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 발표
정부가 연말까지 공공 부문에서 단기 일자리 5만9,000개를 만든다. 다음달부터 6개월간 유류세도 15% 인하한다. 가뜩이나 최악인 고용지표가 연말로 갈수록 더욱 나빠질 조짐을 보이고 내수마저 침체 국면에 접어들자 재정과 세제 수단을 모두 동원해 단기 부양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정부는 민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일부 기업의 ‘투자애로’를 즉각 해소하고, 해외에 진출했다 국내로 돌아오는 ‘유(U)턴기업’에 대한 지원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정부는 24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최근 고용ㆍ경제 상황에 따른 혁신성장과 일자리 창출 지원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투자가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고용도 부진한 가운데 미중 통상마찰마저 심화하고 있다”며 “시장과 기업의 활력을 회복하고, 특히 기업의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반전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은 크게 △서민ㆍ자영업자 지원 △민간투자 활성화 △혁신성장 가속화 등으로 나눠진다.
◇다음달부터 유류세 15% 인하
통계청에 따르면 작년 월 평균 31만명 수준이던 취업자 증가 폭(전년동기대비)은 올해 2월 10만4,000명을 기록한 후 8월에는 3,000명까지 추락했다. 지난달에는 4만5,000명으로 다소 늘었지만 추석 연휴발(發) ‘깜짝’ 효과란 분석이다. 정부는 이 같은 일자리 참사가 연말에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고 차관은 “과거 5년간 동절기(12월~다음해 2월) 취업자수를 보면 다른 달보다 80만명이 적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연말까지 공공 부문(중앙부처ㆍ공공부문ㆍ지자체 등)에서 5만9,000개의 단기 일자리를 만들기로 했다. 먼저 공기업ㆍ공공기관에서 정규직 채용 의무 없이 직장 체험기회를 제공하는 ‘체험형 청년 인턴’ 5,300명을 채용한다. 정부 부처나 공공기관에서 단기 행정업무 인력도 2,300명 뽑기로 했다. 중소ㆍ중견기업이 청년을 뽑으면 1인당 900만원씩 3년간 지원하는 ‘청년추가고용장려금’ 지원대상도 1만명 늘린다. 그밖에 △전통시장 환경미화(1,600명) △국립대 에너지 절약 도우미(1,000명) △외국인 불법고용방지 계도요원(500명) △소상공인 ‘제로페이’ 홍보도우미 (960명) 등 대(對)국민 서비스 분야에서도 단기 인력을 확충한다. 공공시설물(학교 등)의 내진설계 적용여부를 전수 조사하는 등 행정정보 조사ㆍ데이터베이스(DB) 구축 인력도 8,000명 확대한다. 기관별 구체적인 채용 규모나 내용, 시기 등은 조만간 공개할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추가 재정 투입 없이 올해 예산 중 불용이 예상되거나 이ㆍ전용이 가능한 예산 등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 한파에 따른 내수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유류세도 한시적(올해 11월~내년 5월)으로 15% 인하하기로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10개월간 휘발유ㆍ경유ㆍLPG부탄에 대한 유류세를 10% 낮춘 이후 10년 만이다. 정부는 유류세가 15% 인하되면 휘발유는 리터(ℓ)당 최대 123원, 경유는 ℓ당 87원, LPG부탄은 ℓ당 30원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6개월간 유류세 부담이 2조원 가량 줄면서 ‘가계 가처분소득 증가→소비 증가→내수 활성화’의 선순환 구조가 나타나길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투자애로 풀고, 대기업 ‘부분 유턴’도 법인세 면제
이번 대책에는 기업의 민간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방안도 포함됐다. 먼저 정부는 ‘투자 대기’ 상태인 민간투자 프로젝트(3개)의 애로사항을 즉각 해소, 내년 상반기까지 2조3,000억원의 투자를 이끌어내기로 했다. 가령 A사는 포항 영일만 산업단지 내 공장부지가 부족해 1조5,000억원 규모의 공장증설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데, 신규 공장부지를 개발해 A사에 제공할 방침이다. 또 정부는 △여수국가산단 내 용지 부족으로 저장시설ㆍ공장 설립(3,500억원) 지연 △여수 국가산단 내 입주기업의 공장증설(4,500억원) 시 인근업체 설비안전성 저하 등의 애로사항을 즉각 해소해줄 계획이다.
공장을 짓거나 기계ㆍ설비를 사들이는 기업에 대한 15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책도 마련된다. 중소ㆍ중견기업이 제조업이나 신(新)성장 분야에서 시설투자를 하는 경우 투자금의 80%(중소기업은 최대 100%)까지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지원(저리 대출 혹은 직접 출자)한다. 또 중소ㆍ중견기업이 환경ㆍ안전 분야에 시설투자를 하거나 노후설비나 건축물을 ‘업그레이드’ 하는 경우에도 산은ㆍ기은이 저리로 자금을 대출해주기로 했다. 중소ㆍ중견기업의 모든 설비투자에 대해 감가상각 기간을 절반으로 단축하는 ‘가속상각’도 허용된다. 기업의 설비투자 금액은 5~10년에 걸쳐 비용으로 처리(감가상각)하고 세금을 감면 받는다. 가령 A기업이 100억원의 설비를 사면 이 금액을 10년간 10억원씩 감가상각 처리해 기업의 과세대상 수익에서 빼주는 식이다. 가속상각은 감가상각 기간을 대폭 줄여, 기업이 투자비를 빨리 털어내 절세(節稅) 혜택을 더 빨리 누리도록 한다. 투자 초기에 세금 혜택을 많이 받고 그 돈으로 대출금을 갚으면 금융비용을 아낄 수 있다.
유(U)턴 기업에 대한 세제ㆍ보조금 혜택도 대폭 강화된다. 대기업이 해외 사업장을 청산하고 국내로 돌아오면(완전 복귀) 최대 100억원의 입지ㆍ설비보조금을 주기로 했다. 지금까진 중소ㆍ중견기업에만 적용되던 혜택이었다. 대기업이 해외 생산량을 50% 이상 축소하고 국내로 돌아오는 경우(부분 복귀)에도 법인세를 3년간 면제(지금은 완전복귀 대기업만 5년간 100% 감면)해주기로 했다. 또 유턴 중소ㆍ중견기업에만 적용하던 관세 100% 감면이 유턴 대기업에도 적용된다. 나아가 유턴 기업이 국내 산업단지에 입주할 때 △50년 장기임대 △임대료 감면(최대 100%) 등의 혜택도 부여된다. 지금은 ‘우선 입주’ 혜택만 주고 있다.
세종=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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