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연금제도가 연금액의 적정성과 지속가능성 등에서 ‘D’ 등급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세계적으로 유례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지만 노후 안정을 위한 연금제도는 꼴찌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23일 글로벌 컨설팅사 머서(MERCER)와 호주금융센터(ACFS)가 전 세계 주요 34개국의 연금제도를 평가한 ‘2018 멜버른-머서 글로벌 연금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연금제도 점수(MMGPI)는 47.3점으로 30위에 그쳤다. 5단계(A~E)로 이뤄진 평가등급으로는 D등급이다. 연금제도 도입 초기 국가에 적용되는 최하위등급인 E등급을 받은 나라가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의 연금제도는 국제적으로 낙제점인 셈이다.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네덜란드(80.3점)나 덴마크(80.2점) 핀란드(74.5점)에 비해서는 물론이고 평균인 60.5점보다도 크게 낮았다. 한국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나라는 중국 멕시코 인도 아르헨티나 정도였다.
MMGPI는 은퇴 후 지급하는 연금액의 ‘적정성’, 연금 시스템을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 사적연금 체계가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운영 요건의 ‘완전성’ 등을 평가해 산출한다. 한국의 총점은 지난해와 비슷했지만, 4개국의 신규 편입과 일본의 상승 영향으로 지난해(25위)보다 5계단 하락했다. 세부적으로는 적정성 45.4점, 지속가능성 48.1점, 완전성 49.3점 등 전 항목에서 D등급을 받았다. D등급(35~50점)은 해당 국가의 연금제도는 바람직한 측면이 있지만, 약점이나 부족한 점이 있어 개선하지 않을 경우 효율성이나 지속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한국의 연금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권고 사항으로는 △중소기업의 퇴직연금 도입 가속화 △저소득층 연금 가입자 지원 확대 △퇴직연금의 연금 지급 비중 의무화 등이 꼽혔다. 황규만 머서코리아 부사장은 “빠르게 심화되는 우리나라의 인구 노령화로 국민연금에 가중되는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퇴직연금의 빠른 정착이 중요하다”며 “저조한 투자수익률 개선을 위해 퇴직연금 사업자와 자산운용자의 책임 의무 확대, 효율적 비용구조로 가입자의 투자수익을 확대할 수 있는 기금형과 연합형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멜버른-머서 글로벌 연금지수는 세계 각국의 공적ㆍ사적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로 꼽힌다. 2009년부터 조사를 시작했으며 전 세계 인구의 60%를 차지하는 34개국의 연금 제도를 평가한다. 한국은 2012년부터 조사에 포함됐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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