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의 주인의식 부재를 탓해야 할까. ‘시간이 멈추는 그때’ 현장이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곽봉철 PD의 태도 때문이다.
23일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영등포 아모리스홀에서는 KBS W 새 드라마 ‘시간이 멈추는 그때’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배우 김현중, 안지현, 인교진, 임하룡, 주석태를 비롯해 연출을 맡은 곽봉철 PD가 참석했다.
이날 곽 PD는 “‘시간이 멈추는 그때’는 판타지 장르 안에서 우리 주변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소하게 담았다”며 작품을 소개했다.
문제는 다음부터였다. 남자 주인공인 김현중의 4년만 복귀작인 탓에 취재진으로부터 각종 질문이 쏟아지던 중 곽 PD에게 “논란을 이어왔던 김현중의 캐스팅 이유와 부담감은 없었냐”는 질문이 이어졌고 곽 PD는 다소 심드렁한 표정으로 “김현중의 캐스팅에 부담감은 전혀 없었다. 이 역할에 제일 걸맞는 비주얼을 찾았을 뿐이었고, 그런 부분에서 김현중 씨가 문준우 역에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캐스팅했다”고 답했다.
물론 비주얼이 캐스팅의 가장 큰 이유였을 수 있지만 뜨거운 관심 속에서 4년 만에 복귀한 김현중의 캐스팅 이유가 “비주얼 때문”이라는 심드렁한 대답은 맥빠지는 지점이 아닐 수 없었다.
이어 곽 PD에게 이날 함께 자리에 참석한 안지현, 인교진, 임하룡, 주석태의 캐스팅 이유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지만, 곽 PD는 “김현중 씨와 비슷한 이유다. 제가 생각한 비주얼이 각 배우들이었다”는 두루뭉술한 대답만을 내놓았다. 결국 MC를 맡은 박슬기가 “각 배우들에 대해서 조금 상세한 설명 부탁드린다”고 수습에 나서고 나서야 곽 PD는 각 배우들의 캐스팅 이유를 짧게 덧붙였다.
이 외에도 이날 곽 PD는 시종일관 무표정과 단답형 대답으로 일관하며 아쉬움을 자아냈다. “국내 시청자보다 해외 시청자들을 겨냥한 작품이냐”는 질문에도 “딱히 해외 진출을 생각하고 연출한 것은 아니다”라는 다소 무성의한 답만을 건넸고, 결국 PD보다 주연 배우인 김현중이 작품의 해외 진출 겨냥에 대한 생각을 더욱 자세하게 밝히는 광경이 연출되기도 됐다.
시종일관 심드렁했던 표정과 단답형 대답은 ‘자식’ 같은 작품을 첫 소개하는 자리에 걸맞지 않는 태도였다. 이날 곽 PD의 태도에 대해 한 관계자는 “‘시간이 멈추는 그때’가 곽봉철 PD의 입봉작인 데다, 이런 자리가 익숙지 않아 긴장했던 것 같다”며 “또 (곽 PD가)평소 수줍음이 있는 성격이었던 탓도 있는 것 같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의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처음으로 취재진과 대중들에게 작품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곽 PD가 보여준 태도는 그리 적합하지 않았다. 관계자의 해명처럼 물론 첫 공식석상에서 배우들과 함께 앞장서서 작품을 소개하는 것이 수줍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해명에도 아쉬움을 거둘 수 없는 건, 이날 행사는 자신이 연출을 맡은 작품의 제작발표회였다는 점 때문이다. 누구도 수줍음과 어색함을 핑계로 자신이 소화해야 할 ‘일’에 소홀하진 않는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