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발전위, 확대 시행 건의
대법원의 사법개혁 자문기구인 사법발전위원회가 직접 법원에 출석하지 않고도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영상재판 제도를 확대 시행할 것을 공식 건의했다. 실제 시행된다면 법원 출석 때문에 생업에 지장을 받는 불편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졸속 재판’이 이뤄질 수 있다는 법원 안팎의 우려가 상당한 만큼 전면 도입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전망이 나온다.
24일 대법원에 따르면 사법개혁 안건을 심의하는 ‘국민과 함께하는 사법발전위원회’는 23일 제10차 회의를 열고 “국민들이 법원에 쉽고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고 재판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새로운 재판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며 영상재판 확대를 건의했다. 사법발전위는 “이를 위해 소송당사자나 대리인이 컴퓨터 등을 이용해 재판에 출석하고 변론 등을 할 수 있는 영상재판이 병행될 수 있도록 인적ㆍ물적 여건을 조성하고, 관련 법령을 정비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원격 영상재판은 재판 당사자나 소송대리인 등이 사건 관할 법원 법정에 직접 출석하지 않고 중계시설이나 영상장치를 통해 거주지와 가까운 법원 내에 마련된 화상 시설을 통해 영상으로 출석해 재판을 받는 제도다. 1995년 ‘원격 영상재판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됐으나 과도한 운영비용과 장비 노후화 등으로 2001년 이후 활용 사례가 없어 사실상 사문화됐다. 그러다가 2016년 민사소송에 한해 재판 당사자가 아닌 증인ㆍ감정인 신문을 영상으로 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지만 2년간 활용 건수는 12건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사법발전위 내부적으로도 △정보유출, 해킹 등 보안 문제가 발생하거나 △재판이 졸속으로 진행될 수 있는 우려 등이 제기되며 공식 건의 사항으로 의결할지 진통이 있기도 했다.
영상재판이 재판 당사자까지 영상으로 출석할 수 있을 정도로 확대되면, 국민 불편이 일정부분 해소될 전망이지만 당장 법원 내부 반발부터 넘어서야 한다. 지난달 전국법관대표회의가 판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일선 판사들 사이에서는 신중 검토(58%)와 도입 반대(22%) 의견이 많았다. 수도권의 한 판사는 “당사자들이 직접 판사를 만나 얘기를 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충실한 재판에 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법원 내·외부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구체적인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사법발전위는 국민들의 법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시ㆍ군ㆍ구 등 지역별로 분쟁 해결을 위한 조정센터를 설치할 것과, 각 법원에 재판 업무를 분배하는 별도 기구인 사무분담위원회를 만들어 판사들이 민사ㆍ형사ㆍ행정 등 각 재판부를 배치하고 업무를 분배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해야 한다고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건의했다.
유환구 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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