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긴급구호기금, 2006년 출범 뒤 첫 배정… 약 40억원
예산 92% 부족 상황서 올 2월 세계기금 지원마저 끊겨
유엔 중앙긴급구호기금(CERF)이 북한 내 결핵 치료 지원 명목 기금을 처음 배정했다. 국제사회의 기존 지원이 올 들어 전용(轉用) 가능성 등을 이유로 끊긴 상황에서다. 40억원 가까운 금액이다.
23일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홈페이지에 따르면, CERF는 전날 ‘자금 부족 긴급 지원금’(Underfunded emergency window)이라는 명목으로 세계보건기구(WHO)와 세계식량계획(WFP), 식량농업기구(FAO) 등 3개 기구에 줄 북한에서의 인도주의 사업 지원금 672만3,487달러(약 76억4,800만원)를 승인했다. 특히 지원금의 절반가량인 347만8,487달러(약 39억5,300만원)는 WHO에 배정돼 다제내성결핵(MDR-TBㆍ중증결핵) 치료약과 긴급구호 의약품 등 지원, 결핵 진단 보장 활동 등에 쓰이게 된다.
CERF는 국제사회의 지원이 부족하거나 긴급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국가를 매년 선정해 WFP와 FAO 등 유엔 기구들에 기금을 할당해 왔고, CERF가 2006년 출범한 이후 북한도 매년 이들 기구를 통해 지원을 받아 왔다. 하지만 CERF가 북한 내 결핵 치료 지원 목적으로 기금을 배정한 건 전례 없는 일이다.
이는 국제사회의 대북 결핵 퇴치 지원이 사실상 전면 중단된 상황과 무관치 않은 듯하다. 남북관계 경색으로 우리 정부의 대북 의료지원이 끊긴 뒤 북한은 결핵과 말라리아 퇴치 프로그램을 집중 지원하는 세계기금(Global Fund)의 도움을 받아 왔다. 그러나 올 2월 세계기금마저 자원 배치와 지원의 효율성에 대한 보장 및 리스크 관리가 요구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로 대북 결핵 퇴치 지원을 중단한다고 전격 선언했다.
이에 북한 결핵 문제 악화는 시간 문제였다. WHO가 최근 공개한 2018년도 결핵 연례보고서(Global Tuberculosis Report 2018)는 2016∼2020년 결핵 문제가 심각한 30개국 중 하나로 북한을 지목하면서 올해 북한에서 결핵 예산으로 필요한 8,400만달러의 92%인 7,700만달러가 부족한 상황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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