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소 경제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경찰버스를 수소버스로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 총리는 “광화문에서 공회전하고 있는 이른바 닭장차라고 불리는 경찰버스를 수소버스로 교체하자”며 “도심의 미세먼지도 줄이고 수소차에 대한 시민의 관심도 높여 수소차 내수를 늘리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ㆍ수소차 시대로 질주하는 해외시장에 우리 기업의 수출을 늘리려면 국내 수요도 그것을 뒷받침해줘야 한다”며 국무조정실에 11월 중 수소차ㆍ전기차의 확산을 위한 규제 개선 방안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8월에는 기획재정부가 ‘혁신성장 전략투자 방향’ 발표에서 3대 전략투자 분야 중 하나로 ‘수소 경제’를 언급했고, 산업통상자원부도 올해 안에 ‘수소 경제 이행을 위한 5개년 로드맵’을 마련하기로 했다.
수소 경제의 주요 인프라인 수소충전소 구축을 지원하는 민간의 특수목적법인(SPC)을 12월까지 출범시킬 계획이다. 2022년까지 약 100기의 수소충전소를 전국에 세우겠다는 게 목표다. 현재 SPC 설립위원회에는 한국가스공사와 한국도로공사, 현대차, 효성중공업, SK가스 등 14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최근 수소생산회사를 찾아 “인력 양성과 산업 활성을 위한 플랫폼 구축은 정부가 맡겠다”며 관련 기업의 적극적 투자를 당부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2005년 9월 ‘친환경 수소 경제 구현을 위한 마스터플랜’이란 종합계획을 내놨었다. 2040년까지 수소에너지 비중을 15%로 높이겠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이 계획은 정권이 바뀌면서 흐지부지됐다. 대형 정유사 관계자는 “2000년대 중반 정부가 수소 경제 구현에 박차를 가하면서 연구개발(R&D)센터에 수소충전소를 만들어 연구를 진행했으나 보급 정책이 실종돼, 결국 시설을 철거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가장 중요한 게 정책 일관성”라고 입을 모았다. 이해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고온에너지재료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국회에 계류 중인 수소 경제법과 수소 경제활성화법, 수소산업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통과시켜 정권이 바뀌어도 연속성을 갖고 정책이 집행되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경제성을 갖추기 어려운 만큼 수소 시장이 어느 정도 성장할 때까지 정부가 수요를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조언도 잇따랐다. 이종영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산업단지나 융복합단지에 수소충전소를 의무 설치하도록 하고, 초기에는 수소차 보급 예산을 크게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소차 보급 확대로 경제성이 개선되면 관련 기업 활동 역시 증가하게 되고, 여기서 나온 세금을 정부가 또다시 수소 경제에 투자하면서 자연스레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현재 수소전지차 양산이 가능한 기술력을 가진 건 한국과 일본뿐”이라며 “수소 경제 주도권을 쥐기 위해선 이미 뒤처진 전기차를 건너뛰고 바로 수소차로 넘어갈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동구 한국수소산업협회 이사는 “현재 수소차 보급 사업은 환경부, 고속도로 수소충전소 보급 사업은 국토교통부, 수소산업 R&D는 산업부에서 각각 주관해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수소 경제 R&D와 산업 진흥 등을 총괄할 컨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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