제가 성장되는 문제와 동시에 분배 측면에서 사회정책이 같이 동등하게 가야 인간 삶이 제대로된다. 우리는 두개가 분리돼 있어서 경제가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는 걸 힘들어 하는 사회다. 그래서 앞으로는 경제와 사회정책이 같이 세트로 결합되면서 가야한다. 경제와 사회를 분리해서 보는 게 아니고 동시적으로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예를 들어 소득주도성장은 사회정책으로 보완이 돼야 한다. 혁신성장도 4차산업혁명 등 과학기술 측면만 강조하는데, 인적자원이 없으면 안 된다. 결국 사람이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적자본 육성은 사회정책으로 해야 한다. 사회정책이 미래혁신성장 기반을 만드는 경제정책의 기반이 되는 것이다. 사회와 경제 정책이 분리되는 게 아니라 선순환관계로 만드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김=“과거 보수정부하고 차별화시킨 게 바로 그 지점이다. 보수정부에서는 복지나 사회정책 확대가 성장의 발목을 잡는다는 패러다임이 있었고, 그래서 사회복지정책 확대를 억제하는 전략을 썼다. 이번 정부 생각은 그 두개가 모순 대립이 아니고 상호보완적 관계라는 것이다. 그래야 한국사회의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 경제정책과 사회정책의 선순환을 추구하려는 게 포용국가 전체에 담긴 핵심 내용이다.”
-포용국가 사회정책 핵심 중 하나인 복지 분야에선 어떤 데 중점을 두고 있나.
김=“그 중 하나가 소득보장제도 개편 방향이다. 우리나라에선 노동시장 바깥으로 빠져 나가면 너무 살기 힘들다. 다른 나라는 실업을 당하면 실업수당을 어느 정도 주고, 아파서 결근해도상병수당을 주고, 출산휴가도 자기가 받던 월급에서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까진 안 깎는다. 늙어서 은퇴하면 연금을 준다. 이런게 소득보장제도다. 우리나라는 소득보장제도가 굉장히 부실하다. 국민연금, 실업급여, 기초연금이 부실하다. 그러다 보니까 노동시장에 있을 때는 먹고 사는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데, 노동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즉시 가족에게는 죽음이 된다. 교육비, 의료비, 주거비 대야지 노후준비는 어떻게 하나. 이런 구조가 왜 문제가 되냐면 지금 우리나라는 경쟁력을 가진 산업을 국지적으로 구조조정해야 한다. 산업 간 노동력 이동을 원활하게 해줘야 구조조정도 가능하고 산업 재편도 가능하다. 그러려면 노동자들을 특정시장에서 퇴출시켜서 다른 쪽으로 이전시켜야 하는데 우리는 그 과정이 너무 힘들다. 시장에서 쫓겨나면 죽음이라는 걸 아니까 노동자들은 머리띠 두르고 뛰쳐 나가고, 정부는 경찰을 동원해서 폭력적으로 진압한다. 다 노동시장에서 빠져나갔을 때 기초적 삶이 보장이 안 되는 구조 때문에 부작용이 많이 생기는 것이다. 소득보장제도가 재분배라는 건 당연한데 이런 측면을 넘어 전체 경제질서를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이 있는데 우리가 그게 너무 안 돼 있다. 그 핵심이 소득보장제도이고, 직업 훈련 시스템 같은 것이다. 지금보다 소득보장제도의 기능을 강화해야 선진국으로 갈 수 있다. 필수조건이다. 이걸 비용으로 보면 안 된다. 소득보장 강화는 두가지 방안이 있는데 하나는 사회보장제도 강화 방식이다. 또 조세로 재원이 조달되는 기초적 소득보장을 강화하는 방식이다. 두가지 방식이 나눠져 있는데 한쪽에서는 사회보험제도가 정규직만 혜택 보니까 사회보험을 강화하면 안된다고 한다. 예를 들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강화하면 안 된다, 정규직만 혜택 받는다, 그러니까 기초연금 강화하자’는 주장이 있다. 사회보험 강화를 계속 주장하는 분들은 사회보험이 제기능을 못하면 중산층이 전부 사보험 시장으로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노후가 국민연금으로 보장이 안 되니까 전부 개인 연금 드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국민연금 1년에 내는 게 38조3,000억원인데, 기업부담금 빼면 가계에서 내는 게 21조7,000억원이다. 공적 연금을 내는 게 우리나라가 가계에서 순수하게 내는 게 28조원인데 개인연금은 무려35조7,000억원을 내고 있다. 공적인 부분이 약하고 불안해서 사적인 부분으로 리스크 매니지먼트를 하는 거다. 이런 게 의료비, 교육비, 주거비도 똑같다. 이런 시스템 하에서는기초적 소득보장만 강화하면 중산층들을 전부 시장으로 내모는 효과가 있다. 그래서 기초소득보장도 강화하고 사회보장도 강화하는, 투트랙을 동시에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하는 게 공약을 설계할 때부터 가졌던 문제의식이다. 기초연금 20만원, 30만원 인상도 그런 맥락에서 나온 얘기다. 국민연금도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방향으로 논의하자고 대통령이 메시지를 냈다. 전반적으로 소득보장제도를 비용으로 보면 안되고 우리 사회를 선진화하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는 게 전체적 개혁 방안이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에는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김= “저출산 문제는 족집게 해결책이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다른 나라를 봐도 그런 해결책은 없다. 전반적으로 경제질서, 사회질서가 아이 키우는 데 부담이 없고 그 부분에서 사회 가치를 느끼는 쪽으로, 소위 삶의 질 수준이 높은 사회에서 출산율이 높다. 이번 정부에서 추진하는 것도 예전처럼 족집게 정책을 내놔서 출산율을 높이자는 생각은 안하는 것 같다. 이런 포용적 성장정책, 포용적 사회정책을 제대로 집행하는 게 저출산을 극복하는 정공법이라고 생각한다. 한두개 프로그램으로 해결하겠다는 생각은 정부부처에도 없을 것이다. 고령화사회 대비는 약간 더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차피 핵심이 의료비 절약과 연금문제에 대응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노인 인력들을 어떻게 다시 우리 사회에서 생산적으로 일을 할 수 있게 할 것인가다. 이 세가지가 핵심이다. 연금문제는 나름 이슈화 되고 생각하는데, 의료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문재인 케어를 통해 보장률을 70%까지 높이자는 정책과 치매 국가책임제가 대표적이다. 전반적으로 공공의료를 확대해서 의료비를 줄이는 전략을 써야 하는데 진척이 느리게 되고 있는 거 같다. 의료비 절감 노력에 더 신경써야 할 것 같다.”
정=“구조적 문제인 것 같다. 대책을 내놔서 바로 성과가 나오는 문제가 아니다. 저출산 문제는 두 가지가 겹쳐 있는 것 같다. 하나는 경제적 조건의 문제다. 결혼적령기에 들어서 결혼을 할만한 경제 조건이 갖춰져야 하는데 취업문제나 주거 문제가 있다. 주거비가 너무 비싸다. 감히 결혼하기 쉽지 않은 조건이다. 또 하나는 지금 벌어지는 상황이 문화혁명적 성격이 있다. 미투(#Me Too)운동을 보면 여성 입장에서 자기가 모든 불이익을 감수하고 결혼해야할 것인지, 자기 실현을 위해서 결혼하지 말아야 할 것인지 본격 고민하는 단계에 온 것 같다. 전에는 감수를 했다. 이처럼 문화적 문제가 같이 겹쳐 있어서 상당히 구조적 문제다. 대책도 경제적 조건 만드는 것과 더불어 특히 문화적 측면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을 줄이는 문제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다.그래서 여성들이 자기 실현을 하면서도 동시에 결혼 출산이 가능하게 해야 하는데 문화적 측면에서 대책이 약하다. 그 부분은 대통령이 지적을 하더라. “문화적 측면까지 고민해보라”고. 고령화사회 문제는우선 근로 가능한 분들에게는 노인 일자리도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충분치가 않다. 전반적으로 노인 친화적 정책들을 만들어야 하는데 노인정책은 아직 종합적 정책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주거불평등 문제도 심각한데 포용국가로 해결할 방법이 있는가.
김=“주거정책은 공급 확대 방향에서 공공임대주택 같은 공공주택을 확충하는 게 필요하다고 이 정부는 보고 있다. 특히 공공임대주택 내에서 신혼부부, 청년을 위한 주택을 굉장히 많이 늘리긴 했다. 이번 정부가과거 정부보다 주택정책에 더 많이 신경 쓰는데 문제는국민적 기대나 눈높이에 미흡하다는 점이다. 나름대로 하긴 하는데 국민 눈높이에 못 미치고 시장에서 벌어지는 불평등이 더 커져서 더 보완돼야 할 측면들이 있는 것 같다. 그 중 핵심은 임대료를 우리나라 국민들이 감당 할 수 있는 수준으로 통제하기 위해 공공임대주택 확충을 강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공공임대주택이 하나의 대안일 수 있다. 다만 근본적으로 토지가 완전 사적 소유의 대상인지 생각을 해야 한다. 토지가 상품처럼 공장에서 찍어내는 게 아니라서 공급이 제한된 상황에서 수요가 몰린다. 수요도 정상 수요가 아니고 투기 수요다. 이게 완전히 시장에 맡겨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인가 의문이다. 토지에 대한 생각 자체를 바꿔야 한다. 토지가 갖는 공공성 문제를 생각해야 하고 토지 공개념 문제도 적극 검토를 해야 한다. 개헌특위에서 대통령 개헌안 초안을 준비하면서 토지 공개념 문제를 토론하고 상당히 강화된 토지 공개념 내용을 넣었는데 개헌이 안돼서 빠졌다. 지금 부동산 문제는 시장 문제도 아닌 것 같다. 이게 심리적 소비수요에 의한 거다. 그래서 정상적 시장도 아닌데, 토지시장을 정상화하는 것뿐 아니라 토지 공개념 개념까지 결합을 시켜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런 생각 위에서 정책들이 나와야 하는데 지금 나오는 건 너무 임기응변적이다. 그때그때 해결하다 보니까 근본적 문제가 해결이 안된다. 이 문제가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닌 가 싶다.”
-임기응변적 대응이란 어떤 것이 있었나.
정=“토지가 갖는 공적 성격을 감안해, 시장적 성격과 공공재 성격을 결합해서 일관성 있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그런데 사실 부동산 문제에 대해 그렇게 일관성 있게 했는지 모르겠다. 문제가 터질 때마다 대책이 나오고, 또 나오고 이런 식이었다. 토지를 투기성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아파트 사면 돈 번다’는 게 경험적으로 너무나 강해져 버렸다. 그래서 거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권이 바뀐 다해도 정책이 바뀌는 게 아니라, 일관성 있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책들은 그때그때 사태가 발생할 때 나오고 국민들은 부동산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뿌리 깊게 각인돼 있어 사태가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다.”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한다고 해도 현 정부 임기 내 부동산 문제 해결에 다들 회의적이다.
정=“한 정권 내에서 해결 되겠는가. 한 정권에서 일관성 있게 해야 하고 다음정권까지 일관성 있게 해야 한다. 그런 것들이 잘 안되는 것 같다. 토지와 아파트는 기득권이 너무 강하다.”
-정책을 내놓는 관료들의 한계도 있을 것 같다.
정=“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국민들이 원하는 것에 대해 관료들이 민감해야 하는데 둔감한 것 같다. 두번째는 문제를 너무 기능적, 기술적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까 부동산 가격이 안 오를 것 같으면 신경 안 쓰고 오를 것 같으면 신경 쓰는 식이다. 발본적으로 생각해야 하는데 기능적으로 생각한다. 이게 원인이 아닐까 싶다.”
-포용국가 핵심 정책 중 교육정책도 있다. 최근 사립유치원이 큰 이슈가 됐는데.
김=“유아교육 문제는 최근 갈수록 더 중요해지고 있다. 영유아기 때 인적자본이 잘 축적 안되면 평생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공부 잘 못하면, 좋은 대학 못 가서, 노동시장에서 좋은 자리를 못 차지한다는 인식이 있다. 유럽 대부분 국가들도 영유아 발달 과정에 집중 투자한다. 우리나라도 그런 맥락에서 많은 투자를 하고는 있다. 답답한 건 영유아기 때 예를 들어 보육비용만 해도 지방정부 비용까지 14조원 이상을 쓰고 있고, 다른 비용까지 합치면 엄청나게 쓰고 있는데, 그게 과연 영유아기 인적자본 격차를 어느정도 해소했는지에 대한 정부와 학계 데이터가 별로 없다. 쓰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검증도 필요하다. 또 전국 유치원이 9,000개 정도되는데, 국공립이 비율상으로는 52%, 4,700개 정도다. 그런데 상당 부분이 병설 유치원으로 교실 한두개 정도 있는 거다. 실제 유치원 다니는 아이들 중 국공립에서 커버하는 비율은 25% 밖에 안된다. 어린이집도 국공립 커버가 10% 정도밖에 안된다. 그래서 문 대통령 공약이 40%까지 늘리겠다는 것이다. 국공립 어린이집도 예산이 조금 늘긴 했지만 기대했던 것만큼 빨리빨리 안 나갔다. 이번 사립 유치원 사태를 보면서 국민들이 공립 유치원 필요성을 더 절박하게 얘기하는 거 같다. 그게 안 풀리면 근본적으로 문제가 안 풀리는 상황이다.“
정=“우리나라는 왜 유치원과 대학을 사립 중심으로 해 놨는지 모르겠다. 사립 유치원이나 사립 대학을 운영하는 사람 중공공 교육으로 다루는 사람도 많겠지만, 한편으로 돈벌이로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교육 문제를 돈벌이로 생각하는 순간 여러가지 문제점들이 발생한다. 정부가 지원 과정에서 부패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교육의 질 문제도 있다. 그동안 국가나 지방정부가 공공적으로 해야 될 문제를 사적영역에 맡긴 게 문제였다고 본다. 지금 한꺼번에 터진 거다. 국가나 지방정부가 직접 운영을 하든지, 직접 하기 어려우면 사립 유치원에 지원하는 만큼 감시하고 통제를 해야 한다. 지금 이게 사립 유치원, 대학이 엄청 이익집단이라 함부로 감시를 못하고 통제를 못해서 이런 사태가 터진 거 같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이런 사태를 계기로 이제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하는데 저는 그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서도 교육부, 복지부 관료들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 “그 부분에서 용기가 필요하다. 교육부나 국회에서 눈치를 봤던 거다. 이익집단으로 워낙 큰 영향력 있으니까. 그런 면에서 이번에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아주 용기가 있었다. 정부도 그런 태도를 가져야 한다. 청와대든, 교육부든 누군가 용기 있게 얘기하고, 그런 문제에 대해 반발이 크겠지만 정면으로 부딪혀 나가야 문제가 해결되지 감추면 문제가 한꺼번에 터진다.”
김=“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측면에 대해선 미적지근한 감이 있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소위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사회가 엉망이 될 거 같은 분야에서 과감히 손을 대야 한다. 그게 국민들이 촛불로 표를 몰아준 것에 대한 보답이 아닐까 생각한다.”
-포용국가 추진 과정에서 지켜야 더 신경써야 할 부분이 있다면.
정=“우리가 적폐 청산이라는 말을 많이 썼는데. 피로감을 느낀다는 말도 많다. 우리나라는 적폐가 상당히 누적돼 있다. 먼저 일어났던 게 주로 국가기관이었다. 그런 쪽에서 문제 있었던 부분에 적폐 청산이 진행됐는데 적폐가 국가에만 있는 것인가. 경제에서도 재벌과 중소기업 사이에 있는 것이고, 경제 주체들 사이에 갑질도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번에 사립 유치원 사태를 보면서 생활적폐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 생활에서도 그런 게 광범위하게 있다. 적폐청산 피로감을 얘기하는데, 피로감이 있을 수 있지만 과거에서 벗어나 미래로 가기 위해서는 그런 문제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드러내야 하는 게 필요하다. 드러내는 순간은 굉장히 고통스럽지만 과정을 거치고 나면 새로운 질서랄까 그런게 만들어 진다.”
김=“정책을 너무 관리만 하려 하지 말고 뚫어줘야 할 부분은 과감하게 추진해야 한다. 지금 1년 반 정도 지났고 1년 반 정도의 정책 추진 기간이 남은 것 같다. 나머지 2년은 관리 기간이다. 국민들이 느끼는 답답함, 불안감에 대해 과감한 정책적 전환이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포용국가 비전은적절한데 어떻게 강력히 추진하고 국민 동의를 얻을지가 큰 과제다.”
정=“지금은 구조적 전환기다. 남북관계도 한 70년 정도 분단 질서였는데 바뀌고 있다. 내부적으로도 배제에서 포용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그런 전환기에는 과거에 쌓였던 적폐가 드러나는데 그걸 감추고 가면 패러다임 전환이 안 된다. 그게 드러나면 그 속에서 새로운 질서가 나타난다. 그게 이 전환기에서 저희가 해야할 역할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정해구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현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정치행정분과 자문위원을 거쳐 지난해 9월부터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해왔다. 올해 2월부터는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해 대통령 개헌안 초안을 마련했다.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 위원장도 역임했다. 충남 서천 출신으로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정치학 교수로 활동했다.
◆김연명 정책기획위원회 국정과제지원단장 겸 포용사회분과위원장
지난해 대선 때 문재인 캠프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성장’에서 복지팀장을 맡았다. 대선 후에는국정기획자문위원회 사회분과위원장을 맡았고, 현재 정책기획위원회 포용사회분과위원장 겸 국정과제지원단장으로활동하고 있다. 충남 예산 출신으로 중앙대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하고 석박사 학위까지 받은 뒤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로 재임 중이다. 국민연금운영개선위원회 위원, 한국사회복지정책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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