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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도 랩도 너무 빠르니까…” BTS RM의 읊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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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도 랩도 너무 빠르니까…” BTS RM의 읊조림

입력
2018.10.24 04:4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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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탄소년단 리더, 청년 김남준으로서의 혼란 녹인 '포에버 레인' 발표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리더인 RM.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 리더인 RM.

“평소엔 내 삶도 랩도 너무 빠르니까”.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의 리더인 RM(본명 김남준ㆍ24)은 23일 발표한 신곡 ‘포에버 레인’에서 “좀만 느리게 숨 쉴래”라고 바란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약 300일을 해외에서 보냈다. 올해 8월부터 시작된 세계 순회공연으로 내년 4월까지 일정은 꽉 찼다. RM은 화려한 무대 뒤에 숨겨진 아이돌의 굴레를 ‘포에버 레인’에서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내 고된 몸을 누가 받아줄까.” 그의 읊조림은 추적추적 내리는 빗소리에 실려 더 쓸쓸하다.

방탄소년단이 쓴 ‘왕관’의 무게는 때론 RM을 짓누르기도 한다. 이 곡에서 RM은 온종일 빗속에서 살길 바란다. 비와 우산에 가려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지 않기 때문이다. 유엔(UN) 연단에 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라”며 세계의 청춘을 일으켜 세운 그는 빗속을 거닐며 쉼터를 찾는다.

방탄소년단 리더인 RM의 신곡 ‘포에버 레인’ 뮤직비디오 한 장면.
방탄소년단 리더인 RM의 신곡 ‘포에버 레인’ 뮤직비디오 한 장면.

 넬, 혼네와 협업… 아이돌이 본 ‘서울’ 

RM이 7곡의 신곡이 실린 솔로 창작물 ‘모노’를 이날 공개했다. 2015년 3월 ‘랩몬스터’를 낸 후 3년 7개월 만의 솔로 신작 공개다. 홀로 내는 음악인만큼 여러 음악인과 손잡고 음악에 새 옷을 입혔다. 록밴드 넬과 만든 ‘에브리씽 고우즈’에서 RM의 랩은 로커처럼 폭발한다. 인디 음악인 이이언이 보컬 피처링으로 참여한 ‘배드바이’는 짧지만 강렬하다. 지직거리는 잡음에 실린 멜로디는 몽환적이고 비트는 우주를 떠돌듯 공명한다. 어떻게 만들었을까. RM은 지난 7월 이이언을 직접 만나 협업을 요청했다. RM은 이이언이 이끄는 록밴드 못의 팬으로, 이이언과 친분도 두텁다. 이이언은 한국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배드바이’ 데모(미완성) 버전을 처음 들은 건 1~2년 전”이라며 “RM이 만든 곡인데 (록밴드) 못의 음악 같아 놀랐고 솔로 프로젝트가 정해지면서 내가 (보컬) 녹음을 한 뒤 음악 파일을 주고받는 식으로 작업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모노’의 신곡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어둡다. ‘포에버 레인’이 방탄소년단 리더로서 그의 그늘을 들췄다면, 영국 전자음악 듀오 혼네와 만든 ‘서울’은 비틀거리는 대한민국의 청춘으로서의 혼란을 곡에 녹였다. RM은 ‘서울’에서 “친구들은 툭하면 떠나겠다 해 난 끄덕거려 보지만 웃질 못해”라고 랩을 한다. ‘헬조선’이란 증오의 언어로 희망 없는 현실을 비관하지만 결국 이 땅에서 발을 붙이고 살 수밖에 없는 청춘의 비애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그에게 서울은 애증의 도시다. “너무 많은 한을” 품었지만 한강을 떠나지 못하고 “비린내”가 나지만 청계천을 사랑한다. 지혜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존재의 사회적 증명 기회를 잃은 청년의 불안이 서울이란 상징적인 공간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평했다.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이 있는 곳이지만 때론 벗어나고 싶은, 록밴드 혁오(‘굿바이 서울’)와 가수 이효리(‘서울’)가 노래한 서울과 비슷한 맥락이다.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의 믹스테이프 앨범 ‘모노’ 표지 이미지.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의 믹스테이프 앨범 ‘모노’ 표지 이미지.

 ‘모두’가 소유한 음악 

컴퓨터로 ‘모노’의 음악 파일을 꺼내 속성을 확인하면 소유자 항목에 ‘Everyone’이 뜬다. 모두의 음악이 된 RM의 ‘모노’는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되는 ‘믹스테이프’ 앨범이다. 주로 힙합 음악인들이 비상업적인 목적으로 실험적인 곡을 낼 때 내는 앨범 형태다. 국내에선 음원 공유 사이트 사운드클라우드 등에서 공짜로 ‘모노’ 전곡을 내려 받을 수 있다. 멜론 등 유료 음원사이트에 공개되지 않은 국내와 달리 해외에선 아이튠스 등 유료 음원 사이트에서도 들을 수 있다.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방탄소년단 해외 팬들이 좀 더 편하고 다양한 경로로 음악을 접할 수 있도록 아이튠스 등에 서비스했다”고 밝혔다. RM의 ‘모노’는 미국 아이튠스 등에서 톱 앨범 차트 1위(오후 3시 기준)를 차지했다.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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