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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선 수소열차, 수소택시 질주... 국내선 충전소 설치 눈치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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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선 수소열차, 수소택시 질주... 국내선 충전소 설치 눈치만

입력
2018.10.25 04:40
수정
2018.10.25 09:2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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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진국들 수소 생태계 구축할 때 

 한국은 수소차 양산에도 보급 더뎌 

세계 최초의 수소전기 열차 '코라디아 아일린트'가 지난달 16일 시험 운행을 마치고 독일 브레머푀더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프랑스의 알스톰이 제작했으며 1000㎞를 연료 공급 없이 달릴 수 있고 주행 중 증기와 물만 배출하는 환경친화적 열차다. 니더작센(독일)=EPA 연합뉴스
세계 최초의 수소전기 열차 '코라디아 아일린트'가 지난달 16일 시험 운행을 마치고 독일 브레머푀더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프랑스의 알스톰이 제작했으며 1000㎞를 연료 공급 없이 달릴 수 있고 주행 중 증기와 물만 배출하는 환경친화적 열차다. 니더작센(독일)=EPA 연합뉴스

수소 열차가 지난달 독일 북서부 니더작센주 브레머푀더역에 세계 최초로 등장했다. 차량 지붕에 전력 공급선만 없을 뿐 일반 열차와 외관을 구별하기 힘들고, 최고속도는 시속 140㎞로 기존 열차에 뒤처지지 않는다. 하지만 1,000㎞를 연료 공급 없이 달릴 수 있는 데다, 전기 기관차처럼 철로에 전선을 설치할 필요가 없어 경제성도 높다. 뉴욕타임스는 “기존 화석연료 기관차를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프랑스 파리에선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차인 투싼ix35가 택시로 운행 중이다. 프랑스는 한국과 다르게 파리 도심에까지 수소충전소 5곳이 조성돼 있어, 문재인 대통령이 국빈 방문한 지난 14일 투산ix35 택시가 수소 충전소에서 연료를 채우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주요국들은 수소 경제 생태계 구축에 적극적이다. 컨설팅회사 맥킨지가 지난해 발표한 ‘수소 경제 사회 구현을 위한 로드맵’에 따르면 2050년이면 수소가 전 산업 분야에서 연간 2조5,000억 달러의 시장 가치와 일자리 3,000만개를 창출한다. 수소에너지는 이 시점에 전체 에너지 수요의 18%를 담당하면서 이산화탄소를 연간 60억톤가량 낮추는 효과도 낸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에 판매되는 자동차 1억7,000만대의 17.7%(3,500만대)가 수소차일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 정부도 최근 ‘수소 경제 진입’을 선언하고 관련 예산을 증액했지만, 정작 관련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수소가 가까운 미래의 주력 에너지가 될 것이란 확신을 갖지 못하다 보니 관련 투자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수소전기차만 봐도 그렇다. 현대차가 단독으로 1998년 연구에 들어가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인 투산ix35를 2013년 양산하기 시작했지만, 5년이 흐른 지금도 보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올해 국내 판매된 수소전기차는 고작 300대(지난달 말 기준)다. 올해는 1회 충전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609㎞)를 획기적으로 늘린 2세대 모델을 출시했지만, 보조금 부족에 충전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다. 현대차 관계자는 “보조금 지원 대수에 맞춰 차를 생산하는 실정이며, 수도권조차 충전소가 거의 없어 고객들이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수소 전기차 확대 계획=그래픽 송정근기자
한국수소 전기차 확대 계획=그래픽 송정근기자

기업들도 수소 관련 투자를 망설인다. 이미 수소 선진국에서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철도, 선박, 비행기, 가정 및 기업용 난방, 발전 등에서 다양하게 수소를 활용하지만, 대부분 아직 수익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수소충전소의 경우 국내 에너지 기업들은 설치비용 약 30억원을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거의 무료로 설치할 수 있더라도, 차량 보급 더뎌 연간 약 2억원으로 추산되는 운영비도 건지지 힘들다는 입장이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 입장에선 규모의 수소 경제 생태계가 활성화해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지 않으면 관련 산업에 뛰어들기 어려운 만큼, 정부가 중심축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중국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초기 수소 경제 생태계 구축을 지원해 속속 구체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11년 후쿠시마(福島) 원전 폭발 사고 이후 국가 전력원을 원자력에서 수소로 전환하는 수소 경제 사회 실현에 뛰어들었다. 일본 경제산업성(METI)은 지난 2013년 1월 ‘수소ㆍ연료전지 전략 협의회’를 설립, 2014년 6월 ‘수소사회 실현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했다. 로드맵에 따르면 2020년까지 수소차 4만대ㆍ충전소 160개 보급, 가정용 연료전지 에네팜을 확산하고, 2030년엔 대규모 수소 공급 시스템을 확립할 계획이다. 일본은 이를 위해 우리나라 면적(10만㎢)의 5배에 달하는 호주 필바라 지역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구축, 전기로 물을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시스템을 건설 중이다. 일본은 2040년까지 수소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₂) 배출을 차단, ‘궁극의 친환경 수소사회’를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극심한 환경오염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도 수소차 보급 로드맵을 발표하는 등 수소 경제 사회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중국은 2030년까지 수소차 100만대ㆍ충전소 1,000기를 보급, 세계 최대의 수소차 시장이 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정부의 강력한 지원으로 수소차 개발ㆍ양산에 나선 중국 완성차 회사는 치루이(奇瑞)자동차 등 10여개에 달한다. 상하이(上海)시는 지난해 9월 ‘상하이시 수소연료전지차 발전계획’을 발표, 2020년까지 수소연료전지 관련 기업을 100개 이상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후베이성(湖北省) 수도 우한(武漢)엔 중국 최초의 수소연료전지 개발산업단지가 세워질 예정이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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