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hat’s up?’은 ‘무슨 일이냐’ 또는 ‘잘 지냈냐’는 뜻입니다. ‘와썹? 북한’을 통해 지난해까지 남한과의 교류가 사실상 중단 상태였던 북한이 현재 어떤 모습인지, 비핵화 협상과 함께 다시 움트기 시작한 북한의 변화상을 짚어봅니다. 한국일보가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 투자’를 주제로 9~12월 진행하는 한국아카데미의 강의 내용을 토대로 합니다.
“사회주의 배급 시스템이 돌아가던 시대에 살던 사람들과 북한의 20~30대 젊은 세대는 확실히 다릅니다. 요즘 북한 젊은 사람들과 통화를 하면 ‘우리는 어떤 품목을 (남한에) 팔아야 장사가 잘 될까’ ‘서울에서 이쪽(북측)으로 보낼 물건은 어떤 게 있나’ 이런 걸 물어봐요. 돈이 자신을 사회에서 살아가게끔 하는 원동력이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강미진 데일리NK 기자는 22일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진행된 ‘한국아카데미’에서 북한 ‘장마당세대’를 이렇게 묘사했다. 장마당세대는 북한에서 1990년 이후 출생한 세대로,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주역으로 등장하는 젊은 층을 일컫는 말이다. 북한 당국이 공식적으로 이들을 장마당세대라 부르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가 어려웠던 1990년대 중반 어린 시절을 보내고 청소년기에 시장경제 영향을 받으면서 이전 세대와는 구분되는 독특한 특성을 지녔다고 여겨진다.
가령 ‘돈’을 우선순위로 직업을 고르는 식이다. 강 기자는 “북한의 경우 졸업을 하면 당국에 보고가 되고 자동으로 공장 근로자로 등록이 되는 식으로 취업이 조직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취업난이라는 개념이 없다”고 소개하면서 “그러나 시장주의를 겪으며 성장한 젊은 세대들은 웬만하면 돈이 되는 직업을 얻고자 하는 건 물론, 택시 운전이나 방앗간 운영 등 벌이가 좋은 개인사업을 병행하기도 한다”고 했다. ‘투잡’이 일반화 돼있다는 얘기다.
자연히 대학, 학과를 선택할 때도 돈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강 기자는 “무역, 경제 관련 학과 등 소위 돈 벌기 좋은 학과들이 (젊은 층에서) 인기가 많다고 한다”며 “김정은 체제 이후 전국적으로 건설 붐이 일어나면서 설계, 토목 등을 배울 수 있는 대학도 선호도가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출산 트렌드도 달라졌다. 강 기자는 “과거에는 다같이 못 사는 상황이라 ‘한 명을 낳아 잘 키우자’고 생각했던 반면, 장마당세대는 ‘내가 벌면 잘 살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지 2~3명씩 낳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 경제 전문가인 양문수 북한대학원대 부총장도 이날 강연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공식 직업과 비공식 직업이 다르다”고 소개했다. 공장에서 일을 하면서도, 숙박업소를 운영하며 돈을 버는 식이다. 북한 시장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휴대폰이다. 양 부총장은 “북한 말로 ‘손전화기’라고 부르는 휴대폰을 보유한 사람이 500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스마트폰 가격은 보통 주민이 (공식적으로) 받는 월급을 훌쩍 넘어 구매하기가 어렵다”며 “이는 더 이상 북한 주민들이 월급만 바라보고 살지 않고 다른 형태로 돈을 번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양 부총장은 “현재로서는 (북한 내) 시장화가 상당히 안정된 상태고, 부작용은 많지 않다”고 분석하면서 “북한이 여전히 공개적으로 시장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꺼리고, ‘우리식 경제’ 등의 중화된 표현을 사용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완전히 자본주의로 전환할지는 의문이나, 그럼에도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통치 방식을 보면 개혁, 개방을 관리 가능한 수준 하에서는 계속 촉진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서진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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