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련소 “공식입장 없음” 환경단체 “환영”, 주민 “생존권 위협”
회사 대표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감 출석
경북 봉화 영풍석포제련소가 조업정지 20일 처분을 과징금으로 대체해 달라며 낸 중앙행정심판위원회 행정심판 청구가 23일 기각되면서 이행과 소송의 갈림길에 섰다.
제련소는 행정심판 재결문이 회사에 도달하는 다음날부터 조업을 정지해야 하고 회사경영에 타격이 크기 때문에 행정소송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제련소 측은 “20일 조업정지는 공장을 폐쇄하라는 말과 같다”며 “조업정지를 하더라도 재가동을 하는데 6개월은 걸린다”고 주장했다.
석포제련소는 지난 2월24일 폐수처리 침전조 슬러지 반송펌프 고장으로 불완전 처리 폐수 70여 톤을 낙동강 상류로 배출한 사실이 적발돼 경북도가 4월5일 조업정지 20일 처분을 내렸다. 제련소 측은 같은달 24일 조업정지 처분을 취소하고 과징금으로 대체해 달라는 행정심판 및 행정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냈다.
1970년 봉화군 석포면 35만㎡ 터에 설립된 석포제련소는 아연 제련 및 합금제조 공장으로 연간 아연 37만톤, 황산 70만톤을 생산하고 있다. 아연은 생산량은 세계 4위, 국내 유통량의 34%를 차지하는 우리나라 최대 아연생산업체이다. 연매출은 1조4,000억원에 이른다.
종업원 538명에 협력업체 603명 등 1,186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석포면민 전체인구 2,215명의 80% 정도가 제련소와 관련된 일에 종사하고 있다.
하지만 1,300만 영남 주민의 식수원인 낙동강 최상류에서 중금속을 생산하다 보니 환경오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하루 평균 폐수 배출량이 1,400~1,600톤, 먼지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 발생량은 연간 43만톤에 이른다. 지정폐기물 8종과 일반폐기물 11종을 배출하고 황산, 카드뮴, 염산 등 9종류의 유독물질을 제조하거나 사용한다.
경북도에 따르면 영풍석포제련소가 2013년 이후 환경법 위반으로 경고 고발, 시설 사용중지, 개선명령, 과태료, 과징금 등 처분을 받은 것이 48건에 달한다. 40일 마다 1번씩 법을 어긴 셈이다.
제련소 측은 지난 7월에는 공장설립 이후 처음으로 언론인 환경단체 관계자를 초청해 황산공장, 아연 주조공장, 정수공정 등을 공개하기도 했지만 환경오염 의혹을 불식시키지 못했다.
환경단체는 이날 “마땅히 내려져야 하는 행정처분으로 행정심판을 청구한 자체가 법과 규제에 맞서는 배짱을 부리는 행태다”고 환영했다.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피해 공동대책위원회는 “영풍제련소는 지난 48년 동안 영남 주민 식수원인 낙동강에 치명적 오염행위를 일으켜왔다”며 “불법행위 책임은 당연히 영풍그룹이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제련소 종사자가 많은 주민들은 “조업정지는 공장과 협력업체 직원 700여명의 생존권을 무시한 처사”라며 “잘못은 고쳐야 하지만 일자리를 잃도록 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편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2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강인 석포제련소 대표이사와 환경단체 대표를 증인으로 불러 환경오염 대책을 따질 계획이다. 강 의원은 지난 18일 대구지방환경청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석포제련소가 수많은 환경법 위반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과징금이나 개선명령 등 행정처분에 그치는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며 “중대 환경 위반행위가 반복되면 공장폐쇄나 허가취소 결정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호기자 lyho@hankookilbo.com
<2018 영풍석포제련소 행정처분 추진 경과>
▦2월24-28일 경북도 봉화군 등 합동점검에서 배출허용기준 초과 등 6건 위반 적발
▦4월5일 조업정지 20일 처분
▦4월24일 영풍석포제련소 행정심판 및 행정처분 집행정지 신청
▦5월29일 중앙행정심판위원회 석포제련소 현지 확인
▦7월5일 행정심판 민간(환경운동연합 등)참가 신청
▦7월9일 행정심판 민간참가 기각
▦7월10일 민간단체 이의신청
▦9월11일 행정심판 민간참가 재심리, 이의신청 기각.
▦10월23일 행정처분 최종심리. 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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