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배구가 개막전부터 2시간42분의 풀세트 대접전을 벌이며 극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지난 시즌 챔피언 한국도로공사는 22일 경북 김천체육관에서 열린 2018~19 도드람 V리그 개막전에서 지난 준우승팀 IBK기업은행에게 1,2세트를 먼저 잃고도 내리 세 세트를 따내며 3-2(21-25, 20-25, 25-23, 27-25, 15-12) 대역전승을 거뒀다.
경기 초반 양 팀은 개막전 긴장감을 극복하지 못한 듯 똑같이 리시브 라인이 흔들리면서 호쾌한 공격이 이뤄지지 않았다. 1세트 중반 기업은행 새 외국인 선수 어나이(22)의 블로킹과 스파이크 연속 득점이 나오면서 기업은행이 먼저 분위기를 탔다. 어나이에 상대 블로커들이 몰리면 여유가 생긴 김희진(27)의 센터 공격이 불을 뿜었고, 왼쪽에서는 고예림(24)이 고비 때마다 차곡차곡 공격 점수를 쌓으며 1,2세트를 모두 따냈다.
도로공사는 이대로 무너지지 않았다. 3세트에서 블로킹 라인이 활력을 되찾으며 상대 공격을 차단하거나 유효 블록으로 공격권을 가져왔다. 여기에 전ㆍ후위를 가리지 않은 박정아(25)의 공격이 살아나면서 세트를 가져갔다.
4세트 오른쪽으로 옮긴 김희진의 공격이 불을 뿜으며 기업은행이 손쉽게 경기를 마무리하는 듯했지만, 이후 도로공사가 임명옥 등 신들린 수비를 선보이며 승부를 5세트로 이어갔다. 5세트에서도 양 팀은 팽팽하게 맞서다 도로공사의 이바나(30) 대신 투입된 신예 하혜진(22)과 박정아가 고비 때마다 공격에 성공하며 15-12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도로공사 박정아가 승부의 분수령이 된 3세트에만 12득점 하는 등 30득점(성공률 46%)하며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됐다. 박정아는 “초반에 경기가 안 풀려서 불안했지만 교체로 들어온 선수들이 잘해줬다”면서 “개인적으로는 공격감도 좋았다”라고 말했다. 베테랑 센터 정대영(37)도 양효진(29ㆍ현대건설)에 이어 역대 2번째로 800블로킹 기록을 달성, 개막전 승리를 자축했다.
기업은행은 비록 패했지만, 새 식구 어나이가 40득점으로 해결사 역할을 하면서 공격력에 대한 의문점을 말끔히 날린 점이 이날 경기의 가장 큰 수확이었다. 또 어나이-고예림(26점)-김희진(17점)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삼각 편대의 공격력과 2년 만에 코트에 돌아온 백목화(29)의 수비형 레프트로서의 가능성도 확인했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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