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최대 3곳에 부동산신탁업 인가를 내주기로 했다. 부동산신탁 시장은 최근 부동산 시장 호황에 힘입어 급성장하고 있지만 10년 동안 신규 진입이나 퇴출이 없어 과점 체제(현재 11개사)로 굳어졌다는 지적이 많았다.
금융위원회는 24일 이런 내용을 담은 ‘부동산신탁업 경쟁 제고를 위한 신규인가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앞서 금융산업 경쟁도평가위원회(평가위)가 부동산신탁 시장을 경쟁이 충분치 않은 시장으로 평가한 데 따른 조치다.
부동산신탁 시장은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부동산 시장 호황으로 성장을 거듭했다. 상반기 부동산신탁회사 11곳의 순이익은 2,8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6%(428억원) 급증하며 반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부동산신탁 시장은 높은 진입 장벽 탓에 2009년 이후 10년간 새로운 신탁사가 진입하지 못한 채 기존 회사들이 시장을 과점하는 구도를 형성해 왔다. 평가위가 허핀달-허시먼 지수(HHI)를 이용해 시장집중도를 평가한 결과 차입형 토지신탁업의 HHI는 과점체제(시장 집중) 여부를 가르는 기준인 1,500을 훨씬 웃도는 2,478을 기록했다. 관리형 토지신탁업(1,236)은 이보다 낮았지만 카드(1,163), 생명보험(994) 등에 비하면 경쟁이 충분치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
정부는 경쟁 촉진 차원에서 최대 3곳에 부동산신탁업 신규 인가를 내주기로 했다. 인가 후 최초 2년간은 고객 부동산을 관리하며 수수료를 받는 관리형 토지신탁만 허용하고 이후엔 신탁사가 직접 사업비를 대고 부동산을 개발하는 차입형 토지신탁을 허용하는 조건이다.
정부는 이달 30일 인가설명회를 열고 다음달 예비인가 신청서를 받을 예정이다. 통상 예비인가와 본인가에 4개월가량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최종 인가는 내년 3월쯤 이뤄질 걸로 예상된다. 특혜 소지를 없애기 위해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외부평가위원회가 심사를 맡아 예비인가 여부를 결정한다. 심사 항목은 △자기자본 △인력 및 물적설비 △사업계획서 △이해상충 방지 체계 △대주주 적합성 등 5가지다. 박정훈 금융위 자본시장정책관은 “신탁회사가 대주주에 일감을 몰아주는 식의 불공정 행위가 일어나선 안 되는 만큼 이해상충 방지 체계, 대주주 적합성을 중점 심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시장에선 NH농협금융지주, 지주사 전환을 추진 중인 우리은행을 포함해 10여 곳이 신규 인가 티켓을 노리고 있다. 때문에 신규 인가가 이뤄지면 대형 금융사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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